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전(애기살)이 더 멀리 날아간 이유, 통아가 만든 조선의 국가기밀

활을 당기는 힘이 같다면 화살이 길든 짧든 날아가는 거리는 비슷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선의 군사들은 일부러 보통 화살의 절반짜리를 썼고, 그 반토막이 더 멀리 날아갔습니다. 편전(片箭), 너무 작아서 애기살이라고도 불린 화살입니다.

통아 — 짧은 화살에 긴 장전을 돌려주는 장치

편전의 길이는 30cm 남짓입니다. 이 정도로 짧으면 애초에 활에 얹어 시위를 끝까지 당길 수가 없습니다. 화살촉이 활채를 지나 손 안쪽으로 들어와 버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통아(筒兒) 가 등장합니다. 대나무를 세로로 반 쪼개 만든 긴 홈이고, 활을 쥔 왼손에 활채와 함께 잡습니다. 짧은 화살을 이 홈에 얹으면 화살이 홈을 따라 뒤로 깊이 들어갈 수 있어, 통아의 길이만큼 활을 온전히 당길 수 있게 됩니다. 서양 석궁의 총열처럼 활에 고정된 부품이 아니라, 매번 손으로 함께 쥐는 별개의 도구입니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 활이 저장한 탄성 에너지는 일반 화살을 쏠 때와 같습니다. 장전 길이가 같으니까요.
  • 그런데 그 에너지를 받는 화살의 무게는 절반입니다. 같은 에너지를 가벼운 물체에 실으면 속도가 올라갑니다.

“가벼워서 멀리 간다”는 절반만 맞는 설명

흔히 편전의 비거리를 무게로만 설명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화살은 시위를 떠나는 순간 좌우로 크게 휘며 진동합니다(궁수의 역설). 이 휘어짐에 쓰인 에너지는 전진에 보태지지 못하고 버려집니다.

통아는 발사 순간 화살을 감싸 붙잡습니다. 화살이 요동칠 반경 자체가 홈 안쪽으로 제한되니, 시위의 힘이 화살을 휘게 하는 데 낭비되지 않고 곧게 나가는 데 쓰입니다. 편전의 진짜 강점은 단순한 최대 사거리보다 탄도 안정과 그로 인한 유효 사거리에 있습니다. 멀리서도 겨눈 곳에 꽂힌다는 뜻입니다.

관통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짐작도 사실과 다릅니다. 후금군은 편전이 먼 거리에서도 갑옷을 뚫는다며 두려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사거리 기록이 사료마다 다른 문제

편전의 사거리는 자료마다 크게 어긋납니다.

사료 기록
『태종실록』 200보
『세종실록』 27년 300보
임진왜란 기록 약 1천보

영상에서는 실록 기준인 300보만 말했습니다. 1천보는 전란 중의 과장이 섞였을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보(步)를 미터로 환산하는 기준 자체가 자료마다 다릅니다. 조선의 보는 시기와 용도에 따라 값이 달라서, 같은 “300보”도 환산하면 결과가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미터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살상력에 대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기록이 있습니다. 정탁은 30~40보 거리에서 두 사람을 관통하고, 100보에서 한 사람을 쓰러뜨리며, 200보에서도 중상을 입힌다고 적었습니다.

조선이 훈련을 감춘 이유

『세종실록』에는 이 기술이 변방의 여진족에게 새어 나갈 것을 걱정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외국인이 있는 자리에서는 편전 쏘는 훈련을 하지 말자는 건의까지 올라왔습니다. 국가가 특정 무기 운용법을 기밀로 다룬 드문 사례입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일본인들이 조선의 편전을 중국의 창술, 일본의 조총과 함께 천하에 으뜸가는 것으로 꼽았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만 감출 만큼 어려운 기술이기도 했습니다. 짧은 화살을 통아에 얹어 쏘는 것은 배우기 까다로워서, 연습 중에 화살이 빗나가 활잡이 자신의 팔목을 꿰뚫는 사고가 잦았다고 전합니다.

조선만의 발명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 가이드 장치로 짧은 화살을 쏘는 궁술은 조선에만 있던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발상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확인됩니다.

조선이 남다른 지점은 발명이 아니라 숙련과 제도화입니다. 군사 훈련 과목으로 삼아 널리 익히게 했고, 무과 시험에 넣었으며, 기밀로 관리했습니다. 하나의 요령을 국가 단위의 전력으로 만든 쪽이 조선이었습니다.

마치며

편전은 더 센 활을 만들어 얻은 성능이 아닙니다. 활은 그대로 두고, 화살이 활의 힘을 온전히 받도록 사이에 도구를 하나 끼운 결과입니다. 짧아서 멀리 간 것이 아니라, 짧은 것을 짧지 않게 쓸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참고 자료

관련 영상

쇼츠 「화살이 짧을수록 멀리 날아갑니다」 — 영상 업로드 후 링크 연결 예정

유튜브 채널 「옛것의 과학」에서 다른 편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제 생각은요

저는 이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조선만의 발명은 아니다”라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반토막 화살이 더 멀리 날아갔다는 신기함에만 눈이 가기 쉽지만, 비슷한 발상은 다른 문화권에도 있었고 조선이 남달랐던 건 그것을 무과 시험에 넣고 기밀로 관리하며 국가 전력으로 키워낸 쪽이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더 인상 깊었습니다. 연습하다 화살이 빗나가 자기 팔목을 꿰뚫는 사고가 잦았다는 기록을 보면, 통아라는 도구 하나보다 그 위험을 감수하고 숙련을 쌓게 만든 훈련 체계가 편전의 진짜 실체였다고 생각합니다. 사거리도 마찬가지여서, 300보냐 1천보냐를 따지기 전에 보의 환산 기준부터 자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짚어준 대목이 오히려 이 글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편전은 기발한 물건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요령을 끝까지 다듬어 제도로 만든 집요함의 이야기로 읽는 게 맞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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