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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8년, 세종 30년의 조선은 화살에 화약통을 결합한 새로운 병기를 개발합니다. 이름하여 신기전(神機箭) — ‘신묘한 기계로 만든 화살’이라는 뜻입니다. 활시위로 쏘는 화살이 아니라, 화약이 뿜는 힘으로 스스로 날아가는 로켓형 병기였습니다.
활이 아니라 로켓입니다
신기전은 화살대 뒤쪽에 원통형 화약 약통을 매답니다. 화약에 불을 붙이면 뒤로 가스가 뿜어져 나오면서 그 반작용으로 화살이 앞으로 날아갑니다. 활시위의 탄성을 이용하는 일반 화살과는 완전히 다른 추진 방식으로, 지금의 로켓과 같은 작용·반작용 원리입니다. 신기전은 크기에 따라 대신기전, 산화신기전, 중신기전, 소신기전 네 종류로 나뉘었습니다. 이 가운데 대신기전은 길이가 약 5.3~5.6m에 이르는 대형 병기였습니다.
화차에 실어 다연장으로
중신기전과 소신기전은 ‘화차(火車)’라는 수레형 발사대에 100발 단위로 장전해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다연장 로켓포와 비슷한 방식으로, 한 번에 많은 화살을 동시에 쏟아부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500년을 건너온 설계도
신기전의 상세한 설계는 1474년(성종 5년) 편찬된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의 「병기도설(兵器圖說)」 편에 실려 있습니다. 부품 치수까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어, 후대에도 정확히 복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됐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채연석 박사가 1975년 신기전의 구조와 원리를 규명했고, 이를 계기로 신기전은 설계도가 남아 복원 가능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켓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다만 화약을 이용한 로켓형 무기 자체는 중국에서 더 먼저 등장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 로켓”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500년 만에 다시 날다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 중신기전과 소신기전이 복원돼 공개 발사됐고, 2009년에는 대신기전을 포함한 전 종류가 복원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복원된 대신기전의 비행거리는 약 1km 안팎으로 전해지는데, 정확한 수치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산화신기전이 세계 최초의 2단 로켓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복원 연구진의 해석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며
500년도 더 전에 그려진 도면 한 장이, 21세기 실험장에서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화약이라는 재료 하나로 로켓의 기본 원리를 구현해 낸 조선 병기 기술의 기록물이, 지금까지 온전히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전의 가치를 말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