
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2016년 경주에 규모 5.8 지진이 덮쳤을 때, 주변 건물 벽이 갈라지고 기와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1400년 가까이 된 이 돌탑은 멀쩡히 서 있었습니다. 신라 사람들이 접착제 하나 없이 돌만 쌓아 만든 첨성대, 그 내구성의 비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신라 선덕여왕 대에 세운 동양 최고(最古)의 관측탑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대(7세기 중엽, 632~647년 무렵)에 세워진 것으로 전하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 시설로 꼽힙니다. 경북 경주에 있으며 국보로 지정돼 있고, 높이는 약 9m 안팎입니다.
몸통은 약 27단으로 쌓여 있고 사용된 돌은 약 362개로 추정됩니다(정확한 개수는 조사에 따라 361~366개 사이로 소폭 차이가 있습니다). 27단이 신라 27대 임금(선덕여왕이 27대)을, 362개의 돌이 1년의 날수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는 여러 학설 중 하나로 확정된 정설은 아닙니다.
오뚝이처럼 무게중심을 낮추다
이 탑이 접착제 없이 1400년 가까이 버틴 첫 번째 비결은 무게중심입니다. 첨성대는 기단을 넓게 잡고, 몸통 아래쪽 내부를 흙과 자갈로 채웠습니다. 무거운 것을 아래에 두고 위로 갈수록 가볍게 만드는 구조는, 오뚝이가 잘 쓰러지지 않는 원리와 같습니다. 흔들림이 와도 무게중심이 낮은 쪽에 있어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곡선이 흔들림을 흘려보낸다
두 번째 비결은 몸체의 형태입니다. 첨성대는 곧게 뻗은 직선이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형 원통 모양입니다. 이런 곡선 구조는 외부 충격이 한 지점에 집중되지 않고 몸체 전체로 고르게 퍼져나가도록 돕습니다. 힘이 한곳에 몰리지 않고 분산되니, 특정 부위가 먼저 깨지거나 무너질 위험이 줄어듭니다.
2016년 지진에서 증명된 내구성
이 설계는 실제 지진으로 검증됐습니다. 2016년 규모 5.8의 경주 지진 당시 첨성대는 북쪽으로 약간 기울고 기단석이 3.8cm가량 이동하는 변화를 보였지만, 붕괴나 심각한 손상 없이 견뎌냈습니다. 뒤이은 강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접착제 없이 돌만 맞물려 쌓은 구조물이 현대적 내진 개념 없이도 지진을 견뎌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하늘을 읽던 자리
첨성대의 용도를 두고는 학계에 여러 해석이 있지만, 통설은 천문을 관측하던 시설이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신라 사람들은 별의 움직임을 살펴 계절의 흐름을 가늠했습니다. 농사와 국가 행사 모두 절기에 크게 좌우되던 시대였던 만큼, 하늘을 읽는 이 탑은 시계이자 달력에 가까운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며 — 무너지지 않기 위한 설계
첨성대는 화려한 장식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둔 구조물입니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힘을 분산시키는 곡선을 택한 것은 결국 오래 서 있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1400년째 경주 벌판을 지키고 있는 이 탑은, 무너지지 않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술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