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과 감국 구별법 — 꽃 크기·혀꽃 길이·맛으로 가르는 법, 척박한 땅에서 키우는 요령

가을 산기슭이 온통 노랗게 덮입니다. 이 꽃을 뭉뚱그려 들국화라 부르지만, 노란 들국화는 대개 둘 중 하나입니다. 산국이거나 감국입니다.

산국 만개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둘은 같은 시기에 같은 자리에 피고 생김새도 매우 닮았습니다. 이 글의 절반은 그 둘을 확실하게 가르는 법, 나머지 절반은 실제로 키울 때 필요한 것들입니다.

산국과 감국 구별법 — 표로 정리했습니다

꽃 하나만 보지 말고 무리 전체를 보십시오. 그러면 훨씬 쉽습니다.

기준산국 (Chrysanthemum seticuspe)감국 (Chrysanthemum indicum)
꽃 지름1.5cm 안팎 — 50원 동전 크기2.5cm 안팎 — 500원 동전 크기
혀꽃(설상화) 길이가운데 통꽃 뭉치 지름보다 짧음통꽃 뭉치 지름보다 김
인상가운데 노란 덩어리가 커 보임꽃잎이 길어 활짝 벌어져 보임
무리 짓는 밀도아주 촘촘하게 뭉쳐 달림. 산을 덮음더 성기게, 듬성듬성
맛씁니다답니다 (甘菊, 단 국화)
키1~1.5m로 곧게 섬대개 더 낮고 옆으로 눕는 편
자라는 자리산기슭·들판 양지. 전국에 흔함볕 바른 산기슭, 특히 바닷가 쪽에 많음

현장에서 판별하는 순서입니다.

  • 크기를 재 보십시오. 동전을 대 보면 확실합니다. 50원이면 산국, 500원이면 감국.
  • 꽃 하나의 비율을 보십시오. 혀꽃이 짧아 가운데 뭉치가 커 보이면 산국입니다. 감국은 꽃잎이 길어 데이지처럼 벌어집니다.
  • 뭉친 정도를 보십시오. 꽃이 서로 닿을 만큼 빽빽하면 산국입니다.
  • 맛을 보십시오. 꽃잎 한 장을 씹어 쓰면 산국, 달면 감국입니다. 옛사람들이 이름을 붙인 기준이 이것입니다.

‘산국(山菊)’은 말 그대로 산에 피는 국화라는 뜻입니다. 같은 시기 같은 자리에 피는 사촌은 맛이 달아 ‘감국(甘菊)’, 단 국화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산국은 쓴맛 탓에 그런 수식 없이 그저 산의 국화로 불렸습니다.

학명에 담긴 것

산국의 학명은 여러 이름을 거쳤습니다. 검색하다 보면 헷갈리기 쉬우니 정리해 둡니다.

  • 국립수목원 도감의 현재 처리는 Chrysanthemum seticuspe (Maxim.) Hand.-Mazz.입니다. seticuspe는 ‘뻣뻣한 털 같은 뾰족한 끝’이라는 뜻으로, 잎 톱니의 날카로움을 가리킵니다.
  • 오래 쓰인 Chrysanthemum boreale Makino(= Dendranthema boreale)는 같은 식물의 이명입니다. boreale는 라틴어로 ‘북방의’라는 뜻으로, 시베리아까지 뻗은 분포를 담은 이름입니다.
  • GBIF와 iNaturalist는 이 둘을 Chrysanthemum lavandulifolium 아래로 통합해 처리합니다. 근연 별종이 아니라 같은 분류군의 다른 이름입니다.

주의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Chrysanthemum boreale (Fisch. ex DC.) B.Fedtsch.는 명명자가 다른 동명이인으로, 전혀 다른 식물인 쑥국화(Tanacetum vulgare)의 이명입니다. 학명만 보고 이미지를 검색하면 엉뚱한 식물이 나옵니다.

언제, 어떻게 피는가

산국은 9월에 피기 시작해 11월까지 갑니다. 절정은 10월입니다.

  • 봄에 뿌리에서 새순이 올라와 여름 내내 키를 키웁니다. 이때가 순자르기를 할 시기입니다.
  • 여름 끝자락에 가지 끝마다 좁쌀 같은 녹색 봉오리가 산형으로 뭉쳐 달립니다.
  • 9월 들어 봉오리가 벌어지며 노란 혀꽃이 짧게 펴지고, 가운데 통꽃 뭉치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 서리가 내려도 한동안 버텨 가을 산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는 꽃 축에 듭니다.
산국 개화 3단계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산국 실사 사진

사진: “File:Dendranthema lavandulifolium var. seticuspe 2.jpg” by Grrewa is licensed under CC BY-SA 4.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산국은 어떤 식물인가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항목내용
학명Chrysanthemum seticuspe (Maxim.) Hand.-Mazz.
개화9~11월 (절정은 10월)
키1~1.5m, 가지가 많이 갈라짐
줄기·잎전체에 짧은 백색 털
잎어긋나기, 깃꼴로 깊이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
꽃노란 두상화, 지름 1.5cm. 가지 끝에 산형 비슷하게 뭉쳐 달림
자생지전국 산기슭·들판 양지바른 마른 땅
분포한국·일본·중국 북부·시베리아

습한 곳을 꺼립니다. 이 한 줄이 재배법 대부분을 결정합니다.

심기 — 척박하고 마른 양지가 정답입니다

산국은 잘 해 주면 오히려 망가지는 식물입니다. 거름 주고 물 주고 그늘에서 곱게 키우면 웃자라 쓰러집니다.

  • 볕 — 온종일 해가 드는 양지여야 합니다. 그늘에서는 줄기만 길어지고 꽃이 적어지며 결국 옆으로 넘어집니다.
  • 흙 — 배수만 잘되면 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척박하고 돌이 섞인 땅에서 키가 낮게 야무지게 자랍니다. 마사토를 넉넉히 섞으십시오.
  • 비료 — 거의 주지 않습니다. 부엽토로만 충분합니다. 질소가 많으면 잎만 무성해지고 꽃이 줄며 반드시 쓰러집니다.
  • 자리와 시기 — 화단 뒤쪽·경사면·축대 위처럼 물이 고이지 않는 곳에 봄(3~4월)에 심습니다.

물주기 — 아껴 주는 것이 잘 주는 것입니다

건조에 매우 강합니다.

흙이 마르면 주는 정도로 충분하고, 과습을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뿌리가 상하는 일은 물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넘쳐서 생깁니다. 노지에 자리를 잡은 뒤에는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화분이라면 배수구가 넉넉한 토분을 쓰십시오. 플라스틱 화분에 일반 상토만 채우면 과습으로 가기 쉽습니다.

순자르기 — 쓰러짐을 막는 유일한 방법

키가 1.5m까지 자라는데, 꽃이 필 무렵 그 무게로 넘어집니다. 지주를 세우는 것보다 순을 자르는 편이 낫습니다.

  • 5월과 6월, 두 번 줄기 끝을 잘라 줍니다. 손끝으로 순을 따 내는 정도면 됩니다.
  • 자를 때마다 곁가지가 두 개씩 나와 포기가 낮고 촘촘해집니다.
  • 7월 이후에는 자르지 마십시오. 꽃눈이 만들어지는 시기라 그해 꽃을 버리게 됩니다.
  • 그래도 넘어진다면 자리가 그늘이거나 거름이 과한 것입니다. 순자르기 문제가 아닙니다.

이럴 땐 이렇게

증상원인대처
줄기가 길게 웃자라 쓰러짐그늘 / 질소 과다볕 드는 자리로 옮기고 비료를 끊음
꽃이 적음그늘, 또는 7월 이후 순자르기볕 확보. 순자르기는 6월까지만
아래 잎이 누렇게 마름과습으로 뿌리가 상함물주기를 줄이고 배수를 고침
가운데가 비고 바깥만 자람포기가 늙음봄에 캐서 포기나누기
잎이 오글거리고 끈적함진딧물물로 씻어 내거나 친환경 약제
흰 가루가 낌흰가루병 — 통풍 불량포기를 솎아 바람길을 냄

번식 — 포기나누기와 삽목

둘 다 쉽습니다. 여러해살이라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계속 늘어납니다.

포기나누기 (봄)

3~4월, 새싹이 올라올 무렵 캐서 뿌리째 손으로 갈라 눈이 서너 개씩 붙게 나눕니다. 바로 심고 한 번 흠뻑 준 뒤로는 아껴 줍니다. 3~4년에 한 번 나눠 주면 가운데가 비는 것을 막습니다.

삽목 (초여름)

5~6월, 그해 자란 줄기 끝을 8~10cm 잘라 아래쪽 잎을 떼고 위쪽 2~3장만 남긴 뒤 모래나 펄라이트에 꽂습니다. 반그늘에서 마르지 않게 두면 2~3주면 뿌리가 납니다. 국화과 중에서도 특히 잘 붙는 편이라, 순자르기로 잘라 낸 순을 그대로 꽂아도 됩니다.

가을 국화차와 국화주

가을에 노란 국화를 말려 차를 담그고 술을 빚는 풍습이 오래 전합니다.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국화주를 담갔고, 말린 꽃을 베갯속에 넣은 국침(菊枕)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다스렸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적어 둡니다. 이 기록들은 국화 전반, 특히 감국을 중심으로 전합니다. 산국만을 특정한 기록이 아닙니다. 차와 술에는 단맛이 도는 감국을 주로 씁니다. 산국은 쓴맛이 강해 그대로 우리면 마시기 어렵습니다.

산국을 쓰겠다면 이렇게 합니다.

  • 꽃이 막 벌어진 것을 따서 그늘에 말립니다. 볕에 말리면 색과 향이 날아갑니다.
  • 쓴맛을 줄이려면 살짝 쪄서 말립니다(증제, 蒸製). 우릴 때는 조금만 넣고 짧게 우리고, 꿀이나 감국을 섞으면 마시기 좋아집니다.
  • 채취는 농약과 매연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하십시오. 도로변 개체는 피하십시오.

꽃말

산국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입니다.

마무리

산국은 이름을 크게 얻지 못한 꽃입니다. 사촌은 달아서 감국이 되었는데, 이쪽은 써서 그냥 산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을 산을 가장 넓게 덮는 것은 이 꽃입니다. 꽃 하나는 50원 동전만 하지만, 그 작은 꽃들이 촘촘하게 뭉쳐 산 하나를 노랗게 물들입니다.

가을 산에서 노란 들국화를 만나거든 꽃 하나를 재 보십시오. 작다면, 그게 산국입니다.

쇼츠 「달지 않다는 이유로 이름을 못 받은 꽃」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재배법 쪽이라고 봅니다. 구별법이야 동전 대 보고 혀꽃 길이 보면 되지만, 거름 주고 물 주는 정성이 오히려 산국을 웃자라 쓰러지게 만든다는 건 화초를 아끼는 사람일수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척박한 마사토 땅에 심고 5~6월 두 번 순만 잘라 준 뒤 내버려 두라는 조언은, 잘 키운다는 것이 곧 많이 해 주는 것이라는 통념과 정반대라서 더 기억해 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국화차 쪽은 다소 과대평가되기 쉬운데, 차와 술의 기록은 단맛 도는 감국 중심이고 쓴 산국은 쪄서 말리는 수고까지 해야 겨우 마실 만해지니, 차를 목적으로 산국을 심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저는 산국의 진짜 쓸모는 찻잔이 아니라,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경사면과 축대 위를 10월 한 달 노랗게 덮어 주는 데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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