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천시계 — 만원권 뒷면에 있는 그 기계, 동력은 쇠구슬입니다

혼천의

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만원권 지폐 뒷면에 둥근 고리들이 겹겹이 얽힌 기계가 그려져 있습니다. 매일 보면서도 그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실물은 지금도 고려대학교박물관에 있고, 국보로 지정돼 있습니다.

위 사진은 국보 혼천시계가 아니라 별도의 혼천의입니다. 국보 혼천시계는 이런 혼천의에 시계 장치를 결합한 형태입니다.

태엽이 아니라 추와 쇠구슬입니다

이 기계의 동력은 태엽이 아닙니다. 추 두 개가 각각 다른 일을 맡습니다. 하나는 시각을 표시하고 혼천의를 회전시키는 데 쓰이고, 다른 하나는 종을 치는 데 쓰입니다.

타종 쪽 구조가 특히 흥미롭습니다. 쇠구슬이 홈통을 굴러 내려가 망치를 걸어 종을 칩니다. 종을 친 구슬은 그대로 버려지지 않고, 바퀴가 다시 위로 들어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같은 동작이 반복됩니다.

시각을 알리는 동시에 하늘의 별자리가 함께 돌아갑니다. 시계와 천문 기구가 하나의 동력계로 묶여 있는 것입니다.

두 세계를 붙인 지점이 독창성입니다

1669년(현종 10), 천문학 교수였던 송이영이 이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서양식 자명종의 추동력 기계장치를 가져와, 동양에서 오래 쓰던 혼천의에 연결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혼천의 자체는 한국의 발명이 아닙니다. 천체의 위치를 나타내는 이 기구는 중국 한나라 이래로 쓰여 왔고, 조선에서도 그 전통 위에서 제작됐습니다.

이 유물의 가치는 ‘최초’에 있지 않고 결합에 있습니다. 서양의 기계식 동력계와 동양의 천문 기구를 하나로 묶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서로 다른 계통의 기술을 붙여 작동하게 만드는 일은, 둘 다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장영실의 혼천의’라는 오해

이 기계를 장영실의 작품으로 소개하는 글이 흔합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조선 최초의 혼천의는 1433년(세종 15)에 정초·이천·장영실 등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실물은 전하지 않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국보이자 지폐 도안의 원본은 그로부터 236년 뒤인 1669년 송이영의 작품입니다.

오해가 퍼진 이유는 짐작할 만합니다. 조선 과학기술을 이야기할 때 장영실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세종 대의 혼천의와 현종 대의 혼천시계가 둘 다 ‘혼천’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것과 전하지 않는 것은 구분해서 말하는 편이 두 사람 모두에게 정확합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나

「혼천의 및 혼천시계」는 1985년 국보로 지정됐고, 고려대학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지갑에서 만원권을 꺼내 뒷면을 보면, 삼백오십 년 전에 만들어진 기계 하나가 접혀 있습니다. 쇠구슬이 굴러 종을 치고 바퀴가 그것을 다시 들어 올리는 동작이, 지금도 서울 한복판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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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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