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손이 키우기 — 잎은 정말 여덟 갈래일까? 반그늘·촉촉한 흙, 가지치기·꺾꽂이 번식과 음나무·통탈목 구별법

팔손이는 손가락 여덟 개를 펼친 잎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나무입니다. 그런데 막상 잎을 한 장씩 세어 보면 여덟 갈래는 좀처럼 없습니다. 대부분 일곱 갈래나 아홉 갈래, 가끔은 다섯이나 열하나입니다. 이름과 실제가 이렇게 어긋나는 식물도 드뭅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꽃 피는 때입니다. 다른 나무들이 잎을 떨구는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팔손이는 가지 끝에 흰 공 모양 꽃송이를 층층이 올립니다. 벌이 드문 계절이라 이 꽃을 찾는 손님은 파리와 꽃등에입니다. 이 글에서는 쇼츠에 다 담지 못한 팔손이의 생김새와 기르는 법, 헷갈리는 이웃 나무, 그리고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팔손이 만개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팔손이는 어떤 식물인가

항목 내용
학명 Fatsia japonica (Thunb.) Decne. & Planch. (두릅나무과 팔손이속)
영명 Glossy-leaf paper plant, Japanese aralia
이명 팔각금반, 팔손이나무
분포 경상남도 남해도·거제도 등 남해안 섬, 일본
천연기념물 통영 비진도 팔손이나무 자생지(1962년 지정) — 팔손이 자생지 가운데 가장 북쪽
생활형 상록 활엽 관목, 키 2~4m, 줄기는 외대로 자람
잎 어긋나기, 손바닥 모양으로 7~9갈래(자료에 따라 7~11),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윤이 나고 가장자리에 톱니, 잎자루는 길이 30cm에 이름
개화 10~11월(도감), 남부에서는 12월까지
꽃 지름 5mm의 유백색 꽃이 공 모양 산형꽃차례를 이루고, 이것이 다시 원뿔모양꽃차례(길이 20~40cm)로 모임
열매 지름 5mm의 둥근 장과, 이듬해 봄에 검게 익음

한 줄로 줄이면 그늘을 좋아하는, 잎이 커다란 남쪽 섬의 늘푸른 나무입니다. 도감은 팔손이를 해안가 상록수림 아래에 무리 지어 자라는 극음수로 적습니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숲 바닥에서도 잘 버틴다는 뜻입니다.

잎은 정말 여덟 갈래일까

팔손이 잎을 세어 본 기록이 있습니다. 일본 후쿠오카시 식물원은 이름이 같은 뜻인 야쓰데(八つ手, 여덟 손)의 잎을 직접 세어 보았는데, 여덟 갈래인 잎은 한 장도 없었고 대부분 일곱이나 아홉 갈래였습니다. 어린 잎은 다섯 갈래, 큰 잎은 열한 갈래까지 있었습니다. 국가유산포털의 천연기념물 설명도 “잎이 7~9갈래로 갈라진 데서 생긴 이름”이라고 적습니다.

손바닥 모양 잎은 가운데 갈래 하나를 중심으로 양옆에 짝을 맞춰 갈래가 붙기 때문에 홀수가 되기 쉽습니다. 그러니 여덟이라는 숫자는 정확한 개수라기보다 ‘손가락이 많다’는 인상에서 나온 이름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일본에서도 이 ‘여덟’을 많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후쿠오카시 식물원).

집에 팔손이가 있다면 한번 세어 보시길 권합니다. 여덟 갈래 잎을 찾는다면 꽤 드문 일입니다.

겨울에 피는 꽃과 파리 손님

팔손이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모양이 독특합니다. 작은 꽃 수십 송이가 공처럼 둥글게 모이고, 그 공들이 원뿔 모양으로 층층이 달려 멀리서 보면 흰 불꽃놀이처럼 보입니다. 꽃 하나에는 꽃잎 다섯 장과 길게 뻗은 수술 다섯 개가 있습니다.

이 꽃은 수술이 먼저 익고, 수술이 진 뒤에 암술이 익습니다. 같은 꽃 안에서 제꽃가루받이를 피하는 방식입니다. 꽃은 달콤한 꿀을 넉넉히 내는데, 늦가을과 초겨울에는 벌이 거의 없어서 추위에 강한 파리와 꽃등에가 몰려와 꽃가루를 옮깁니다(일본 국립과학박물관 부속 자연교육원). 꽃이 귀한 계절이라 이 곤충들에게는 귀중한 먹이가 됩니다.

팔손이 개화 3단계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심기 — 반그늘, 촉촉하고 기름진 흙

팔손이를 기를 때는 자생지인 섬 숲 바닥을 떠올리면 됩니다. 큰 나무 그늘 아래, 낙엽이 쌓여 늘 촉촉한 흙입니다.

  • 볕 — 반그늘~그늘. 도감은 그늘지고 적당한 보습성을 지닌 비옥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적습니다. 강한 직사광선, 특히 여름 오후 햇빛을 받으면 잎이 누렇게 타고 처집니다.
  • 흙 — 부엽토가 넉넉한 기름진 모래참흙(사질양토). 물은 머금되 고이지는 않아야 합니다.
  • 자리 — 북향 화단, 건물 사이 그늘, 큰 나무 밑처럼 다른 식물이 버거워하는 그늘진 자리에 잘 맞습니다. 도감은 공해에 강하고 바닷바람과 소금기에도 잘 견딘다고 합니다.
  • 옮겨심기 — 도감은 이식이 쉽다고 적습니다. 봄에 옮기면 몸살이 적습니다.

물·거름 — 흙이 마르지 않게

  • 화단 — 뿌리를 내린 뒤에는 비로 대부분 충분하지만, 여름 가뭄에는 흙이 바싹 마르지 않게 챙깁니다. 큰 잎이 수분을 많이 내보내기 때문입니다.
  • 화분 — 농촌진흥청 농사로는 봄~가을에는 겉흙이 마르면 흠뻑, 겨울에는 흙이 대부분 말랐을 때 주라고 안내합니다.
  • 거름 —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농사로 기준으로 4~9월 사이 한 번 정도면 충분합니다.

겨울나기 — 중부 지방은 화분으로

팔손이는 추위에 약합니다. 도감은 중부 지방에서는 노지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적습니다. 남해안과 제주처럼 겨울이 온화한 곳에서는 바깥에서 그대로 겨울을 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화분에 심어 실내에서 겨울을 나게 합니다. 농사로는 최저 5℃ 이상을 권합니다.

실내에서 기를 때는 난방기 바람이 직접 닿지 않는 밝은 그늘에 두고,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잎끝이 마르므로 가끔 잎에 물을 뿌려 줍니다.

가지치기 — 봄에 묵은 줄기부터

팔손이는 줄기가 외대로 곧게 자라다가, 순을 치면 곁가지가 나오기도 합니다(도감). 오래 두면 아래쪽 잎이 떨어져 줄기만 앙상해지기 쉬운데, 이때 가지치기로 모양을 되살립니다.

  • 봄 — 겨울 추위나 여름 햇볕에 상한 잎과 줄기를 잘라 냅니다.
  • 되살리기 전정 — 너무 커졌다면 늦겨울, 새순이 나기 전에 줄기를 낮게 잘라도 다시 싹이 틉니다. 한꺼번에 자르기 부담스러우면 묵은 줄기부터 3분의 1씩 해마다 나눠 자릅니다(미국 클렘슨대 원예 안내).
  • 꽃대 — 열매를 보지 않을 거라면 꽃이 진 뒤 꽃대를 잘라 힘을 아낍니다.
팔손이 꽃에 앉은 꽃등에 실사 사진

사진: “Myathropa florea (female) on Fatsia japonica” by Martin Cooper Ipswich is licensed under CC BY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위 사진은 팔손이 꽃에 내려앉은 꽃등에입니다. 벌처럼 줄무늬가 있지만 파리의 친척인 꽃등에가 팔손이의 공 모양 꽃송이에 내려앉아 꿀을 먹고 있습니다. 길게 뻗은 수술 끝의 꽃밥이 몸에 닿으면서 꽃가루가 옮겨집니다. 겨울 문턱에 피는 팔손이가 벌 대신 파리 무리에 기대어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한 장으로 보여 주는 사진입니다.

번식 — 씨앗, 꺾꽂이, 포기나누기

도감은 씨앗(실생), 꺾꽂이(삽목), 포기나누기 세 가지를 적습니다.

씨앗 – 열매가 검게 익었을 때 따서 과육을 벗기고 바로 뿌립니다. 여름에 곧바로 싹이 틉니다. – 도감은 씨앗이 마르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너무 익어 떨어진 것이나 나무에서 바싹 마른 씨앗은 거의 싹이 트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꺾꽂이 – 도감은 3~4월, 6~7월, 9월을 꺾꽂이 시기로 적고, 사실상 연중 가능하다고 합니다. – 줄기를 잘라 아래 잎을 떼고, 큰 잎은 절반쯤 잘라 수분 손실을 줄인 뒤 물 빠짐 좋은 흙에 꽂습니다. 뿌리가 내릴 때까지 그늘에서 흙이 마르지 않게 합니다.

포기나누기 – 밑동에서 새 줄기가 여러 대 올라왔다면 봄에 뿌리를 붙여 나눕니다.

헷갈리는 나무 — 음나무·통탈목과 구별하기

손바닥 모양의 큰 잎을 가진 나무는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같은 두릅나무과 식구라 잎만 보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구분 팔손이 음나무 통탈목
학명 Fatsia japonica Kalopanax septemlobus Tetrapanax papyrifer
생활형 상록 관목 (2~4m) 낙엽 교목 (최대 25m) 상록, 줄기 지름의 60%가 속(심)으로 참
가시 없음 가지에 가시가 많음 없음
잎 7~9갈래, 양면에 털이 없고 윤이 남 5~9갈래, 둥근 잎 5~7갈래가 다시 둘로 갈라짐, 뒷면에 갈색 털
꽃 유백색, 10~11월 황록색, 여름 꽃잎·수술 각 4개, 10월

(모두 국립수목원 도감 기준)

가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시가 있고 겨울에 잎이 지면 음나무, 잎 뒷면과 잎자루가 갈색 털로 덮여 있으면 통탈목, 잎이 매끈하게 윤나고 사철 푸르면 팔손이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증상 원인 대처
잎이 누렇게 타고 처진다 강한 직사광선, 특히 여름 오후 햇빛 반그늘로 옮기기
잎끝이 갈색으로 마른다 흙이나 공기가 너무 건조함 물 챙기기, 실내에서는 잎에 분무
잎이 검게 얼어 처졌다 추위 피해 봄에 상한 잎 정리, 중부 지방은 실내 월동
잎 뒷면에 하얀 점·끈적한 즙 깍지벌레, 응애 초기에 닦아 내거나 전용 방제제
줄기만 길고 아래가 앙상하다 오래 자라 아래 잎이 떨어짐 늦겨울 되살리기 전정

연중 관리 달력

시기 할 일
3~4월 상한 잎 정리, 옮겨심기, 꺾꽂이
4~9월 거름 한 번, 여름 가뭄에 물 챙기기
6~7월 꺾꽂이
9월 꺾꽂이
10~12월 꽃 피는 때. 파리·꽃등에가 찾아옴
12~2월 남부는 노지, 중부는 화분을 실내(5℃ 이상)로
이듬해 봄 검게 익은 열매를 따서 바로 파종

이름의 내력과 꽃말

팔손이는 한자로 팔각금반(八角金盤)이라고도 부릅니다. 여덟 모서리를 가진 금빛 쟁반이라는 뜻으로, 역시 잎 모양에서 온 이름입니다. 학명의 속명 Fatsia는 일본어 ‘여덟’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어·한자·일본어·학명이 모두 여덟을 이름에 담고 있는 셈인데, 정작 잎은 그 숫자를 좀처럼 따르지 않습니다.

팔손이의 꽃말은 분별과 비밀입니다(농촌진흥청 농사로). 이름과 실제를 가려 보는 것, 그것이 곧 분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무리

팔손이는 그늘과 촉촉한 흙을 좋아하는 남쪽 섬의 늘푸른 나무입니다. 기르는 법은 세 가지로 충분합니다. 반그늘에 두고,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주고, 중부 지방이라면 화분에 심어 실내에서 겨울을 나게 할 것. 그러면 잎이 드문 겨울 문턱에 흰 꽃송이를 올려 파리와 꽃등에를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 잎을 한번 세어 보시길. 여덟 갈래를 찾으셨다면 꽤 드문 잎을 만난 것입니다.

쇼츠 「여덟 손이라는데 여덟 갈래는 없는 잎」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 중 개화 장면은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세 번째 사진 제외).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겨울 개화라고 봅니다. 잎 갈래 숫자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다들 거기에 눈이 가지만, 벌이 사라진 10~11월에 꽃을 피우고 파리와 꽃등에한테 꽃가루받이를 맡기는 전략 쪽이 팔손이라는 나무의 본질에 훨씬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기르기 어렵다는 인상은 과대평가됐다고 봅니다. 반그늘에 두고 흙만 마르지 않게 하면 되고, 중부 지방에서도 화분에 심어 5℃ 이상만 지켜 주면 겨울을 나니, 북향 베란다처럼 볕이 안 들어 화분마다 실패했던 분에게 오히려 권하고 싶은 나무입니다. 다만 여덟 갈래 잎을 기대하고 들이는 분이라면, 후쿠오카시 식물원이 세어 봐도 한 장도 없었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이고 시작하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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