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는 벚꽃보다 먼저 봄을 여는 붉은 꽃입니다. 겨울 끝자락, 아직 잎 한 장 없는 가지에 진분홍에서 짙은 붉은빛까지 꽃이 촘촘히 달립니다. 가까이 보면 꽃이 가지에 거의 딱 붙어 있습니다. 긴 꽃자루에 매달려 흔들리는 벚꽃과 가장 먼저 갈리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홍매화’라는 식물은 도감에 따로 없습니다. 홍매화는 매실나무 가운데 붉은 꽃을 피우는 나무를 부르는 이름이고, 흰 꽃을 피우는 쪽은 백매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쇼츠에 다 담지 못한 매실나무의 생김새, 홍매를 기르는 법, 헷갈리는 봄꽃과의 구별, 그리고 삼백오십 년 된 절집 홍매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홍매화는 어떤 식물인가
| 항목 | 내용 |
|---|---|
| 학명 | Prunus mume (Siebold) Siebold & Zucc. (장미과 벚나무속) |
| 국명 | 매실나무 (도감의 이명 매화나무) — 홍매화는 이 가운데 붉은 꽃 계열 |
| 원산 | 중국 원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심어 가꿈 |
| 생활형 | 낙엽 활엽 교목, 높이 4~6m, 우산 모양 수형 |
| 가지 | 일년생 가지는 녹색, 오래된 가지는 암자색이고 껍질이 갈라짐 |
| 잎 | 어긋나기, 달걀꼴~타원형, 길이 4~10cm, 가장자리 잔톱니 |
| 꽃 | 잎보다 먼저, 전년도 잎겨드랑이에 1~3개씩, 꽃자루가 거의 없음, 지름 2.5cm 안팎, 향기가 강함 |
| 꽃잎·수술 | 꽃잎은 넓은 거꿀달걀꼴로 끝이 둥글고, 많은 수술이 울타리처럼 암술 하나를 둘러쌈 |
| 열매 | 지름 2~3cm 핵과, 6~7월에 녹색에서 황록색으로 익음(매실)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매실나무’ 기준)
도감은 매실나무의 기본 꽃색을 분홍색으로 적고, 꽃색이 다양하다고 덧붙입니다. 같은 매실나무라도 흰 꽃, 연분홍, 진분홍, 짙은 붉은 꽃이 모두 나오고, 꽃잎이 겹으로 포개지는 만첩 품종도 있습니다. 홍매화는 그중 붉은 쪽을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꽃자루가 없다는 것 — 매화를 알아보는 첫 단서
홍매화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꽃이 가지에 붙은 모양입니다. 도감은 매실나무 꽃을 두고 “화경(꽃자루)이 거의 없다”고 적습니다. 그래서 매화는 가지를 따라 꽃이 줄지어 박힌 것처럼 보이고, 바람이 불어도 꽃송이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단서는 가지 색입니다. 한 해 자란 어린 가지가 녹색이라, 붉은 꽃이 초록 가지 위에 앉은 대비가 선명합니다. 세 번째는 향기입니다. 매화 향은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짙습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심기 — 찬바람 막힌 양지, 물 빠지는 흙
매실나무는 생각보다 추위에 강합니다. 도감은 서북향이 막힌 양지바른 곳이면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적습니다. 자리를 고를 때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 볕 — 하루 대부분 해가 드는 양지. 그늘에서는 꽃눈이 적게 맺힙니다.
- 바람 — 겨울 북서풍이 막힌 곳. 건물 남쪽 벽 앞이나 담장 안쪽이 좋습니다. 꽃이 이른 봄에 피기 때문에, 찬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자리에서는 꽃이 상하기 쉽습니다.
- 흙 — 물 빠짐이 좋은 흙. 뿌리가 늘 젖어 있으면 약해집니다. 낮은 곳이라면 흙을 돋워 심습니다.
- 바닷가는 피한다 — 도감은 매실나무가 내염성이 약해 해안 지방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고 적습니다. 바닷바람이 직접 닿는 곳이라면 다른 나무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심는 때는 잎이 진 늦가을이나 싹이 트기 전 이른 봄이 무난합니다. 구덩이는 뿌리분보다 넉넉히 파고, 심은 뒤 한 번 흠뻑 물을 주어 흙을 가라앉힙니다.
물과 거름
- 심은 첫해 — 뿌리가 자리 잡을 때까지 흙이 바싹 마르지 않게 살핍니다.
- 자리 잡은 뒤 — 땅에 심은 나무는 대개 비로 충분합니다. 가뭄이 길 때만 흠뻑 줍니다.
- 화분 — 겉흙이 마르면 흠뻑 주고, 받침에 물이 고이지 않게 합니다.
- 거름 — 꽃이 진 뒤와 늦가을에 한 번씩 밑거름을 주는 정도면 됩니다.
가지치기 — 꽃이 진 직후에
홍매화 가지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도감이 적은 대로 매화는 전년도 잎겨드랑이에 꽃이 달립니다. 지난해 자란 가지에 이미 꽃눈이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을이나 겨울에 가지를 짧게 치면 이듬해 필 꽃눈을 함께 잘라 버리게 됩니다.
- 꽃이 진 직후 자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해 새로 뻗는 가지에 다음 해 꽃눈이 맺힙니다.
- 안쪽으로 파고드는 가지, 서로 엇갈리는 가지, 죽은 가지를 먼저 정리합니다.
- 하늘로 곧게 치솟는 웃자란 가지는 꽃눈이 적으니 밑에서 잘라 냅니다.
- 겨울에는 마른 가지만 정리하고 꽃눈이 달린 가지는 그대로 둡니다.
번식 — 씨앗보다 접붙이기
도감은 매실나무 번식을 씨앗과 접목으로 적으면서 중요한 단서를 달아 둡니다. 씨앗을 뿌려 키운 묘목은 좀처럼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씨앗으로 키운 묘목은 대목(밑나무)으로 쓰고, 꽃이 좋은 나무의 가지를 접붙여(절접) 늘립니다.
집에서 홍매화를 들이려면 이미 접목해서 꽃 색이 확인된 묘목을 사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꽃 필 무렵 묘목을 고르면 원하는 붉은빛인지, 홑꽃인지 겹꽃인지 눈으로 보고 살 수 있습니다.

사진: “Prunus mume” by jam343 is licensed under CC BY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위 사진은 흰 꽃을 피우는 매실나무(백매)입니다. 꽃 색은 다르지만 녹색 어린 가지에 꽃이 자루 없이 바로 붙어 있는 모습은 홍매화와 똑같습니다. 붉은 봉오리가 가지에 딱 붙어 있는 것도 보입니다. 매화인지 아닌지는 꽃 색보다 이 부착 모양으로 가리는 편이 정확합니다.
헷갈리는 봄꽃 — 벚꽃·살구꽃과 구별하기
이른 봄 분홍·붉은 꽃나무는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가장 헷갈리는 것이 벚꽃과 살구꽃입니다. 셋 다 벚나무속이라 꽃 모양이 닮았습니다.
| 구분 | 매화(홍매화) | 살구꽃 | 벚꽃 |
|---|---|---|---|
| 꽃자루 | 거의 없음 — 가지에 붙음 | 거의 없음 | 길다 — 매달려 핌 |
| 꽃받침 | 꽃을 받치고 있음 | 뒤로 젖혀짐 | 종에 따라 다름 |
| 피는 때 | 가장 이름 | 4월 중순(도감) | 매화보다 늦음 |
| 어린 가지 | 녹색(도감) | — | — |
| 향기 | 강함(도감) | — | — |
(매실나무·살구나무는 국립수목원 도감 기준. 살구꽃은 도감에 ‘꽃받침 조각이 젖혀진다’, ‘꽃대가 거의 없다’고 적혀 있다)
정리하면 꽃자루가 길게 늘어져 매달리면 벚꽃, 꽃이 가지에 붙어 있는데 꽃받침이 뒤로 확 젖혀져 있으면 살구꽃, 꽃이 가지에 붙고 꽃받침이 꽃을 받치고 있으며 어린 가지가 녹색이고 향이 짙으면 매화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 증상 | 짐작되는 원인 | 대처 |
|---|---|---|
| 꽃이 거의 안 핀다 | 겨울·가을에 가지를 짧게 쳤다 | 가지치기는 꽃 진 직후로 옮긴다 |
| 꽃이 적고 가지만 웃자란다 | 햇빛 부족, 거름 과다 | 양지로 옮기고 거름을 줄인다 |
| 씨앗으로 키웠는데 몇 해째 꽃이 없다 | 실생묘는 꽃이 잘 안 핀다(도감) | 접목묘를 들이거나 대목으로 쓴다 |
| 핀 꽃이 갈색으로 상한다 | 늦추위·찬바람 | 북서풍이 막힌 자리로 |
| 바닷가에서 잎이 타고 약해진다 | 약한 내염성(도감) | 해풍이 닿지 않는 곳으로 |
연중 관리 달력
| 시기 | 할 일 |
|---|---|
| 2~4월 | 꽃이 피는 때(남부가 빠르고 중부가 늦음) |
| 꽃 진 직후 | 가지치기, 웃거름 |
| 봄~초여름 | 새 가지가 자라며 다음 해 꽃눈 준비 |
| 6~7월 | 열매가 황록색으로 익음 |
| 늦가을 | 밑거름, 심기·옮겨심기 |
| 겨울 | 마른 가지만 정리, 꽃눈 달린 가지는 그대로 |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홍매화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나무가 있습니다. 전라남도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입니다. 담홍색 꽃을 피우는 홍매로, 수령은 약 350년으로 추정되고, 2007년 10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국가유산청의 설명에 따르면 스님들은 1700년 무렵부터 옛 백양사 앞뜰에 여러 그루의 매화를 심어 가꾸었습니다. 1863년 절을 지금 자리로 옮겨 지을 때, 그때까지 살아남은 홍매와 백매 한 그루씩을 함께 옮겨 심었습니다. 그러나 백매는 죽고 홍매 한 그루만 살아남았습니다. 1947년 절에서 부처님의 옛 가르침을 되새기자는 뜻으로 고불총림을 꾸리면서, 이 나무를 고불매(古佛梅)라는 새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3월 말 무렵이면 이 홍매가 다시 진분홍 꽃을 피웁니다. 함께 옮겨진 짝을 잃고도 백오십 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봄을 맞아 온 셈입니다.
꽃말 — 고결한 마음
매화의 꽃말은 고결한 마음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인내, 충실도 함께 전해집니다. 추위가 가시기 전에 먼저 피는 꽃이라, 예부터 매화는 난초·국화·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로 꼽히며 선비의 기개를 상징했습니다. 홍매화는 그 매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빛깔을 가진 쪽입니다.
마무리
홍매화는 매실나무의 붉은 꽃입니다. 기르는 법은 세 가지로 충분합니다. 찬 북서풍이 막힌 양지에 심고, 물 빠지는 흙에서 뿌리가 늘 젖지 않게 하고, 가지치기는 꽃이 진 직후에만 할 것. 그러면 해마다 벚꽃보다 먼저, 초록 가지 위에 붉은 꽃이 촘촘히 박힙니다.
쇼츠 「벚꽃보다 먼저, 꽃자루도 없이 피는 홍매화」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 중 개화 장면은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매실나무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세 번째 사진 제외).
참고 자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식물도감 매실나무(도감번호 28944), 살구나무
- 국가유산포털 — 장성 백양사 고불매 — 수령·지정·이식 내력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장성 백양사 고불매 — 1863년 이식, 1947년 고불매 명명
- 양산일보 — 매화 꽃말 — 고결함·인내·충실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가지치기 시기라고 봅니다. 꽃이 안 핀다고 하면 다들 거름이나 볕부터 의심하는데, 정작 겨울에 가지를 짧게 치면서 전년도 잎겨드랑이에 든 꽃눈을 제 손으로 잘라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매실 씨앗을 심어 홍매화를 기대하는 것도 말리고 싶은 쪽인데, 도감이 적은 대로 실생묘는 좀처럼 꽃이 피지 않으니 꽃 필 무렵 색을 눈으로 확인한 접목묘를 사는 편이 몇 해를 아끼는 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봄에 꽃나무를 만나면 색보다 꽃자루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백양사 고불매가 짝이던 백매를 잃고도 백오십 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워 온 것처럼, 매화는 화려함보다 견디는 힘으로 기억되는 나무라는 게 이 글을 정리하며 굳어진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