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키우기 완벽 가이드 — 파종 시기, 웃자람 막는 법, 이름의 유래까지

가을이면 길가 어디에나 피어 있어서 오히려 눈여겨보지 않게 되는 꽃이 있습니다. 코스모스입니다.

그런데 이 흔한 꽃의 이름이, 사실은 우주를 뜻하는 그 단어와 같다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코스모스 들판

사진: “Flower, Cosmos ‘Radiance'” by nekonomania is licensed under CC BY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우주와 이름이 같은 꽃

영어 이름 Cosmos는 그리스어 kosmos(질서·조화)에서 왔습니다.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chaos)의 반대말이자, 우리가 아는 그 ‘우주’와 정확히 같은 단어입니다. 여덟 장의 꽃잎이 중심을 두고 가지런히 벌어진 모습이 마치 작은 질서를 이룬 것처럼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우리말 이름은 훨씬 소박합니다. 살살이꽃 — 가늘고 긴 줄기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고 해서 붙었습니다.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고향이고, 한국에는 1910년대를 전후해 선교사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도입된 지 백 년 남짓 만에 생명력 하나로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됐습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꽃 여덟 송이

코스모스 한 송이를 자세히 보면, 우리가 꽃잎이라 부르는 넓은 조각 여덟 장은 사실 혀꽃(설상화)이라는 작은 꽃 하나하나입니다. 가운데 노랗게 뭉친 부분도 꽃 하나가 아니라 수백 송이의 대롱꽃(통상화)이 빽빽하게 모인 것입니다. 즉 코스모스 한 송이는 실제로는 수백 송이가 모여 이룬 꽃차례입니다. 해바라기·구절초 같은 국화과 식물이 다 이런 구조를 가집니다.

코스모스 클로즈업

사진: “Pink Cosmos” by Swallowtail Garden Seeds is licensed under CC BY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파종 — 시기와 방법

코스모스는 씨앗으로 시작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발아 적정 온도는 20도 안팎이고, 씨앗이 빛을 받아야 싹이 트는 광발아성이라 흙을 아주 얇게만 덮습니다.

파종 후 50~70일이면 꽃이 핍니다. 9월 중순 개화를 노린다면 7월 10일 전후로 씨를 뿌리면 됩니다. 봄에 일찍 심어도 되지만(2~6월 사이 폭넓게 가능), 여름 장마를 지나며 웃자라기 쉬우니 처음 키워보신다면 늦봄~초여름 파종을 권합니다.

씨앗을 촘촘히 뿌린 뒤 본잎이 5장쯤 나오면 솎아서 포기 사이를 20~30cm 정도 벌려줍니다. 옮겨 심을 때는 2~3주 정도 화분에서 적응시킨 뒤 노지로 옮기면 활착이 좋습니다.

웃자람을 막는 법

코스모스를 키우다 가장 흔히 겪는 문제가 키만 훌쩍 자라 꽃이 피기도 전에 쓰러지는 것입니다. 원인은 대개 둘 중 하나입니다.

첫째, 거름이 과합니다. 코스모스는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더 튼튼하게, 더 많이 핍니다. 거름을 넉넉히 주면 줄기만 키우는 데 힘을 써서 가늘고 길게 웃자라고, 꽃이 피면 그 무게를 못 이겨 넘어집니다.

둘째, 볕이 부족합니다. 그늘진 곳에서는 빛을 찾아 줄기가 위로만 뻗습니다.

대책은 순지르기입니다. 어린 모종일 때 원줄기 끝을 살짝 잘라주면 곁가지가 여러 개 갈라져 나오면서 키는 낮아지고 가지 수는 늘어 훨씬 튼튼하고 풍성하게 자랍니다.

물주기와 관리

배수만 잘 되면 크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뿌리를 내린 뒤에는 가뭄에 잘 견디므로, 아주 오래 비가 안 올 때만 물을 주면 됩니다. 오히려 물을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약해지고 웃자람이 심해집니다.

거름은 심을 때 밑거름을 살짝 섞는 정도로 충분하고, 이후 추가로 줄 필요는 없습니다.

번식 — 씨앗 받기

코스모스는 한해살이라 매년 새로 씨를 뿌려야 하지만, 직접 씨앗을 받아 다음 해에 다시 쓸 수 있습니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맺힌 씨앗이 갈색으로 마르면 채취해 그늘에서 완전히 말린 뒤 종이봉투에 넣어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씨앗이 흔히 떨어져 스스로 싹을 틔우기도 합니다 — 작년에 심은 자리에서 별다른 손길 없이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흔한 이유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키만 크고 꽃이 안 핍니다 — 거름 과다나 그늘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 파종부터는 거름을 줄이고 순지르기를 해보세요.

비바람에 쓰러졌습니다 — 코스모스는 뿌리가 얕은 편이라 흔한 일입니다. 지지대를 세우거나, 애초에 순지르기로 키를 낮게 키우는 게 근본 대책입니다.

꽃이 늦게 핍니다 — 파종 시기가 늦었거나 볕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볕이 드는 자리가 좋습니다.

마무리

코스모스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씨앗 한 줌으로 두 달 안에 꽃밭을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꽃입니다. 그 흔함 때문에 무심히 지나쳤을 뿐, 이름 안에는 우주라는 단어가, 꽃 한 송이 안에는 수백 개의 작은 꽃이 들어 있습니다.

올가을엔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셔도 좋겠습니다.

쇼츠 「코스모스 — 우주와 이름이 같은 꽃」 바로 보기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조사하면서 저에게 가장 와닿았던 건 코스모스가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더 잘 핀다는 대목이었습니다. 꽃을 잘 키우려면 거름부터 넉넉히 줘야 한다는 게 상식처럼 통하는데, 이 꽃만큼은 정성이 과하면 줄기만 웃자라 쓰러진다니, 잘해주려는 마음이 늘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파종 시기나 물주기보다 거름을 덜 주고 순지르기를 해주는 쪽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흙을 얇게 덮는 광발아성 같은 건 씨앗 봉투에도 잘 안 적혀 있어서, 싹이 안 튼다며 포기하는 분들이 의외로 여기서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 정작 돌보지 않을수록 잘 자란다는 게, 알수록 재미있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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