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장풀은 우리 곁에서 가장 흔하게 피는 파란 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길가, 밭둑, 담 밑, 물기 있는 곳이라면 한여름부터 어김없이 얼굴을 내밉니다.
그런데 이 꽃을 제대로 본 사람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벌써 시들기 시작합니다. 한낮이 지나 길을 걸으면 잎과 줄기만 보이고 꽃은 없습니다. 흔한 풀이라 여기면서도 꽃 모양을 선뜻 떠올리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또 하나, 이 꽃은 흔히 “잡초”로만 불리지만 오래도록 사람의 손에 쓰여 온 풀입니다. 꽃잎으로는 물을 들였고 어린순은 나물이 되었습니다. 아래에서 차례로 풀겠습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닭의장풀은 어떤 식물인가
| 항목 | 내용 |
|---|---|
| 학명 | Commelina communis L. (닭의장풀과 닭의장풀속) — 흔히 달개비 |
| 원산·분포 | 우리나라 자생. 전국 각처, 그리고 일본·사할린·우수리·만주·중국 |
| 자라는 곳 | 밭, 길가, 습지 등 물기 있는 곳 |
| 개화 | 도감 7~8월, 넓게는 6~9월 |
| 키 | 15~50cm. 밑부분은 옆으로 비스듬히 뻗고 윗부분이 올라섭니다 |
| 꽃 | 하늘색 꽃잎 2장(둥글고 지름 6mm) + 작고 무색인 꽃잎 1장. 접힌 포 속에서 핍니다 |
| 수술 | 모두 6개. 완전한 수술 2개와 꽃밥이 없는 헛수술 4개 |
| 잎 | 어긋나기, 난상 피침형(길이 5~7cm, 폭 1~2.5cm). 밑부분은 막질의 엽초로 줄기를 감쌉니다 |
| 뿌리·생활형 | 한해살이풀. 줄기 밑부분 마디에서 뿌리가 내립니다 |
| 열매 | 타원형 삭과. 마르면 3갈래로 갈라지고 씨가 2~4개 |
한 줄로 요약하면 물기 있는 땅을 따라 옆으로 기며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는 한해살이 들풀입니다. 이 “마디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성질이 기르는 법과 관리법을 모두 결정합니다.
하루꽃의 구조 — 파란 날개 두 장
닭의장풀의 영어 이름은 dayflower(Asian dayflower), 곧 하루꽃입니다. 꽃 한 송이가 하루를 넘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열고 오후에 닫습니다
꽃은 아침 일찍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시들기 시작합니다. 시든 꽃은 땅에 떨어지지 않고 녹듯이 오므라들어 포 속으로 말려 들어갑니다. 그래서 오후의 닭의장풀은 꽃이 진 자리조차 잘 보이지 않습니다. 꽃을 보고 싶다면 오전에 찾아가는 것이 요령입니다.
꽃잎은 셋,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둘
꽃을 정면에서 보면 나비 날개처럼 선 하늘색 꽃잎 두 장이 먼저 들어옵니다. 도감은 이 꽃의 꽃덮이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 바깥쪽 꽃덮이 3개 — 무색이고 얇은 막질입니다. 꽃받침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 안쪽 꽃덮이 3개 — 이 가운데 위쪽 2개가 둥글고 하늘색으로 크게 서고, 나머지 1개는 작고 무색입니다.
즉 꽃잎은 분명 세 장인데, 파란 두 장만 크게 키우고 한 장은 작게 남긴 비대칭 구조입니다. 작은 한 장은 흰빛으로 아래쪽에 숨어 있어 가까이 들여다봐야 보입니다.
노란 수술의 정체
파란 꽃잎 아래로 노란 수술이 반짝입니다. 그런데 도감에 따르면 수술 6개 가운데 꽃가루를 제대로 만드는 완전한 수술은 2개뿐이고, 나머지 4개는 꽃밥이 없는 헛수술입니다. 완전한 수술 2개는 길게 뻗어 나옵니다.
접힌 포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 끝, 반으로 접힌 포 속에서 나옵니다. 포는 넓은 심장형으로 안쪽으로 접혀 있고,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며 길이는 2cm쯤입니다. 조개껍데기처럼 접힌 이 초록 주머니가 꽃을 받쳐 주고, 꽃이 지면 다시 그 안으로 거두어들입니다.
기르기 — 가리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닭의장풀은 일부러 심지 않아도 자라는 풀이지만, 파란 꽃을 화분이나 정원 한쪽에 들이고 싶다면 기르기는 아주 쉽습니다.
- 볕 — 반그늘이든 양지든 가리지 않습니다. 담 밑이나 나무 그늘 가장자리에서도 자랍니다.
- 흙 — 물기 있는 흙이면 됩니다. 도감이 적은 자생지 자체가 밭·길가·습지입니다.
- 들이는 방법 — 씨앗으로도, 줄기를 꺾어 꽂는 방법으로도 됩니다. 줄기를 물기 있는 흙에 꽂아 두기만 해도 마디에서 뿌리를 내립니다.
- 화분 — 퍼지는 성질을 생각하면 화분이나 경계가 분명한 자리에 가둬 기르는 편이 관리하기 편합니다.
물과 거름
물 — 이 풀의 조건은 한 가지, 흙이 바싹 마르지 않는 것입니다. 습지와 개울가에서 잘 자라는 풀이니, 화분이라면 겉흙이 마르기 전에 넉넉히 줍니다. 한여름 땡볕 아래 화분은 금세 마르므로 더 자주 살핍니다.
거름 — 밭둑과 길가에서 스스로 자라는 풀이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흙이 극히 척박한 화분이 아니라면 거름보다 물 관리가 먼저입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여름 관리 — 퍼지는 힘을 다스리기
닭의장풀을 정원에 들일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번식력입니다. 쇼츠에서는 “줄기를 꺾어 꽂기만 해도 뿌리를 내린다”고 좋은 쪽으로만 말씀드렸지만, 화단에서는 같은 성질이 다른 꽃의 자리를 차지하는 힘이 됩니다.
퍼지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 마디 — 줄기 밑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뻗으며 땅에 닿은 마디에서 뿌리를 내립니다. 한 포기가 옆으로 번져 나갑니다.
- 씨앗 — 열매가 마르면 3갈래로 갈라져 씨를 흩습니다. 이듬해 그 자리에서 다시 싹이 납니다.
퍼짐을 막는 요령
- 열매가 마르기 전에 정리합니다. 씨가 흩어지기 전에 뽑거나 잘라 내면 이듬해 싹이 크게 줄어듭니다.
- 뽑을 때는 줄기 밑동과 뿌리까지.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므로 윗부분만 끊으면 남은 마디가 다시 자랍니다.
- 뽑은 줄기를 젖은 흙 위에 그냥 두지 않습니다. 꺾어 꽂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는 풀이라, 흙 위에 던져 둔 줄기가 그대로 새 포기가 될 수 있습니다. 모아서 치웁니다.
- 경계가 필요하면 화분이나 틀 안에 가둡니다. 파란 꽃은 즐기되 화단 전체로 번지지 않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사진: Σ64 / CC BY 4.0 (Wikimedia Commons)
번식
일부러 늘리고 싶다면 이렇게 합니다. 도감은 번식법을 씨앗과 분근(뿌리 나누기)으로 적고 있습니다.
- 줄기 꽂기 — 가장 쉽습니다. 마디가 붙은 줄기를 잘라 물기 있는 흙에 마디가 묻히게 꽂습니다.
- 포기 나누기 — 뿌리가 내린 마디째 떼어 옮겨 심습니다.
- 씨앗 — 가을에 마른 열매에서 씨를 받아 두었다가 봄에 뿌립니다. 한해살이라 겨울에는 포기가 죽고 씨앗으로 해를 넘깁니다. 그대로 두어도 떨어진 씨에서 이듬해 절로 납니다.
헷갈리는 식물 구별
닭의장풀과에는 비슷한 꽃이 여럿입니다. 특히 원예종 자주달개비와 혼동이 잦습니다.
| 식물 | 학명 | 구별 포인트 |
|---|---|---|
| 닭의장풀 | Commelina communis | 한해살이 들풀. 하늘색 꽃잎 2장 + 작은 무색 1장, 접힌 포 속에서 핌. 잎은 난상 피침형 5~7cm |
| 좀닭의장풀 | C. communis var. angustifolia | 닭의장풀의 변종. 잎이 선형~선상 피침형으로 가늘고 너비 1cm쯤. 포 겉에 9~10개 맥과 맥 위의 털 |
| 자주달개비 | Tradescantia ohiensis | 북아메리카 원산 여러해살이 원예종. 키 50cm쯤, 잎은 길이 30cm쯤의 넓은 선형. 5월경부터 핌. 자주색 꽃잎 3장이 고르게 벌어지고, 수술 6개의 수술대에 털이 많습니다 |
| 사마귀풀 | Murdannia keisak | 물가·습지의 한해살이풀. 꽃이 연한 홍자색이고 꽃잎 3장이 비슷한 크기. 8~9월 |
가장 쉬운 기준은 꽃잎의 대칭입니다. 파란 두 장이 날개처럼 서고 한 장이 작게 숨어 있으면 닭의장풀 무리, 같은 크기의 꽃잎 세 장이 삼각형으로 고르게 펼쳐지면 자주달개비입니다.
흥미롭게도 자주달개비의 꽃 역시 당일에 시든다고 도감은 적고 있습니다. 하루꽃의 성질은 이 집안의 공통점인 셈입니다. 자주달개비의 털 많은 수술대는 세포가 구슬처럼 이어져 있어 식물학 세포 실험 재료로 흔히 쓰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꽃을 한 번도 못 봤습니다 — 오후에 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꽃은 아침에 피고 오후에 시듭니다. 오전에 확인하세요.
화분에서 잎이 축 처집니다 — 물 부족입니다. 물기 있는 흙을 좋아하는 풀이니 흙이 마르지 않게 넉넉히 주세요.
화단 전체로 번졌습니다 — 열매가 마르기 전에 밑동째 뽑고, 뽑은 줄기는 흙 위에 두지 말고 치웁니다. 한 해만 씨를 막아도 이듬해가 훨씬 수월합니다.
뽑았는데 또 올라옵니다 — 땅속에 남은 마디나 흙에 떨어진 줄기 조각에서 다시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마디가 남지 않게 뿌리째 뽑아 줍니다.
자주달개비인 줄 알고 샀는데 모양이 다릅니다 — 위 구별표를 확인하세요. 꽃잎 대칭과 잎의 폭이 가장 확실한 차이입니다.
연중 관리 달력
| 시기 | 할 일 |
|---|---|
| 봄 | 지난해 떨어진 씨앗에서 싹. 원치 않는 자리의 싹은 어릴 때 미리 뽑기 |
| 봄~여름 | 자라는 동안 줄기 꽂기·포기 나누기로 원하는 자리에 들이기 |
| 6~9월 | 개화(도감 7~8월). 꽃은 오전에 감상. 흙이 마르지 않게 |
| 늦여름~가을 | 열매 맺힘. 퍼짐이 싫으면 열매가 마르기 전에 정리, 늘리고 싶으면 씨 받기 |
| 겨울 | 한해살이라 포기는 죽고 씨앗으로 월동 |
이름의 내력 — 닭장 곁의 풀, 닭 볏을 닮은 꽃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함께 전해집니다.
- 닭장 설 — 닭장 곁에서 잘 자라서 ‘닭의 장 풀’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쇼츠에서는 이 설을 소개했습니다.
- 닭 볏 설 — 꽃 모양이 닭의 볏을 닮아서 붙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두 설이 나란히 전해집니다.
흔히 부르는 달개비라는 이름도 널리 쓰입니다. 도감에는 이 밖에도 닭개비, 닭의밑씻개, 닭의발씻개, 닭의꼬꼬 같은 옛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이름마다 ‘닭’이 붙어 있어, 이 풀이 오래도록 마당과 닭장 가까이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왔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꽃잎으로 들인 남빛
이 작은 꽃은 염료로도 쓰였습니다. 옛사람들은 파란 꽃잎의 색소로 남빛 물을 들였다고 전해집니다.
나물이 된 들풀
어린순은 나물로 먹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닭의장풀의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전초를 압척초(鴨跖草)라 하여 약재로 썼다고 소개합니다. 다만 들풀을 캘 때는 다른 풀과 정확히 구별할 수 있을 때만, 그리고 차가 다니는 길가나 약을 친 밭둑은 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꽃말
닭의장풀의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이라고 전해집니다.
아침에 피어 오후에 지는 꽃에 이보다 잘 맞는 말도 드뭅니다. 한 송이의 생은 반나절이지만, 포기에서는 새 꽃이 이어 피어 여름 내내 파란색이 끊이지 않습니다. 순간은 짧아도 그 순간이 매일 되풀이되는 꽃입니다.
마무리
닭의장풀은 가장 짧게 피고, 가장 질기게 사는 풀입니다. 꽃은 반나절 만에 지는데, 줄기는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어디서든 다시 일어섭니다.
기르는 법은 단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흙이 마르지 않게 할 것, 그리고 원치 않는 곳으로 번지기 전에 열매를 정리할 것. 그리고 꽃이 보고 싶은 날에는, 오전에 찾아가세요.
쇼츠 「아침에 피어 한나절만 사는 꽃」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식물도감 닭의장풀(도감번호 34579), 좀닭의장풀(도감번호 34578), 자주달개비(도감번호 34563), 사마귀풀(도감번호 34582)
- 국립수목원 — 우리꽃 이야기 59. 닭의장풀 — 꽃 구조, 어린순 나물·압척초
- 위키백과 — 닭의장풀 — 개화 시간, 하루 만에 지는 꽃, 염료 쓰임
제 생각은요
저는 이 풀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오전에만 핀다”는 한 줄이라고 봅니다. 닭의장풀을 한 번도 못 봤다는 말은 대부분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후에만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흔한 것과 아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를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과소평가된 대목은 번식력 관리인데, 뽑은 줄기를 젖은 흙 위에 던져 두면 그게 그대로 새 포기가 된다는 성질은 기르려는 사람에게는 장점이지만 화단을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뽑는 일보다 치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꽃을 화분에 가둬 기르는 쪽을 권하고, 경계 없는 화단에 바로 들이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수술 여섯 개 중 넷이 꽃밥 없는 헛수술이라는 대목처럼, 반나절짜리 꽃 하나에도 들여다볼수록 계산된 구석이 많다는 것이 이번에 가장 뜻밖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