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리는 학창 시절 한 번쯤 읽었을 소설 속에 나오는 꽃입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년이 산에서 꺾어 소녀에게 안겨 준 꽃묶음 속에 이 노란 꽃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꽃에는 소설만큼 유명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가을 들판의 노란 구름처럼 곱지만, 뿌리에서는 오래된 장이 상한 듯한 냄새가 난다는 것입니다. 옛사람들은 그 냄새로 이 식물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꽃의 모양과 기르는 법, 그리고 그 이름 이야기를 차례로 풀겠습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마타리는 어떤 식물인가
| 항목 | 내용 |
|---|---|
| 학명 | Patrinia scabiosifolia (마타리과 마타리속) — 국립수목원 도감은 이명 P. serratulifolia로 싣고 있습니다 |
| 자생지 | 한국·일본·중국·러시아. 전국의 산과 들 양지 |
| 생활형 | 숙근성 여러해살이풀 — 노지에서 겨울을 납니다 |
| 개화 | 7~8월(도감). 자료에 따라 가을까지 이어진다고 적습니다 |
| 키 | 60~150cm,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를 칩니다 |
| 꽃 | 노란색, 꽃부리 지름 3~4mm, 5갈래. 가지 끝과 줄기 끝에 산방꽃차례로 모여 달립니다 |
| 잎 | 마주나고 깃꼴로 깊게 갈라집니다. 뿌리잎은 달걀꼴~긴 타원형 |
| 뿌리 | 굵은 뿌리가 비스듬히 뻗고,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어 새싹을 냅니다 |
| 열매 | 타원형 수과, 길이 3~4mm |
| 다른 이름 | 가양취, 가얌취 |
학명이 둘로 보이는 이유를 짧게 적어 둡니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도감은 Patrinia serratulifolia라는 이름으로 마타리를 싣고 있지만,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에서는 이 이름을 동의어(이명)로 처리하고 Patrinia scabiosifolia를 받아들인 이름으로 씁니다. 같은 식물을 가리키는 두 이름이니 자료를 찾을 때 둘 다 검색해 보면 됩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볕 좋은 풀밭에서 해마다 같은 자리에 다시 올라오는, 키 큰 노란 들꽃입니다.
우산처럼 펼쳐지는 꽃 — 산방꽃차례
마타리 꽃 한 송이는 지름 3~4mm에 불과합니다.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한 송이를 구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멀리서 눈에 띄는 것은 수백 송이가 한 평면에 모여 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꽃이 달리는 방식을 산방꽃차례라고 합니다.
- 꽃자루의 길이가 서로 다릅니다. 아래쪽에서 갈라진 꽃자루는 길고, 위쪽에서 갈라진 꽃자루는 짧습니다.
- 그 결과 꽃들이 거의 같은 높이에 나란히 놓여 윗면이 평평해집니다.
- 옆에서 보면 가는 줄기 위에 노란 우산을 펼쳐 든 모양이 됩니다.
「소나기」에서 소녀가 이 꽃을 두고 묻는 대사도 바로 이 모양에서 나옵니다. 소녀는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황순원, 「소나기」)이 무엇이냐고 묻고, 소년은 마타리꽃이라고 알려 줍니다. 소녀는 그 꽃을 양산처럼 받쳐 들어 보입니다. 식물학 용어를 몰라도 산방꽃차례의 생김새를 정확히 짚은 묘사입니다.
꽃의 속구조도 작지만 짜임새가 있습니다. 5갈래로 갈라진 꽃부리 안에 수술 4개와 암술 1개가 있고, 씨방은 꽃 아래쪽에 붙는 하위 씨방입니다. 씨방은 방이 셋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중 한 방에서만 씨가 여뭅니다. 꽃차례가 갈라지는 가지의 한쪽에는 돌기 같은 흰 털이 붙어 있어, 확대해 보면 이것도 마타리를 알아보는 단서가 됩니다.
뿌리 냄새와 패장(敗醬)
마타리의 꽃에서 향기를 기대하면 안 됩니다. 이 식물에서 이야기가 되는 냄새는 뿌리 쪽에 있습니다.
마타리 뿌리에서는 오래 묵어 상한 장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마타리 뿌리를 패장(敗醬)이라고 부릅니다. 한자 그대로 ‘못쓰게 된 장’이라는 뜻이니, 이름이 곧 냄새에 대한 기록인 셈입니다.
- 노란 꽃이 피는 마타리의 것을 황화패장, 흰 꽃이 피는 뚝갈의 것을 백화패장이라 나누어 부르기도 합니다.
- 한국전통지식포탈의 약재 정보에도 패장은 마타리의 뿌리를 가리키는 약재명으로 올라 있습니다.
- 약재로서의 쓰임은 한의학 문헌의 영역이라 이 글에서는 효능을 다루지 않습니다. 들에서 캔 뿌리를 임의로 달여 먹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정원에서 기를 때 알아 둘 실용적인 점은 하나입니다. 포기를 나누거나 옮겨 심느라 뿌리를 드러내면 냄새가 올라올 수 있습니다. 식물이 병든 것이 아니니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땅 위의 꽃과 잎만 보고 즐긴다면 냄새를 느낄 일이 거의 없습니다.
심기 — 볕과 물 빠짐이 전부입니다
마타리는 전국의 산과 들 양지에서 저절로 자라는 우리 들꽃입니다. 자생지의 조건을 옮겨 주면 까다롭지 않습니다. 도감이 적는 생육 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볕 — 해가 잘 드는 곳. 도감은 마타리를 양성식물로 분류합니다. 그늘에서는 줄기가 웃자라고 꽃이 줄어듭니다.
- 흙 — 배수가 잘 되고 다소 건조하며 부식질이 많은 사질양토. 모래가 섞여 물이 잘 빠지는 흙에 퇴비를 적당히 섞은 정도를 떠올리면 됩니다.
- 물 — 도감은 “보통으로 관수 관리한다”고 적습니다. 자리를 잡은 뒤에는 흙이 말랐을 때 주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물이 고이는 자리는 피합니다.
- 겨울 — 노지에서 월동합니다. 캐내거나 덮어 줄 필요가 없습니다.
화단에서는 뒷줄에
마타리는 키가 60~150cm까지 자랍니다.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꽃대가 높이 올라오므로 화단 뒷줄이나 울타리 앞, 담장 곁이 제자리입니다. 앞줄에 두면 뒤에 심은 꽃을 가립니다.
줄기가 가늘고 길어 바람에 크게 흔들립니다. 이 흔들림이 마타리의 매력이기도 하니, 억지로 묶기보다 바람이 심하게 몰아치지 않는 자리를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여러 포기를 모아 심으면 서로 기대어 덜 쓰러지고, 노란 꽃이 무리 지어 떠 있는 풍경이 됩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관리 — 손이 거의 가지 않습니다
마타리는 환경 내성과 이식성이 보통인 식물입니다(도감). 특별한 관리보다 자리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 거름 — 부식질이 있는 흙을 좋아하지만 거름을 많이 주면 줄기만 웃자라 쓰러지기 쉽습니다. 심을 때 퇴비를 섞는 정도면 됩니다.
- 꽃이 진 뒤 — 씨를 받을 계획이라면 꽃대를 그대로 두어 열매를 여물게 합니다. 씨를 받지 않을 거라면 지저분해진 꽃대를 잘라 정리합니다.
- 겨울 정리 — 지상부가 마르면 밑동에서 잘라 냅니다. 뿌리는 땅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다시 올라옵니다.
- 포기가 번질 때 —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새싹을 내므로 해가 갈수록 포기가 넓어집니다. 자리가 비좁아지면 아래 번식법대로 나누어 옮깁니다.
번식 — 가을 씨뿌리기와 포기나누기
도감은 마타리를 실생(씨)과 분주(포기나누기)로 번식한다고 적습니다.
① 씨뿌리기
- 가을에 씨가 익으면 받습니다. 열매는 길이 3~4mm의 납작한 타원형 수과입니다.
- 받은 즉시 뿌리는 직파가 기본입니다. 그러지 못했다면 이듬해 봄에 뿌립니다.
- 씨를 뿌린 자리는 흙이 마르지 않게 살핍니다.
도감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마타리의 어린순을 나물로 거두려고 기르는 경우에는 씨를 촘촘하게 뿌려 연하고 긴 순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들꽃이면서 오래전부터 사람의 밥상과 가까웠던 식물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들에서 비슷한 새순을 캐어 먹는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어린 잎만으로는 다른 식물과 구별이 어렵습니다.
② 포기나누기
- 마타리는 옆으로 뻗는 뿌리줄기에서 새싹이 나옵니다. 이 새싹을 뿌리째 쪼개어 심으면 됩니다.
- 도감은 나누는 시기를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여러해살이풀을 나눌 때의 일반 원칙대로 새싹이 크게 자라기 전이나 지상부가 쉬는 때에 나누면 옮겨 심은 포기의 몸살이 적습니다.
- 뿌리를 드러내는 작업이라 앞에서 말한 뿌리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씨로 키운 포기는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고, 포기나누기는 그해나 이듬해에 바로 꽃을 볼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 포기를 구했다면 나누기로 늘리고, 씨는 넓은 자리에 흩뿌리는 식으로 둘을 함께 쓰면 좋습니다.

사진: Yoko Nekonomania / CC BY 2.0 (Wikimedia Commons)
헷갈리는 종 — 흰 꽃 뚝갈
마타리를 찾아 산과 들에 나가면 꽃차례 모양은 똑같은데 꽃이 흰 식물을 만납니다. 같은 마타리속의 뚝갈(Patrinia villosa)입니다. 앞에서 본 백화패장이 이 뚝갈의 뿌리입니다.
| 구별 포인트 | 마타리 | 뚝갈 |
|---|---|---|
| 꽃 색 | 노란색 | 흰색 |
| 키 | 60~150cm | 1m에 달합니다 |
| 줄기 털 | 윗부분은 털이 없고 밑부분에 약간 | 흰 털이 많습니다 |
| 잎 모양 | 깃꼴로 깊게 갈라집니다 | 갈라지지 않거나 깃꼴로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톱니, 뒷면이 흰빛 |
| 열매 | 타원형 수과, 앞면에 맥·뒷면에 능선 | 수과에 포가 발달한 둥근 날개가 붙습니다 |
| 번식 | 씨·뿌리줄기 | 뿌리에서 뻗는 가지 끝의 새싹 |
꽃이 피어 있다면 색 하나로 끝납니다. 꽃이 없을 때는 줄기에 흰 털이 많은지, 잎이 깊게 갈라졌는지 톱니만 있는지를 봅니다. 열매 철이라면 뚝갈 열매에 붙은 둥근 날개가 확실한 표지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줄기가 자꾸 쓰러집니다 — 그늘에서 웃자랐거나 거름이 많았던 경우가 흔합니다. 볕이 드는 자리로 옮기고 거름을 줄입니다. 바람길에 있다면 여러 포기를 모아 심어 서로 기대게 합니다.
꽃이 적게 핍니다 — 볕 부족이 첫째 원인입니다. 마타리는 양지 식물이라 반그늘에서는 꽃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잎이 누렇게 무르고 포기가 약해집니다 — 물이 고이는 자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타리는 다소 건조하고 물 빠짐이 좋은 흙을 좋아합니다. 흙에 모래를 섞거나 조금 높게 돋워 심습니다.
포기 둘레가 넓어져 옆 식물을 밀어냅니다 —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새싹을 내는 성질입니다. 번진 새싹을 떼어 다른 자리에 옮겨 심으면 번식과 정리를 한 번에 할 수 있습니다.
흙을 파다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 마타리 뿌리의 본래 냄새입니다. 병이 아닙니다.
흰 꽃이 섞여 피었습니다 — 뚝갈일 가능성이 큽니다. 위의 구별표로 줄기 털과 잎 모양을 확인합니다.
연중 관리 달력
| 시기 | 할 일 |
|---|---|
| 3~4월 | 새싹이 올라옴. 전해 가을에 못 뿌린 씨 봄 파종, 포기나누기 |
| 5~6월 | 줄기가 자람. 흙이 마르면 물 주기, 거름은 적게 |
| 7~8월 | 개화(도감 기준). 쓰러짐 살피기 |
| 9~10월 | 늦게까지 꽃이 이어지는 해도 있음. 씨가 익으면 받아서 바로 뿌리기 |
| 11~2월 | 마른 지상부 정리. 노지 월동 — 따로 할 일 없음 |
이름의 내력
‘마타리’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는 설이 갈립니다. 줄기가 가늘고 길게 뻗는 모습에서 ‘말(크다)’과 ‘다리(길다)’가 합쳐졌다는 풀이가 널리 소개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옛 문헌 근거가 확인된 정설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름의 뜻을 하나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은 이름은 오히려 패장(敗醬)입니다. 꽃이 아니라 뿌리의 냄새를 보고 붙인 이름이니, 옛사람들이 이 풀을 눈보다 코로, 꽃보다 약재로 먼저 기억했다는 흔적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도감에는 가양취·가얌취라는 다른 이름도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이 꽃에 이름보다 강한 이야기를 붙여 준 것이 황순원의 「소나기」입니다. 소년은 산에서 들국화, 싸리꽃, 도라지꽃과 함께 이 노란 꽃을 꺾어 소녀에게 건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타리라는 이름을 식물도감이 아니라 소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꽃말
마타리의 꽃말은 미인, 그리고 잴 수 없는 사랑이라고 전해집니다.
‘미인’은 가는 줄기 위로 노란 꽃을 높이 받쳐 든 자태에서, ‘잴 수 없는 사랑’은 들판 가득 끝없이 펼쳐진 꽃무리에서 떠올린 말로 읽힙니다.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소나기」의 두 아이를 생각하면, 두 꽃말이 이 꽃에 유난히 잘 어울립니다.
마무리
마타리는 한 송이로는 보이지 않고, 모여서야 보이는 꽃입니다. 3~4mm짜리 작은 꽃들이 같은 높이에 나란히 서서 비로소 양산 하나가 됩니다.
기르는 법도 그만큼 단순합니다. 볕이 드는 자리, 물이 잘 빠지는 흙, 그리고 가을에 받은 씨를 바로 뿌릴 것. 이 셋만 지키면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키를 키우며 돌아옵니다. 가을 들판에서 바람에 크게 흔들리는 노란 꽃을 보면, 그 꽃묶음을 받아 들던 소녀를 한 번쯤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쇼츠 「소설 「소나기」 속 소년이 꺾어 준 꽃」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식물도감 마타리(도감번호 27951), 뚝갈(도감번호 27939)
- GBIF — Patrinia scabiosifolia — 수용명과 이명 P. serratulifolia 처리
- 한국전통지식포탈 — 패장(敗醬) — 마타리 뿌리의 약재명
- 자연을 닮은 사람들 — 마타리(패장) — 뿌리 냄새와 이름, 황화패장·백화패장
- 양평시민의소리 — 황순원과 소나기, 그리고 마타리꽃 — 「소나기」 속 장면과 꽃말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꽃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뿌리 냄새라고 봅니다. 「소나기」의 노란 꽃묶음으로만 기억하다가 패장(敗醬), 그러니까 ‘못쓰게 된 장’이라는 이름이 뿌리 냄새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면 낭만이 깨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옛사람들이 이 풀을 눈보다 코로 먼저 기억했다는 그 기록이 소설 속 장면만큼 이 꽃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기르는 쪽으로 보면 지름 3~4mm짜리 꽃 한 송이는 볼 것이 없고 무리로 모여야 양산 모양이 되는 식물이니, 화분에 한 포기 들이려는 분보다는 화단 뒷줄에 여러 포기를 몰아 심을 자리가 있는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앞줄에 낮게 정돈된 화단을 원하는 분이라면 키가 150cm까지 오르고 뿌리줄기로 해마다 번지는 이 꽃은 말리는 편입니다. 가을에 받은 씨를 바로 뿌리라는 대목만 지키면 나머지는 볕과 물 빠짐이 알아서 해 주니, 손이 많이 가는 원예종에 지친 분에게는 이만한 선택이 드물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