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홍은 화단에서 오래 색을 지키는 꽃입니다. 한여름에 피기 시작해 가을이 깊어질 때까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빛깔로 버팁니다.
이 꽃에도 두 가지를 알고 나면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하나는 동그란 꽃송이가 사실 꽃잎이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그 구조 덕분에 꺾어서 말려도 모양과 색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름 ‘천일홍(千日紅)’도 거기서 나왔습니다. 아래에서 차례로 풀겠습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천일홍은 어떤 식물인가
| 항목 | 내용 |
|---|---|
| 학명 | Gomphrena globosa L. (비름과 천일홍속) |
| 원산 | 열대 아메리카(중남미). 우리나라는 각지의 화단에서 재배 |
| 생활형 | 한해살이풀 |
| 개화 | 7~10월 |
| 키 | 40cm 안팎. 원줄기가 곧게 서고 전체에 털이 있습니다 |
| 잎 | 마주나기, 긴 타원형, 길이 3~10cm, 가장자리 밋밋 |
| 꽃 | 원줄기와 가지 끝에 둥근 머리모양꽃차례가 하나씩, 지름 2cm 안팎. 밑을 잎 같은 포 2장이 받칩니다 |
| 색 | 보통 붉은 자주색, 연분홍·흰색도 있습니다 |
| 다른 이름 | 천일초, 천날살이풀 |
한 줄로 요약하면 더위를 좋아하는 열대 원산의 한해살이 화단 꽃입니다. 봄에 씨를 뿌려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보고, 서리가 내리면 한 해를 마칩니다.
꽃잎이 아니라 포엽입니다
천일홍을 가까이서 보면 작은 딸기나 클로버 꽃처럼 생긴 공이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을 이루는 자홍색 비늘들은 꽃잎이 아닙니다. 꽃을 감싸는 포엽(苞葉), 곧 잎이 변한 기관입니다.
국립수목원 도감의 기술을 따라가면 구조가 이렇습니다.
- 머리모양꽃차례 — 공 하나가 꽃 한 송이가 아니라 작은 낱꽃이 많이 모인 덩어리입니다.
- 작은 포 2장 — 낱꽃 하나하나를 작은 포 2장이 감싸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색은 대부분 이 포의 색입니다.
- 화피열편 5개 — 진짜 꽃에 해당하는 부분은 작은 포보다 짧아 겉에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 수술 5개 — 서로 붙어 통 모양이 되고, 그 끝 안쪽에 꽃밥이 달려 살짝 드러납니다.
- 밑받침 포 2장 — 공 전체 아래를 잎처럼 생긴 난상 원형의 포 2장이 받칩니다.
포엽은 처음부터 얇고 종이처럼 마른 질감입니다. 물기 많은 꽃잎처럼 시들어 오그라들 것이 적으니, 작은 낱꽃이 지고 난 뒤에도 공 모양과 색이 그대로 남습니다. 미국 아칸소 대학 협동조합 확장국(Extension)도 천일홍이 ‘영원한 꽃(everlasting)’으로 불리는 이유를 꽃이 진 뒤에도 오래 남는 종이 같은 포엽으로 설명합니다.
정원에서 실용적으로 알아 둘 점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천일홍은 생화일 때와 말렸을 때의 모습 차이가 적은 꽃입니다. 그래서 절화(자른 꽃)로도, 드라이플라워로도 널리 씁니다.
파종 — 씨앗은 하룻밤 불리고, 넉넉히 뿌립니다
천일홍은 씨앗으로 기르는 꽃입니다. 열대 원산이라 따뜻해지기 전에는 자라지 않으니 서두르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 때 — 실내에서 모종을 키운다면 마지막 서리 예상일 6~8주 전에 뿌립니다. 화단에 바로 뿌리거나 모종을 내다 심는 것은 늦서리 걱정이 완전히 끝난 뒤, 흙이 데워진 다음입니다.
- 씨앗 불리기 — 파종 전날 밤 물에 하룻밤 담가 두면 발아가 빨라집니다. 미국 위스콘신대·아칸소대 원예 자료가 공통으로 권하는 방법입니다.
- 넉넉히 뿌리기 — 천일홍은 발아율이 낮은 편입니다. 한 자리에 씨를 몇 알씩 더 넣고, 싹이 난 뒤 튼튼한 것만 남깁니다.
- 덮는 흙 — 아주 얇게, 3mm 남짓만 덮습니다.
- 발아 온도 — 21~26℃에서 5~14일 사이에 싹이 납니다. 서늘하면 더 늦어집니다.
- 간격 — 포기 사이 15~30cm. 가지를 많이 치므로 너무 붙이지 않습니다.
- 꽃 보기까지 — 씨를 뿌린 뒤 12~16주쯤 지나야 꽃이 올라옵니다. 봄에 늦게 뿌릴수록 첫 꽃도 늦어집니다.
화분에 기를 수도 있습니다. 키가 작은 왜성 품종을 고르면 베란다 화분이나 좁은 화단 가장자리에도 잘 맞습니다.
볕과 물 — 볕은 아낌없이, 물은 겉흙이 마르면
볕 — 천일홍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입니다. 하루 6시간 이상 직사광선이 드는 자리에 심습니다. 반그늘도 견디기는 하지만, 꽃을 제대로 보려면 온종일 볕이 드는 자리가 가장 좋습니다.
흙 — 물 빠짐이 좋은 흙이면 됩니다. 흙을 크게 가리지 않아 점토질 흙도 견디며, 심을 때 천천히 녹는 거름을 조금 넣어 주면 충분합니다.
물 — 겉흙이 마르면 줍니다. 뿌리를 내린 뒤에는 건조에 꽤 강한 편이지만, 가뭄이 오래 이어질 때는 물을 줘야 합니다. 클렘슨대 자료는 가뭄에 시달린 포기에 흰가루병이 생기기 쉽다고 짚습니다. 반대로 서늘하고 축축한 날씨가 길게 이어지면 흰가루병·잿빛곰팡이병·잎마름 계열 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볕 잘 들고 바람 통하는 자리에서, 흙이 너무 마르지도 늘 젖어 있지도 않게 두는 것이 기준입니다.
병해충은 대체로 적은 편이라, 처음 꽃을 기르는 분에게 권하기 좋은 꽃입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적심과 꽃꽂이 —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적심(순지르기) 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천일홍은 그냥 두어도 가지를 많이 치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 화단에서 포기를 풍성하게 보고 싶다면 — 처음 올라오는 꽃을 따 주면 곁가지가 늘어 꽃 수가 많아집니다.
- 꽃꽂이용으로 긴 줄기가 필요하다면 — 적심하지 않습니다. 절화 재배 농가는 줄기를 길게 받으려고 보통 순을 지르지 않습니다.
- 자주 잘라 쓰기 — 꽃을 꾸준히 잘라 주면 꽃이 더 잘 핀다고 합니다. 화단 꽃을 아껴 두기보다 부지런히 꺾어 쓰는 편이 오히려 이득입니다.
생화로 꽂을 때와 말릴 때 자르는 시점이 다릅니다.
| 용도 | 자르는 때 |
|---|---|
| 생화 꽃꽂이 | 색은 들었지만 아직 완전히 벌어지기 전 |
| 드라이플라워 | 완전히 벌어지고 색이 가장 선명할 때 — 너무 늦으면 말린 뒤 부스러집니다 |

사진: Carl Lewis / CC BY 2.0 (Wikimedia Commons)
드라이플라워 만들기 — 거꾸로 매달아 어둡게
천일홍은 말리는 과정이 단순합니다. 따로 약품이나 실리카겔이 없어도 공기 중에서 말리는 방법으로 충분합니다.
- 수확 — 꽃이 완전히 벌어지고 색이 선명할 때 줄기째 자릅니다. 늙은 꽃은 말린 뒤 흩어지기 쉬우니 한창일 때 거둡니다.
- 잎 떼기 — 줄기에 붙은 잎을 훑어 떼어 냅니다.
- 묶기 — 줄기를 작은 다발로 나눠 고무줄로 묶습니다. 꽉 조이지 말고 느슨한 다발로 둡니다.
- 거꾸로 매달기 — 따뜻하고 어둡고 건조하며 바람이 통하는 곳에 꽃이 아래로 가게 매답니다. 다락이나 창고 같은 곳입니다.
- 기다리기 — 보통 2~3주면 충분합니다. 습도와 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색을 지키는 핵심은 어둠입니다. 아이오와 주립대 자료는 어두운 곳에서 말리는 것이 색을 좋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적고 있습니다. 볕 좋은 창가에 걸어 두면 빨리 마르기는 해도 색이 바랩니다.
다 마른 천일홍은 리스, 작은 다발, 액자 장식에 그대로 씁니다. 말린 뒤에도 공 모양이 유지되니, 생화일 때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오래 곁에 둘 수 있습니다.
백일홍·배롱나무와는 다른 식물입니다
‘천일홍’ ‘백일홍’ ‘목백일홍’은 이름이 비슷해 자주 섞입니다. 셋은 과(科)부터 다른 식물입니다.
| 구분 | 천일홍 | 백일홍 | 배롱나무 |
|---|---|---|---|
| 학명 | Gomphrena globosa | Zinnia elegans | Lagerstroemia indica |
| 과 | 비름과 | 국화과 | 부처꽃과 |
| 형태 | 한해살이풀, 키 40cm 안팎 | 한해살이풀, 키 60~90cm | 낙엽 교목, 높이 5m에 이릅니다 |
| 원산 | 열대 아메리카 | 멕시코 | 중국 남부 |
| 꽃 모양 | 지름 2cm 안팎의 작고 단단한 공 | 지름 5~15cm의 넓게 펼쳐진 국화형 꽃 | 가지 끝의 원뿔모양꽃차례, 진한 분홍색 |
| 개화 | 7~10월 | 6~10월 | 8월 중순~9월 중순 |
| 헷갈리는 이유 | 이름의 ‘일홍’ | 이름의 ‘일홍’ | 도감의 비추천명이 백일홍·백일홍나무 |
구별 요령은 간단합니다.
- 나무인가 풀인가 — 나무면 배롱나무입니다. 줄기 껍질이 얇게 벗겨져 얼룩덜룩한 것이 특징입니다.
- 꽃이 공인가 접시인가 — 손톱만 한 공이면 천일홍, 꽃잎이 둥글게 펼쳐진 큰 꽃이면 백일홍입니다.
- 만져 봤을 때 — 천일홍의 꽃은 바스락거리는 종이 질감입니다. 백일홍 꽃잎은 부드럽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씨를 뿌렸는데 싹이 거의 안 납니다 — 천일홍은 원래 발아율이 낮습니다. 다음에는 하룻밤 불리고, 넉넉히 뿌리세요. 흙 온도가 낮았을 수도 있습니다. 싹은 21℃ 이상에서 잘 틉니다.
모종을 내다 심었는데 자라지 않습니다 — 너무 일찍 심은 경우가 많습니다. 열대 원산이라 날이 충분히 따뜻해지기 전에는 멈춰 있습니다. 늦서리 뒤에 심으세요.
꽃이 적습니다 — 볕 부족을 먼저 의심합니다. 하루 6시간 이상 직사광선이 드는 자리로 옮기세요.
잎에 흰 가루가 앉았습니다 — 흰가루병입니다. 가뭄 스트레스나 오래 이어진 서늘·습한 날씨가 원인이 됩니다. 포기 사이를 띄워 바람이 통하게 하고, 가물 때는 물을 줍니다.
말린 꽃이 부스러집니다 — 너무 늦게 수확했습니다. 한창 선명할 때 거두세요.
말린 꽃 색이 흐려졌습니다 — 밝은 곳에서 말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두운 곳에서 다시 해 보세요.
연중 관리 달력
| 시기 | 할 일 |
|---|---|
| 마지막 서리 6~8주 전 | 씨앗 하룻밤 불리기 → 실내 파종(21~26℃), 얇게 덮기 |
| 늦서리가 지난 뒤 | 흙이 데워지면 모종 아주심기 또는 화단 직파, 간격 15~30cm |
| 초여름 | 풍성하게 보려면 첫 꽃 따 주기(선택) |
| 7~10월 | 개화. 겉흙이 마르면 물, 꽃꽂이용·드라이플라워용 수확 |
| 수확 후 2~3주 | 어둡고 통풍되는 곳에서 거꾸로 매달아 건조 |
| 서리 무렵 | 한해살이라 한 해를 마칩니다. 포기 정리 |
이름의 내력 — 천 일 동안 붉은 꽃
‘천일홍(千日紅)’은 천 일 동안 붉다는 뜻입니다. 꽃의 붉은 기운이 말려도 천 일 동안 바래지 않는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집니다. 물론 정확히 천 일을 잰 것이 아니라, 오래 변하지 않는 빛깔을 과장해 부른 이름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도감에 올라 있는 다른 이름 ‘천일초’도 같은 뜻입니다.
이름 속 ‘붉음’의 정체가 앞서 본 포엽입니다. 꽃잎이었다면 천 일은커녕 며칠 만에 시들었을 것입니다. 잎이 변한 마른 비늘이 색을 맡았기 때문에 이 이름이 성립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의 법당을 장식하는 꽃으로 길러졌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다만 이 꽃이 언제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확인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해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꽃말
천일홍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입니다.
이름과 꽃말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꽃입니다. 천 일이 지나도 빛깔이 남는다는 이름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말린 꽃다발로 선물하면 꽃말과 쓰임이 그대로 맞아떨어집니다.
마무리
천일홍은 꽃잎 대신 포엽으로 색을 낸 꽃입니다. 여린 꽃잎을 버린 대신, 꺾이고 말라도 모양을 지키는 쪽을 얻었습니다.
기르는 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따뜻해진 뒤 씨를 넉넉히 뿌릴 것, 볕을 아끼지 말 것, 그리고 한창일 때 거둬 어둡게 말릴 것. 이 셋만 지키면 여름 화단의 색을 겨울 방 안까지 가져갈 수 있습니다.
쇼츠 「말려도 천 일 동안 빛깔이 바래지 않는 꽃」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식물도감 천일홍(도감번호 32648), 백일홍(28503), 배롱나무(30762)
- 위키백과 — 천일홍 — 포, 드라이플라워 쓰임, 법당 장식 재배
-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Extension — Globe Amaranth — 씨앗 불리기, 적심, 드라이플라워 수확, 병해
- University of Arkansas Cooperative Extension — Globe Amaranth — 종이 같은 포엽, 씨앗 불리기
- NC State Extension Plant Toolbox — Gomphrena globosa — 햇빛 6시간 이상, 낮은 발아율
- Clemson University HGIC — Annual Globe Amaranth — 파종 시기, 개화까지 기간, 건조 수확
- Johnny’s Selected Seeds — Gomphrena Key Growing Information — 발아 온도·일수, 복토 깊이, 간격, 용도별 수확 시점
- Iowa State University Extension — Drying Flowers — 공기 건조 방법
- Utah State University Extension — Gomphrena Cut Flower Production — 자연 분지와 적심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지나치기 쉬운 대목이 생화와 드라이플라워의 수확 시점이 다르다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말린 꽃이 부스러지는 실패는 대개 말리는 기술이 아니라 너무 늦게 자른 데서 오는 것이라, 색이 가장 선명할 때 거두라는 한 줄이 건조 방법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 말리라는 조언은 볕 좋은 창가에 걸어 두고 싶은 마음과 정면으로 부딪히는데, 저는 여기서만큼은 보기 좋은 자리보다 다락 같은 어두운 자리를 고르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꽃잎이 아니라 포엽이 색을 맡고 있다는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이 두 원칙이 왜 성립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니, 기르기 전에 그 대목부터 읽어 두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