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 가져간 사람이 40년 만에 제 발로 돌려준 신라의 미소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 웃는 얼굴이 새겨진 신라 기와

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는 신라 7세기경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약 14cm의 둥근 기와입니다. 오른쪽 아래 일부가 깨져 있지만, 은은한 미소만큼은 130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합니다.

지붕 끝을 지키는 부품

수막새는 처마 끝에서 수키와 줄을 마감하는 기와입니다. 기와 틈으로 스며든 빗물이 그대로 흘러내리면 그 아래 서까래 목재가 썩기 쉬운데, 수막새가 이를 막아 줍니다. 건물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이다 보니, 예로부터 이 부분에 다양한 무늬를 새겨 장식했습니다. 연꽃무늬가 가장 흔했고, 얼굴무늬처럼 사람의 표정을 담은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틀이 아니라 손으로 빚은 얼굴

일반적인 수막새는 나무나 흙으로 만든 틀에 찍어내는 방식으로 대량 생산됩니다. 그런데 이 수막새는 장인이 손으로 직접 빚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틀로 찍은 게 아니다 보니 완전히 같은 형태가 존재하지 않고, 삼국시대 얼굴무늬 수막새로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전해지는 사례입니다. 무섭게 생긴 귀면(鬼面) 대신 사람 좋게 웃는 얼굴을 새긴 이유는, 사악한 기운을 웃는 얼굴로 물리치려던 벽사(辟邪)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는 유물의 형태에 근거한 해석이며, 제작 의도를 명시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40년 만에 돌아온 기와

이 수막새는 일제강점기 경주 영묘사터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골동상을 거쳐 유통된 물건이라 정확한 발굴 기록으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1934년,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가 경주의 한 골동상에서 이 기와를 구입해 일본으로 가져갔습니다. 이후 박일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이 반환을 끈질기게 요청했고, 1972년 10월 다나카가 직접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아와 아무런 대가 없이 기와를 기증했습니다. 소송이나 매입이 아니라 소장자 스스로 돌려준, 문화재 환수의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이 수막새는 환수 46년 만인 2018년, 보물로 지정됐습니다.

마치며

깨진 모서리를 그대로 안은 채 1300년째 웃고 있는 이 작은 기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화려한 유물은 아니지만, 그 미소가 남긴 여운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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