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기슭이나 길가에서 흔히 만나는 하얀 들국화 한 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꽃은 다른 대부분의 꽃과 달리, 이름 안에 정확한 날짜가 들어 있습니다.

사진: “Dendranthema zawadskii a1” by Jerzy Opioła is licensed under CC BY-SA 4.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이름에 새겨진 날짜
음력 5월 5일 단오 무렵, 구절초 줄기에는 다섯 개의 마디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깊어져 음력 9월 9일이 되면 줄기의 마디가 정확히 아홉 개가 됩니다. 예부터 이때 약효가 가장 좋다고 여겨 이날 꽃을 꺾어 썼습니다.
아홉 구(九), 마디 절(節) — 그래서 구절초입니다. 꽃 이름에 절기와 채취 시기까지 함께 담긴,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산국·감국과 헷갈리지 마세요
가을 들국화는 구절초 말고도 여럿입니다. 특히 산국과 감국이 자주 혼동됩니다.
| 구절초 | 산국 | 감국 | |
|---|---|---|---|
| 꽃잎 | 흰색(간혹 연분홍), 한 송이씩 큼직하게 | 노란색, 작은 꽃이 여러 송이 뭉쳐 핌 | 노란색, 산국보다 꽃이 큼 |
| 꽃 크기 | 4~8cm | 50원짜리 동전만 함 | 500원짜리 동전만 함, 산국의 1.5배 |
| 잎 | 쑥처럼 깊게 갈라짐 | 국화잎과 비슷 | 국화잎과 비슷, 향이 진함 |
| 주 쓰임 | 관상용, 약재 | 약재(쓴맛이 강함) | 국화차(향과 단맛이 좋음) |
한마디로 흰 꽃이 큼직하게 한 송이씩 피면 구절초, 노란 꽃이 작게 뭉쳐 피면 산국이나 감국입니다. 국화차로 우려 마시는 노란 들국화는 대개 감국입니다.

사진: “Chrysanthemum zawadskii peleiolepis” by Фая Баландина is marked with CC0 1.0. To view the terms, visit http://creativecommons.org/publicdomain/zero/1.0/.
구절초는 어떤 식물인가
한국 각지의 산과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토종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키는 50cm 안팎이고, 9~10월에 흰 꽃이 줄기 끝마다 한 송이씩 핍니다. 겨울이면 지상부는 시들지만 땅속줄기는 살아남아 이듬해 다시 싹을 냅니다.
심기 — 자리와 흙
구절초는 까다롭지 않습니다. 양지에서 반그늘까지 두루 견디고, 산기슭의 척박한 돌 틈에서도 잘 자랍니다. 다만 물이 오래 고이는 자리는 피해야 합니다.
모종이나 포기를 심는 시기는 봄(3~4월)이 무난합니다. 뿌리가 여름 더위 전에 자리 잡을 시간을 벌어줍니다.
물주기와 관리
노지에 자리 잡으면 자연 강우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화분에서 키운다면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는 정도로 관리하되, 과습은 피합니다.
꽃이 진 뒤에는 시든 꽃대를 잘라주면 다음 해에 더 튼튼하게 올라옵니다.
번식 — 포기나누기
구절초는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스스로 포기를 늘립니다. 몇 해 지나면 한 포기였던 것이 여러 갈래로 퍼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번식은 이 특성을 그대로 이용하면 됩니다. 이른 봄, 새순이 올라오기 전에 포기를 캐서 뿌리가 붙은 상태로 나누어 심습니다. 너무 오래 한자리에 두면 포기가 빽빽해져 꽃이 부실해지므로, 2~3년에 한 번은 나눠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꽃이 안 핍니다 — 볕이 너무 부족하거나, 심은 지 얼마 안 된 어린 포기일 수 있습니다. 자리를 잡는 데 한두 해쯤 걸리기도 합니다.
줄기가 웃자라 쓰러집니다 — 거름을 과하게 줬거나 그늘이 심한 경우입니다. 척박한 자리일수록 오히려 옹골지게 자랍니다.
겨울에 지상부가 다 말랐습니다 — 정상입니다. 여러해살이풀이라 땅속줄기로 겨울을 나고 봄에 새순을 냅니다.
꽃말
구절초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소박한 흰 빛깔로 가을 내내 산과 들을 지키다가, 서리가 내려도 꿋꿋이 피어 있는 모습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마무리
구절초는 화려하지 않지만, 단오부터 중양절까지 마디를 하나씩 늘려가며 계절을 세어온 꽃입니다. 이름 하나에 절기와 채취법, 세월의 흐름이 함께 담긴 셈입니다.
올가을 산기슭에서 흰 들국화를 만나거든, 그 줄기의 마디를 한번 세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쇼츠 「구절초 — 이름에 날짜가 들어 있는 꽃」 바로 보기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 재배법보다 이름 풀이라고 봅니다. 음력 9월 9일에 마디가 아홉 개가 된다는 아홉 구, 마디 절의 유래를 알고 나면 길가의 흰 들국화가 그냥 지나쳐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면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건 오히려 산국·감국과의 구별인데, 국화차로 마시는 노란 꽃은 대개 감국이고 구절초는 흰 꽃이 한 송이씩 큼직하게 핀다는 것만 기억해도 혼동은 거의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키우는 문제라면 저는 척박한 자리일수록 옹골지게 자란다는 대목이 핵심이라고 보는데, 거름과 물을 아끼는 쪽이 이 꽃에는 오히려 정성인 셈입니다. 화단에 손이 많이 가는 꽃보다 2~3년에 한 번 포기나누기 정도로 충분한 꽃을 찾는 분이라면 구절초만 한 선택이 드물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