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억새 구별법 6가지 — 정원에 갈대 심을 때 반드시 가둬야 하는 이유, 근경 분주법

가을 물가에 은빛 물결이 섭니다. 흔히 억새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물가에 선 것은 대개 억새가 아니라 갈대입니다.

갈대 군락 만개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이 글은 둘을 확실하게 가르는 법과 정원에 갈대를 들일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다룹니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아무 데나 심었다가 정원을 통째로 내주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갈대와 억새 구별법 — 여섯 가지로 갈립니다

같은 벼과지만 속(屬)이 다릅니다. 갈대는 갈대속(Phragmites), 억새는 억새속(Miscanthus)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사촌도 아니고 남입니다.

기준갈대 (Phragmites australis)억새 (Miscanthus)
자리강 하구·호숫가·습지의 물가. 발이 물에 잠깁니다산과 들. 마른 땅, 능선과 산비탈
이삭 색필 때 자갈색 → 익으면 회백색처음부터 은백색·연갈색
이삭 모양빽빽한 원추형이 한쪽으로 쏠려 늘어짐부챗살처럼 성기게 갈라져 퍼짐
잎 너비2~4cm로 넓음. 주맥이 눈에 잘 안 띔더 좁고 가운데 흰 주맥이 뚜렷
키1~3m. 사람 키를 훌쩍 넘김대개 1~2m
줄기 마디의 털마디에 털이 없음. 엽초 입구에만 긴 털마디에 털이 있는 것이 많음

현장에서 가장 빠른 순서는 이렇습니다.

  • 발밑을 보십시오. 물이나 젖은 진흙이면 갈대, 마른 땅이면 억새. 열에 아홉은 이것으로 끝납니다.
  • 이삭을 보십시오. 빗자루처럼 한쪽으로 쏠려 무겁게 늘어졌으면 갈대, 부챗살처럼 활짝 갈라졌으면 억새.
  • 잎을 손으로 재 보십시오. 손가락 두세 마디 너비(2~4cm)면 갈대입니다.
  • 9월에 자줏빛이 돌면 갈대입니다. 억새는 그 시기에 이미 은빛입니다.

한 가지 더 헷갈리는 것이 있습니다. 물가에 자라면서 갈대와 매우 닮은 달뿌리풀(Phragmites japonicus)입니다. 같은 갈대속이라 더 어렵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뿌리가 땅 위로 기어간다는 것입니다. 달뿌리풀은 땅 위로 벋는 줄기(포복경)가 눈에 보이게 뻗고, 갈대는 땅속으로 갑니다. 또 달뿌리풀은 자갈이 깔린 여울·계곡을 좋아하고, 갈대는 하구의 진흙 갯벌을 좋아합니다.

이삭이 두 번 변합니다

갈대 이삭은 한 계절에 색이 바뀝니다.

갈대 개화 3단계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 8~9월, 필 때는 자갈색입니다. 자줏빛이 도는 갈색이라 멀리서 보면 붉은 기운이 있습니다.
  • 익으면 회백색으로 바뀝니다. 이삭 자체가 하얘지는 것이 아니라, 소화 밑동에서 흰 털이 빽빽하게 나 이삭을 뒤덮는 것입니다. 민들레 갓털처럼 바람에 씨앗을 날리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같은 갈대밭도 9월과 11월에 색이 다릅니다. 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면 11월 이후가 그 은빛 물결입니다.

갈대 실사 사진

사진: “Phragmites australis Schilfrohr” by Darkone (talk · contribs) is licensed under CC BY-SA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갈대는 어떤 식물인가

벼과의 대형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항목내용
학명Phragmites australis (Cav.) Trin. ex Steud.
개화8~10월
키1~3m
이삭길이 15~40cm의 개방원추화서
잎길이 20~50cm, 너비 2~4cm
뿌리굵은 땅속줄기(근경)로 대군락
분포한국 전역. 아시아·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식물 중 하나입니다. 남극을 빼면 거의 모든 대륙에 있습니다. 그 왕성함이 곧 정원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옛 이름은 갈, 갈때, 달, 북달입니다. 학명도 Phragmites communis로 오래 쓰였는데, 같은 종의 옛 이름일 뿐 다른 종이 아닙니다.

정원에 심을 때 — 반드시 가둬 심으십시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갈대는 굵은 땅속줄기로 번집니다. 씨앗도 날리지만, 실제로 정원을 점령하는 것은 땅속줄기입니다. 한 해에 몇 미터씩 뻗습니다. 그리고 끊어진 조각 하나에서도 다시 살아납니다. 캐낸다고 삽으로 뒤집으면 조각이 흩어져 오히려 더 늘어납니다.

정원에 들이려면 처음부터 가둬야 합니다.

  • 큰 화분이나 수반에 심어 그대로 물가에 놓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흔한 방법입니다.
  • 땅에 심어야 한다면 바닥이 없는 큰 통을 묻고 그 안에 심습니다. 갈대가 통 위로 넘어가기도 하니 테두리를 지면보다 5~10cm 높게 둡니다.
  • 차수 시트(방근 시트)로 구역을 두르는 방법도 씁니다. 최소 60cm 깊이는 되어야 합니다.
  • 해마다 봄에 테두리 바깥으로 나온 것을 뽑습니다. 한 해만 방심하면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연못 가장자리를 통째로 갈대에게 줄 생각이라면 가두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작은 정원에서 흙에 그냥 심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물과 볕 — 발이 젖어 있어야 합니다

  • 물 — 물가 식물입니다. 뿌리가 얕은 물이나 항상 젖은 흙에 잠겨 있어야 합니다. 연못·수반 가장자리가 적지입니다. 화분에 심었다면 받침에 늘 물이 고여 있게 두십시오. 다른 식물이라면 뿌리가 썩을 관리법이 갈대에게는 정상입니다.
  • 볕 — 하루 종일 해가 드는 양지입니다. 그늘에서는 군락이 성기게 자라고 이삭도 볼품이 없습니다.
  • 흙 — 가리지 않습니다. 진흙이든 모래든 젖어만 있으면 됩니다. 오히려 거름은 필요 없습니다.
  • 염분에도 강합니다.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하구)에서 대군락을 이루는 식물입니다.

봄 근경 분주 — 번식은 이것 하나면 됩니다

씨앗으로도 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봄에 땅속줄기를 나누는 것이 표준이고, 너무 쉬워서 문제일 정도입니다.

  • 이른 봄(3~4월), 새순이 올라오기 전에 포기를 캡니다.
  • 굵은 땅속줄기를 삽이나 톱으로 자릅니다. 조각마다 눈(마디의 싹)이 두세 개씩 붙어 있으면 충분합니다.
  • 젖은 흙에 얕게 묻고 바로 물을 채웁니다. 그해 여름 안에 자리를 잡고 이듬해부터 이삭을 봅니다.

주의할 것은 잘라낸 조각을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물가에 던져 두면 거기서 새 군락이 시작됩니다. 쓰지 않을 조각은 말려서 버리십시오.

겨울 베어내기

늦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 새순이 나기 직전에 밑동까지 벱니다.

  • 가을에 바로 베지 않는 이유는 마른 갈대밭 자체가 겨울 경관이고 새와 곤충의 월동처가 되기 때문입니다.
  • 또 마른 줄기가 서 있어야 속이 빈 대롱으로 뿌리에 공기가 들어갑니다. 벨 때 물 위 10cm 이상 남기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물속에서 자르면 대롱으로 물이 들어갑니다.
  • 벤 줄기는 좋은 멀칭재·퇴비 재료입니다. 옛날에는 지붕을 이고, 발과 자리를 짜고, 빗자루를 만들었습니다.

수질 정화와 습지 조성

갈대가 조경과 환경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 뿌리에서 산소를 뿜어냅니다. 속이 빈 줄기로 받은 공기를 뿌리 주변 진흙에 내보내고, 그 산소 덕분에 뿌리 둘레에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두껍게 붙어삽니다.
  • 부영양화의 주범인 질소와 인을 빨아들입니다. 이 원리로 만든 것이 인공습지 정화 시설(갈대밭 여과)로, 하수 처리장 후단이나 축산 폐수 정화에 씁니다.
  • 뿌리가 흙을 붙잡아 강기슭 침식을 막고, 대군락은 철새의 서식지·은신처가 됩니다. 순천만이나 낙동강 하구가 그렇습니다.

작은 연못이라면 가둬 심은 갈대 한 통이 물을 눈에 띄게 맑게 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원전은 갈대입니다

갈대에 붙은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것입니다. 출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11권, 그리스 신화 미다스 왕 편입니다.

미다스 왕은 아폴론의 노여움을 사 당나귀 귀를 갖게 되었습니다. 왕은 모자로 감췄지만 머리를 손질하는 이발사만은 알 수밖에 없었고, 참다못한 이발사는 땅에 구덩이를 파고 속삭인 뒤 흙으로 덮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갈대가 자라났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밭이 웅성거려 비밀은 온 세상에 퍼졌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바로잡을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삼국유사』의 경문왕 설화입니다. 그런데 이쪽은 갈대밭이 아니라 대나무숲입니다. 도림사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고, 왕이 대나무를 베고 산수유를 심게 하자 그 뒤로는 “임금님 귀는 길다”라고만 들렸다고 합니다.

흔히 “갈대밭이 속삭였다”로 알려져 있지만, 갈대는 그리스 쪽, 대나무숲은 한국 쪽입니다. 두 이야기가 오래 섞여 전해진 결과입니다.

꽃말

갈대의 꽃말은 신의, 믿음, 지혜, 그리고 음악입니다.

‘음악’이 붙은 이유도 짐작할 만합니다. 속이 빈 갈대 줄기는 피리의 재료였습니다. 서양의 판파이프도, 오보에·클라리넷의 리드(reed)도 갈대에서 왔습니다. 리드라는 말 자체가 갈대라는 뜻입니다.

마무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물가에 서 있고, 이삭이 한쪽으로 무겁게 쏠렸고, 잎이 손가락 두 마디만큼 넓으면 갈대입니다. 그리고 정원에 들이겠다면 반드시 통에 가둬 심으십시오.

바람이 불면 갈대밭이 웁니다. 그 소리를 옛사람들은 땅에 묻어도 감출 수 없는 말이라고 들었습니다.

쇼츠 「물가에 선 은빛 물결은 억새가 아닙니다」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구별법보다 가둬 심기 쪽이 훨씬 과소평가되기 쉽다고 봅니다. 갈대와 억새를 헷갈리는 것은 틀려도 잃는 게 없지만, 끊어진 땅속줄기 조각 하나에서도 다시 살아난다는 성질을 모르고 흙에 그냥 심으면 정원 하나를 대가로 치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삽으로 캐내려다 조각이 흩어져 오히려 늘어난다는 대목은, 문제가 생긴 뒤에 수습하는 길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라 처음의 통 하나가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베어내기를 늦겨울까지 미루고 물 위 10cm를 남기라는 조언은 게으름이 아니라 관리법이라는 점이 반가웠는데, 저는 이렇게 ‘덜 하는 것’이 정답인 식물이 초보에게 오히려 맞다고 봅니다. 연못이나 수반 가장자리가 있는 분께는 권하고 싶고, 마른 화단뿐인 정원이라면 갈대가 아니라 애초에 억새를 알아보시는 편이 맞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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