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키우기와 오상고절의 유래 — 대륜·중륜·소륜 구분, 삽목과 포기나누기 시기

대부분의 꽃은 서리가 내리면 끝입니다. 그런데 서리를 맞고 나서야 제대로 피는 꽃이 하나 있습니다.

늦가을 국화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사군자에 든 유일한 가을꽃

매화는 겨울 끝에, 난초는 봄에, 대나무는 사철 푸릅니다. 그리고 국화는 가을 끝자락을 맡았습니다. 옛사람들이 이 넷을 묶어 사군자라 부른 것은 그림 소재로 예뻐서가 아니라, 저마다 철을 견디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국화에게 붙은 별명이 오상고절(傲霜孤節) — ‘서리를 업신여기는 외로운 절개’입니다. 다른 꽃이 다 진 10~11월에 홀로 피어, 서리를 맞고도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말입니다.

대륜·중륜·소륜, 국화의 크기 등급

국화는 오래 재배해 오는 동안 변종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그래서 품종을 부를 때 꽃 지름으로 등급을 나누는 관행이 자리 잡았습니다.

등급꽃 지름흔히 보는 자리
대륜(大輪)18cm 이상국화 전시회의 ‘한 대 국화’, 헌화용
중륜(中輪)9cm 이상꽃꽂이용 절화, 화분 관상
소륜(小輪)9cm 미만스프레이 국화, 화단·분화

꽃잎 모양으로는 후물(厚物)·관물(管物)·광물(廣物)로 나눕니다. 꽃잎이 두툼하게 겹쳐 공처럼 뭉치면 후물, 대롱처럼 가늘고 길게 말리면 관물, 넓적하게 펼쳐지면 광물입니다. 흔히 ‘국화답다’고 느끼는 그 둥근 공 모양이 후물 계열입니다.

국화 개화 3단계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국화 군락 사진

사진: “Chrysanthemum (국화)” by golbenge (골뱅이) is licensed under CC BY-SA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국화는 어떤 식물인가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줄기는 1m까지 자라고 밑동은 약간 목질로 단단해집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중앙부까지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머리모양꽃차례입니다. 우리가 ‘꽃잎’이라 부르는 바깥쪽 가느다란 것은 암꽃인 혀꽃이고, 가운데 촘촘한 부분이 열매를 맺는 관상화입니다. 한 송이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수백 송이의 모임입니다.

심기 — 자리와 흙

까다롭지 않습니다. 도감 표현대로 좋은 토질이면 어디서든 잘 자랍니다. 다만 두 가지는 지켜야 합니다.

  • — 양지가 원칙입니다. 그늘에서는 줄기만 웃자라고 꽃이 부실합니다.
  • 배수 — 물이 고이는 자리는 뿌리가 상합니다.

노지에 심는다면 봄(4~5월)이 무난합니다. 화분이라면 분갈이도 이때 함께 합니다.

물주기와 관리

겉흙이 마르면 주는 정도가 기준입니다. 국화는 과습에 약한 편이라, 매일 정해진 시각에 붓는 것보다 흙을 손가락으로 짚어보고 판단하는 편이 낫습니다.

키를 잡으려면 순자르기가 핵심입니다. 초여름에 줄기 끝을 잘라주면 곁가지가 나와 꽃 수가 늘고, 키가 덜 자라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걸 두세 번 반복하면 화분에서도 둥글게 잡힙니다.

번식 — 삽목과 포기나누기

국화 번식법은 종간잡종법·생태육종법까지 여럿이지만, 집에서 하는 것은 사실상 둘입니다.

삽목(꺾꽂이) — 봄에 올라온 새순을 잘라 마사토나 모래에 꽂습니다. 국화는 발근이 잘 되는 편이라 초보자도 성공률이 높습니다. 품종의 성질이 그대로 이어지므로, 마음에 든 포기를 늘릴 때 이 방법을 씁니다.

포기나누기(분주) — 봄에 포기를 캐서 뿌리째 갈라 심습니다. 한자리에 여러 해 두면 포기 가운데가 비고 꽃이 작아지므로, 2~3년에 한 번은 나눠주는 편이 좋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줄기가 길게 웃자라 쓰러집니다 — 볕 부족이거나 순자르기를 안 한 경우입니다. 거름을 많이 준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꽃이 예정보다 일찍/늦게 핍니다 — 국화는 밤이 길어지면 꽃눈을 만드는 성질이 있습니다. 밤에 가로등이나 실내조명이 계속 비치는 자리라면 개화가 밀립니다.

아랫잎이 마릅니다 — 물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뿌리가 물에 잠겨 상한 경우입니다. 흙을 파보면 어느 쪽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꽃말

국화의 꽃말은 고결입니다. 화려함이나 향기가 아니라, 철이 다 지난 자리에 남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 얻은 이름입니다.

마무리

국화가 사군자에 든 이유는 잘나서가 아니라 늦어서입니다. 모두가 물러난 다음에도 자리를 지킨 것이 절개가 됐습니다.

올가을 서리 내린 아침에 아직 서 있는 국화를 보거든, 그게 늦게 핀 게 아니라 그때를 기다린 것이라는 걸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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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종의 특징이 어긋나지 않도록 개화기·꽃 색·잎 모양을 도감과 대조해 만들었습니다.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가로등 이야기라고 봅니다. 국화가 밤이 길어져야 꽃눈을 만든다는 성질은 알고 나면 당연해 보이지만, 베란다나 화단의 국화가 늦도록 안 피는 이유를 조명 탓이라고 짚어내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오상고절이니 절개니 하는 상징보다, 초여름에 순자르기를 두세 번 해주는 손질 쪽이 실제로 국화를 국화답게 만드는 데는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리를 견디는 절개는 국화가 알아서 하는 일이고, 우리가 거들 수 있는 건 볕과 배수, 그리고 제때의 가위질뿐이라는 게 이 글을 정리하며 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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