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 식당에서 추어탕이나 매운탕에 넣어 주는 그 잎. 호불호가 갈리기로 유명한 방아잎입니다. 이 잎을 내는 풀에는 따로 이름이 있습니다. 배초향입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다른 풀의 향기를 밀쳐낸다’
배초향은 한자로 排草香입니다. 밀칠 배(排), 풀 초(草), 향기 향(香) — 다른 풀의 향기를 밀쳐낼 만큼 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이름을 여러 개 가진 식물입니다.
- 방아잎·방앳잎 — 남부지방에서 부르는 이름. 부엌에서 쓰는 이름입니다.
- 곽향(藿香) — 한약재로 부르는 이름.
- Korean mint — 영어 이름. 서양에서는 민트 계열로 취급합니다.
실제로 꿀풀과이니 민트와 한 집안이 맞습니다. 다만 우리 쪽에서는 차보다 국물에 넣어 왔습니다.
들깨와 구분하기
밭이나 뜰에서 배초향과 들깨는 자주 헷갈립니다. 둘 다 잎에서 강한 향이 나고, 줄기가 네모집니다.
| 배초향 | 들깨 | |
|---|---|---|
| 학명 | Agastache rugosa | Perilla frutescens |
| 생활형 | 여러해살이풀 | 한해살이풀 |
| 잎 | 난상 심장형, 5~10cm | 난상 원형, 7~12cm |
| 줄기 털 | 없는 편 | 긴 털이 있음 |
| 꽃 | 자주색, 방망이처럼 촘촘히 | 흰색, 성글게 |
| 꽃차례 길이 | 5~15cm로 길고 굵음 | 짧고 가늚 |
가장 쉬운 것은 꽃입니다. 자줏빛 꽃이 줄기 끝에 방망이처럼 뭉쳐 서면 배초향, 흰 꽃이 성글게 달리면 들깨입니다.
해마다 다시 올라오는지도 단서입니다. 배초향은 여러해살이라 이듬해 같은 자리에서 다시 납니다. 들깨는 해마다 새로 심어야 합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사진: “Agastache rugosa (Fisch. & C.A.Mey.) Kuntze, Revis. Gen. Pl. 2: 511 (1891).” by Motohiro Sunouchi is licensed under CC BY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접사로 보면 도감의 기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 둘긴수술이 길게 밖으로 나온다. 꿀풀과 특유의 입술 모양 꽃부리 밖으로 수술이 길게 뻗어 나온 것이 보입니다. 벌이 앉기 좋은 구조입니다.
배초향은 어떤 식물인가
꿀풀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한국 원산이고 전국에 분포합니다. 중국·대만·일본에도 자랍니다.
줄기는 40~100cm로 곧게 서고 네모집니다. 꿀풀과 특유의 모양입니다. 잎은 마주나기하는 난상 심장형이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7~9월에 자주색으로 핍니다. 입술 모양의 작은 꽃이 줄기 끝에 촘촘히 모여 5~15cm 길이의 이삭을 이룹니다. 꿀이 많아 벌이 많이 찾습니다.
심기 — 볕이 곧 향입니다
배초향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이것입니다. 그늘에서는 향기가 옅어집니다.
잎을 쓰려고 심는 식물이니, 향이 옅어지면 심은 의미가 없습니다. 자리 선택이 전부입니다.
- 볕 — 햇볕이 잘 드는 양지. 이건 타협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 흙 — 다소 습하고 보수력이 있는 비옥한 땅을 좋아합니다.
워낙 강건해서 특별한 관리는 필요 없습니다. 화단 한쪽, 텃밭 가장자리, 큰 화분 어디서든 자랍니다.
물주기와 관리
겉흙이 마르면 주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다소 습한 땅을 좋아하지만 과습을 요구하는 식물은 아닙니다.
거름은 적게 줍니다. 지나치게 시비하면 식물체가 웃자라 관상 가치가 떨어집니다. 잎을 뜯어 쓸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지만, 꽃과 모양을 함께 보려면 거름을 아끼는 편이 낫습니다.
잎은 필요할 때 그때그때 따서 씁니다. 꽃대가 올라오기 전 잎이 가장 부드럽습니다.
번식 — 씨앗과 포기나누기
씨앗 — 가을에 씨가 익으면 받아 두었다가 봄 4월에 뿌립니다. 도감의 표현이 정확합니다 — 들깨 뿌리듯 하면 됩니다. 발아가 잘 되는 편입니다.
포기나누기 — 가을이나 이른 봄 싹트기 전에 포기를 캐서, 싹 2~3개를 붙여 쪼갠 뒤 30cm 간격으로 심습니다.
여러해살이라 한번 자리를 잡으면 해마다 알아서 올라옵니다. 씨도 잘 떨어져 주변으로 번집니다.
이럴 땐 이렇게
향이 예전만 못합니다 — 그늘이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주변 나무가 자라 그늘이 진 경우가 흔합니다. 볕 드는 자리로 옮기세요.
키만 크고 흐물흐물합니다 — 거름 과다입니다. 시비를 줄입니다.
잎이 질깁니다 — 꽃대가 올라온 뒤의 잎입니다. 부드러운 잎은 꽃 피기 전에 땁니다.
벌이 너무 많이 옵니다 — 꿀이 많은 밀원식물입니다. 현관 앞보다는 화단 안쪽에 심는 편이 좋습니다.
꽃말
배초향의 꽃말은 향수(鄕愁)입니다. 잎을 한 번 문지르면 그 냄새가 어느 여름 부엌으로 데려다 놓기 때문일 것입니다. 향으로 기억되는 것들은 대개 그렇습니다.
마무리
배초향은 향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풀입니다. 그리고 그 향은 볕에서 나옵니다. 그늘에 두면 모양은 그대로여도 향이 빠집니다.
방아잎이 들어간 국물을 좋아하신다면, 화단 볕 드는 자리에 한 포기 심어 두시길 권합니다. 여러해살이라 한 번 심으면 해마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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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종의 특징이 어긋나지 않도록 개화기·꽃 색·잎 모양을 도감과 대조해 만들었습니다.
참고 자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식물도감 배초향(28867)·들깨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배초향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흘려 읽기 쉬운 대목이 “그늘에서는 향기가 옅어진다”는 한 줄이라고 봅니다. 방아잎을 쓰겠다고 배초향을 심는 이상 향이 빠지면 심은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니, 품종 고르기나 물주기보다 자리 선택이 사실상 재배의 전부라는 쪽에 동의합니다. 반대로 들깨와의 구분법은 표까지 만들 만큼 공들일 일인가 싶었는데, 자주색 꽃이 방망이처럼 뭉쳐 피는지와 이듬해 같은 자리에서 다시 올라오는지 두 가지만 기억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름을 아끼라는 조언도 의외였는데, 잘 키우려는 마음이 오히려 웃자람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풀은 부지런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식물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