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 만든 원리가 적혀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

서울 이윤탁 한글영비

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1443년 12월, 『세종실록』에 한 줄이 올라옵니다. “임금이 친히 언문 스물여덟 자를 지으셨다(上親制諺文二十八字).” 새로운 문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록치고는 지나치게 짧습니다. 그런데 이 짧은 문장에 이례적인 단어가 하나 들어 있습니다. ‘친히’입니다.

‘친히’라는 두 글자

실록은 왕의 업적을 기록할 때도 신하들의 역할을 함께 적는 것이 보통입니다. 국가적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자 창제에 대해서는 임금이 직접 만들었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정황 증거가 이 기록을 뒷받침합니다. 반포 두 달 뒤인 1444년 2월,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를 비롯한 일곱 명이 새 문자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립니다. 집현전이 창제에 참여했다면 그 간부가 결과물을 반대하는 상황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정인지가 쓴 해례본 서문도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라고 적어 창제의 주체를 임금 한 사람으로 명시했습니다. 세종 친제설이 현재 학계의 통설인 이유입니다.

다만 구분해 둘 것이 있습니다. 문자를 만든 일과 해설서를 펴낸 일은 다릅니다. 1446년에 간행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정인지·신숙주·성삼문 등 여덟 명이 함께 편찬한 결과물입니다.

소리를 내는 기관을 그대로 본떴다

해례본의 「제자해(制字解)」는 글자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직접 설명합니다. 자음의 기본자 다섯 개는 발음할 때 신체 기관이 취하는 모양을 본떴습니다.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입니다. ㄴ은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양, ㅁ은 입의 모양, ㅅ은 이의 모양, ㅇ은 목구멍의 모양에서 왔습니다. 소리가 만들어지는 자리를 그림으로 옮긴 셈입니다.

여기에 규칙이 하나 더 붙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나는 소리가 더 세지면 획을 하나 더합니다. ㄴ에 획을 더하면 ㄷ이 되고, ㄷ에 더하면 ㅌ이 됩니다. 글자의 모양만 봐도 소리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모음은 하늘(·)과 땅(ㅡ)과 사람(ㅣ)을 기본으로 삼아 조합했습니다.

설명서가 함께 남았다는 것

세상에는 많은 문자가 있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형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문자는 드뭅니다.

한글은 창제 연도와 만든 사람이 기록에 남아 있고, 무엇보다 제작 원리를 밝힌 해설서가 함께 전합니다. 만든 원리가 문서로 남은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는 점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유의 핵심이었습니다. 등재된 것은 문자 자체가 아니라 해례본이라는 책입니다.

오백 년 뒤에 발견된 책

해례본은 오랫동안 실물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나왔고, 간송 전형필이 큰 값을 치르고 사들여 지켰습니다. 지금은 국보로 지정돼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문자를 만든 것도 드문 일이지만,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적어 남긴 것은 더 드문 일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데 쓰이는 글자가, 그 설명서까지 함께 전해진 유일한 문자입니다.

다시한번 세종대왕님은 대단하신것을 느꼈습니다. 한글 단독 창제. 역시 킹왕짱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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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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