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 — 일부러 덜 굽는 그릇, 미세기공의 과학

장독대에 놓인 옹기 항아리

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냉장고가 없던 시절, 옹기에 담긴 된장과 간장은 여름을 나고도 상하지 않았습니다. 비결을 물으면 옛 어른들은 “그릇이 숨을 쉰다”고 답했습니다. 비유처럼 들리는 이 말이 과학적으로는 꽤 정확한 설명입니다.

완성 직전에 멈추는 불

도자기를 굽는 온도는 그릇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백자나 청자 같은 자기는 1,25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구워지는데, 이 온도에서는 태토와 유약이 완전히 녹아 유리질로 변합니다.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나며, 물 한 방울 스며들지 않는 그릇이 됩니다.

옹기는 다릅니다. 1,200도 안팎, 그러니까 유리질화가 일어나기 직전에 불을 멈춥니다. 도공은 가마의 불꽃 색을 보고 그 시점을 판단해 아궁이를 닫았습니다.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덜 구운 상태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덜 구웠기 때문에 남는 것

유리질화가 끝나지 않으면 표면이 완전히 메워지지 않습니다. 옹기의 태토에는 모래 알갱이가 섞여 있고, 유약으로는 약토와 나뭇재를 섞은 잿물을 씁니다. 소성 과정에서 이 재료들이 서로 다르게 수축하고 녹으면서, 표면과 그릇 벽에 아주 작은 구멍들이 남습니다.

이 구멍을 미세기공이라고 부릅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서 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의 매끈한 벽에는 이런 통로가 없습니다. 같은 흙으로 빚어도 불을 어디서 멈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릇이 되는 셈입니다.

여러 가지 옹기 그릇

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기체는 통과시키고 물은 막는다

미세기공의 핵심은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구멍이 워낙 가늘어서 물 분자는 표면장력 때문에 통과하지 못합니다. 장이 새지 않는 이유입니다. 반면 산소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처럼 크기가 작은 기체는 이 통로를 오갈 수 있습니다.

발효에는 이 조건이 중요합니다. 안에서 일하는 미생물에게는 산소가 필요하고, 발효가 진행되면서 생긴 가스는 빠져나가야 합니다. 완전히 밀폐된 용기라면 가스가 갇혀 압력이 오르고 발효가 어긋납니다. 옹기는 그릇 벽 자체가 그 조절을 맡습니다. “숨을 쉰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김치냉장고가 다시 찾아간 조건

초기 김치냉장고 개발은 땅에 묻은 김칫독의 조건을 재현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김칫독을 묻으면 땅이 온도 변화를 완충해 주어 김치가 익는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그 안정적인 저온 상태를 기계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옹기가 수백 년간 해 오던 일을 전기로 옮긴 셈입니다.

마치며

옹기를 만드는 기술인 옹기장(甕器匠)은 1990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참고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옹기가 아니라 김장문화(2013년)이니, 둘을 섞어서 말하지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완벽하게 구울 수 있는데도 일부러 그 직전에 멈추는 것. 덜 완벽하게 만드는 쪽이 목적에 더 맞다는 판단이, 이 그릇의 진짜 기술입니다.

울산에 가면 옹기마을이라고 있습니다. 매년 축제도 하는곳인데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많고 옹기도 만들어볼수있습니다. 한번 가보시면 재미있을꺼에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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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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