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산기슭 풀밭에서 노란 우산 모양 꽃을 보면 대개 마타리입니다. 그런데 그 곁에 꽃 모양은 똑같은데 색만 하얀 꽃이 서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 꽃이 뚝갈입니다.
둘은 같은 마타리속 형제라 멀리서는 색으로만 갈립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차이가 더 보입니다. 뚝갈은 줄기에 흰 털이 빽빽하고, 잎이 더 넓적하며, 열매에는 마타리에게 없는 동그란 날개가 달립니다. 일본에서는 이 차이를 두고 마타리를 여자 꽃, 뚝갈을 남자 꽃이라 불렀습니다. 이 글에서는 쇼츠에 다 담지 못한 뚝갈의 생김새와 마타리와 구별하는 법, 그리고 기르고 늘리는 법을 정리합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뚝갈은 어떤 식물인가
| 항목 | 내용 |
|---|---|
| 학명 | Patrinia villosa (Thunb.) Juss. (마타리과 마타리속) |
| 영명 | White-flower golden lace |
| 이명 | 뚜깔, 뚝깔, 흰미역취 (도감의 비추천명), 패장 |
| 분포 |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일본·중국에도 분포 |
| 자라는 곳 | 산기슭이나 볕이 잘 드는 풀밭 |
| 생활형 | 여러해살이풀 |
| 키 | 1m 안팎, 줄기에 흰 털이 많다 |
| 잎 | 마주나기, 단순하거나 깃꼴로 갈라짐, 길이 3~15cm, 표면 짙은 녹색·뒷면 흰빛, 톱니 있음. 위쪽 잎이 가장 크고 넓은 달걀꼴 타원형 |
| 개화 | 7~8월 (일본 자료는 8~10월) |
| 꽃 | 흰색,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산방꽃차례. 꽃부리 지름 4mm, 다섯 갈래, 수술 4개가 꽃 밖으로 길게 나옴 |
| 열매 | 길이 2~3mm 수과, 포가 자란 지름 5~6mm의 둥근 날개가 달림 |
한 줄로 줄이면 털 많고 억센 흰 마타리입니다. 학명의 villosa도 라틴어로 ‘털이 많은’이라는 뜻입니다.
마타리와 무엇이 다른가
뚝갈을 처음 보는 사람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두 식물은 꽃차례 모양과 꽃 크기가 거의 같아서, 색 말고도 몇 군데를 보면 확실히 가릴 수 있습니다.
| 구분 | 뚝갈 | 마타리 |
|---|---|---|
| 꽃색 | 흰색 | 노란색 |
| 줄기 털 | 흰 털이 빽빽함 (특히 줄기 아래쪽과 꽃차례 가지) | 거의 없고 매끈함 |
| 잎 | 위쪽 잎이 넓은 달걀꼴, 투박한 느낌 | 깃꼴로 깊게 갈라진 가는 잎이 많음 |
| 열매 | 둥근 날개(포)가 붙음 | 날개 없음 |
| 번식 | 밑에서 뻗는 기는줄기 끝에 새싹 | 땅속줄기로 퍼짐 |
| 일본 이름 | 오토코에시(男郎花) | 오미나에시(女郎花) |
꽃이 지고 난 가을에는 열매를 보면 가장 쉽습니다. 뚝갈 열매에는 동전처럼 둥근 초록 날개가 달려 꽃차례 전체가 작은 원반을 매단 것처럼 보입니다. 이 날개는 열매 밑의 포가 자라서 생긴 것으로, 일본 자료는 마타리속 가운데서도 뚝갈이 유난히 잘 발달한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심기 — 볕 좋은 산기슭을 옮겨 온다
뚝갈의 자생지는 산기슭과 볕이 잘 드는 풀밭입니다. 정원에서도 그 조건을 떠올리면 됩니다.
- 볕 — 양지. 해가 오래 드는 곳이어야 꽃대가 곧게 서고 꽃이 많이 달립니다. 그늘에서는 줄기가 가늘게 웃자라 쓰러지기 쉽습니다.
- 흙 — 물 빠짐 좋은 흙. 산기슭 풀밭처럼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는 곳이 맞습니다. 화단이 질척하다면 흙을 조금 돋우어 심습니다.
- 자리 — 키가 1m 안팎으로 자라므로 화단 뒷줄이나 울타리 곁이 어울립니다. 여름 내내 잎만 무성하다가 한여름에 흰 우산을 펼치니, 앞쪽에 키 작은 들꽃을 두면 계절이 이어집니다.
- 짝 심기 — 노란 마타리와 나란히 심으면 두 형제의 차이가 한눈에 보입니다. 자생지에서도 둘이 가까이 자라는 경우가 흔합니다.
물과 거름 — 자생지처럼 담백하게
뚝갈은 산기슭 풀밭에서 따로 돌봄 없이 자라는 풀입니다. 기르는 쪽에서도 너무 잘해 주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 물 — 뿌리를 내린 뒤에는 비만으로 충분합니다. 심은 직후와 오래 가물 때만 흠뻑 줍니다. 늘 젖어 있는 흙은 뿌리를 상하게 합니다.
- 거름 —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름이 넘치면 줄기만 웃자라 꽃이 필 무렵 쓰러집니다. 봄에 완효성 비료를 조금 주는 정도면 됩니다.
- 지지대 — 바람이 센 자리라면 꽃대가 올라올 무렵 지지대를 하나 세워 두면 안전합니다.
늘리기 — 기는줄기 끝의 새싹
뚝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번식 방식입니다. 국립수목원 도감은 뚝갈이 “뿌리에서 가지가 자라면서 끝에 새싹이 생겨 번식한다”고 적습니다. 포기 밑에서 땅 위나 땅속으로 가는 줄기가 옆으로 뻗고, 그 끝에 새 포기가 생깁니다.
- 떼어 옮기기 — 기는줄기 끝의 새싹이 뿌리를 내렸으면 줄기를 끊어 새 포기째 옮겨 심습니다. 봄이나 가을이 좋습니다.
- 흙에 닿게 도와주기 — 일본 자료에 따르면 풀이 빽빽한 곳에서는 기는줄기 끝의 새싹이 흙에 닿기 전에 말라 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늘리고 싶다면 포기 둘레의 풀을 정리해 새싹이 흙에 닿도록 해 줍니다.
- 씨앗 — 가을에 여문 씨앗을 받아 바로 뿌리거나, 서늘하게 보관했다가 봄에 뿌리는 방법이 원예 자료에 소개됩니다. 날개 달린 열매째 뿌려도 됩니다.
마타리 편에서 소개한 방법이 가을 씨앗 직파였다면, 뚝갈은 포기 스스로 옆으로 걸어 나가며 퍼지는 풀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사진: “Patrinia villosa” by 岸本年郎 is licensed under CC BY 4.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위 사진은 일본의 한 산길에서 찍힌 뚝갈입니다. 흰 꽃이 몇 송이 남아 있고, 꽃차례의 대부분은 이미 동그란 초록 날개를 단 열매로 바뀌었습니다. 쇼츠에서 “열매에는 마타리에게 없는 동그란 날개가 달립니다”라고 한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래쪽의 넓적하고 톱니 있는 잎도 뚝갈을 알아보는 단서입니다.
이름의 내력 — 뚝뚝한 풀, 남자 꽃
뚝갈이라는 이름은 생김새가 뚝뚝하다(또는 맛이 좋지 않다)는 데서 왔다는 풀이가 전합니다. 정설은 아니지만, 털이 많고 억센 모습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풀이입니다. 도감에는 뚜깔, 뚝깔, 흰미역취라는 다른 이름도 올라 있습니다.
일본 이름은 더 직설적입니다. 노란 마타리는 오미나에시(女郎花, 여자 꽃), 흰 뚝갈은 오토코에시(男郎花, 남자 꽃)입니다. 마타리에 비해 크고 억세며 털이 많아 남성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름의 까닭으로 설명됩니다. 흰 꽃을 흰쌀밥에, 노란 꽃을 좁쌀밥에 빗대 ‘남자 밥(오토코메시)’과 ‘여자 밥(오미나메시)’에서 이름이 왔다는 풀이도 함께 전합니다.
한국에서는 뚝갈을 패장(敗醬)이라고도 불렀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뿌리와 전초를 약재로 썼다는 기록을 전합니다. 다만 약재로서의 효능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꽃말 — 야성미
뚝갈의 꽃말은 야성미로 소개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털과 투박한 잎, 풀숲 사이로 기는줄기를 뻗어 스스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노란 마타리의 짝으로만 불리기에는 아까운, 제 나름의 멋이 있는 꽃입니다.
계절마다 뚝갈 알아보기
뚝갈은 꽃이 없는 계절에도 알아볼 단서가 많습니다.
- 봄 — 땅에서 올라온 새순부터 털이 까슬까슬합니다. 잎은 마주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뒷면이 희끗합니다. 매끈한 새순이라면 마타리 쪽을 의심해 봅니다.
- 초여름 — 줄기가 1m 가까이 곧게 올라오고, 위쪽 잎이 가장 크고 넓적해집니다. 포기 밑에서 가는 줄기가 옆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보이면 뚝갈입니다.
- 한여름 — 가지 끝마다 흰 우산 모양 꽃차례가 펼쳐집니다. 꽃 하나는 지름 4mm 남짓이고, 수술이 꽃 밖으로 삐죽 나와 꽃차례가 살짝 보송해 보입니다.
- 가을 — 꽃차례가 둥근 초록 날개를 단 열매로 가득 찹니다. 날개가 마르면 갈색 종잇조각처럼 되어 바람을 탑니다.
화분에서 기를 때
마당이 없다면 화분에서도 기를 수 있습니다. 다만 키가 크고 기는줄기를 뻗는 풀이라 깊고 넓은 화분을 고릅니다.
- 흙은 원예용 상토에 마사토나 굵은 모래를 섞어 물 빠짐을 좋게 합니다.
- 해가 가장 오래 드는 베란다나 옥상에 둡니다. 볕이 부족하면 꽃대가 가늘게 웃자랍니다.
- 물은 겉흙이 마르면 흠뻑, 물받침에 고인 물은 버립니다.
- 기는줄기가 화분 밖으로 넘어가면 끝의 새싹을 다른 화분에 떼어 심어 포기를 늘립니다.
이럴 땐 이렇게
| 증상 | 원인 | 대처 |
|---|---|---|
| 꽃대가 쓰러진다 | 그늘, 거름 과다 | 양지로 옮기기, 거름 줄이기, 지지대 |
| 꽃이 적다 | 햇빛 부족 | 볕이 오래 드는 자리로 |
| 밑동이 무른다 | 물 고임 | 흙 돋우기, 물 간격 늘리기 |
| 포기가 안 늘어난다 | 기는줄기 새싹이 흙에 못 닿음 | 둘레 풀 정리, 새싹 떼어 옮겨 심기 |
연중 관리 달력
| 시기 | 할 일 |
|---|---|
| 3~4월 | 새싹 돋음, 씨뿌리기, 새 포기 옮겨심기, 완효성 비료 약간 |
| 5~6월 | 줄기 자람, 바람 센 곳은 지지대 |
| 7~8월 | 흰 꽃 활짝 |
| 9~10월 | 둥근 날개 열매 여묾, 씨앗 받기, 기는줄기 새싹 정리 |
| 11~2월 | 지상부 정리, 겨울나기 |
마무리
뚝갈은 마타리와 꼭 닮았지만 흰 꽃과 흰 털, 날개 달린 열매를 가진 억센 형제입니다. 기르는 법도 간단합니다. 볕이 잘 드는 곳에, 물 빠짐 좋은 흙에 심고, 기는줄기 끝의 새싹을 떼어 옮기면 해마다 포기가 늘어납니다. 올여름 산기슭에서 흰 우산 모양 꽃을 만나면, 줄기를 한번 쓸어 보세요. 까슬한 흰 털이 느껴지면 뚝갈입니다.
쇼츠 「마타리의 하얀 쌍둥이, 일본에선 남자 꽃」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 중 개화 장면은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세 번째 사진 제외).
참고 자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식물도감 뚝갈(도감번호 27939): 분포·형태·번식법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뚝갈 — 이명 패장, 옛 쓰임
- 위키백과(일본어) — オトコエシ — 이름 유래, 열매 날개, 기는줄기 번식
- 제주의소리 — 야성미 매력 덕분? 곤충들이 즐겨 찾는 야생화 뚝갈 — 꽃말, 이름 풀이
제 생각은요
제가 이 글을 정리하면서 가장 마음이 간 대목은 뚝갈의 번식 방식이었습니다. 흰 꽃과 열매의 둥근 날개가 마타리와 가르는 눈에 띄는 차이라면, 기는줄기 끝에 새싹을 밀어 올리며 스스로 옆으로 걸어 나가는 습성이야말로 이 풀의 진짜 개성이라고 저는 봅니다. 풀이 빽빽하면 그 새싹이 흙에 닿기도 전에 말라 버린다는 일본 자료의 대목은, 결국 기르는 사람이 할 일이 물이나 거름이 아니라 포기 둘레의 풀을 치워 주는 것뿐이라는 뜻이라 오히려 마음이 놓였습니다. 볕과 물 빠짐만 맞으면 비만으로 자라는 풀에게 거름을 보태 봐야 웃자라 쓰러진다는 것도, 잘해 주는 것과 잘 기르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줍니다. 남자 꽃이라는 일본 이름보다는, 다듬어지지 않은 채 제 힘으로 퍼져 나간다는 뜻의 꽃말 야성미가 이 풀에는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