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취는 단오 떡에 들어가던 풀입니다. 옛사람들은 음력 오월 오일 단오를 수릿날이라 불렀고, 그날 수레바퀴 무늬를 찍은 떡을 빚었습니다. 그 떡에 쑥과 함께 넣던 잎이 바로 수리취입니다.
그런데 가을 산에서 만나는 수리취는 떡 이야기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어른 키만큼 자란 줄기 끝에서 가시 돋친 둥근 꽃송이가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그 아래로 자줏빛 꽃술을 늘어뜨립니다. 이 글에서는 쇼츠에 다 담지 못한 수리취의 생김새와 기르는 법, 헷갈리는 이웃 식물, 그리고 떡과 부싯깃에 얽힌 옛 쓰임을 정리합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수리취는 어떤 식물인가
| 항목 | 내용 |
|---|---|
| 학명 | Synurus deltoides (Aiton) Nakai (국화과 수리취속) |
| 영명 | Deltoid synurus |
| 이명 | 가새수리취, 개취, 다후리아수리취, 조선수리취 (도감의 비추천명) |
| 분포 | 전국의 산지 |
| 생활형 | 여러해살이풀 |
| 키 | 40~100cm, 원줄기는 굵고 세로줄이 있으며 흰 털이 빽빽, 윗부분은 암자색 |
| 잎 | 아래쪽 잎은 달걀 모양~긴 타원형, 길이 10~20cm, 밑은 둥글거나 심장 모양, 가장자리에 결각상 톱니, 뒷면에 흰 솜털이 빽빽, 잎자루 10~25cm |
| 개화 | 9~10월 |
| 꽃 | 지름 약 5cm, 줄기·가지 끝에 달리고 필 때 밑을 향함, 꽃부리 겉은 자주색 |
| 총포 | 둥글고 거미줄 같은 흰 털, 갈자색~흑록색, 포편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움 |
| 열매 | 수과 길이 약 7mm, 관모 약 18mm로 갈색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식물도감 26980 기준)
한 줄로 줄이면 잎 뒤가 하얗고, 가시 공 같은 꽃을 거꾸로 매단 큰 산나물입니다.
생김새 — 거꾸로 매달린 가시 공
수리취의 꽃은 한번 보면 잊기 어렵습니다. 꽃송이를 감싼 총포가 지름 5cm 안팎의 둥근 공이고, 그 겉을 끝이 날카로운 포편이 여러 줄로 덮고 있습니다. 포편 사이에는 거미줄 같은 흰 털이 엉겨 있어,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는 흰 실을 감은 밤송이처럼 보입니다.
꽃이 피면 이 공이 땅을 향해 고개를 숙입니다. 자주색 대롱꽃이 공의 아래쪽 면에서 빽빽하게 솟아 나와 자줏빛 붓처럼 늘어집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시 공만 보이고, 옆이나 아래에서 올려다봐야 꽃술이 보이는 까닭입니다. 혀꽃은 없고 모두 대롱꽃입니다.
잎도 특징이 뚜렷합니다. 앞면은 짙은 초록이지만 뒷면은 흰 솜털로 덮여 있어, 바람에 잎이 뒤집히면 숲 가장자리가 하얗게 번쩍입니다. 잎은 크고 잎자루가 길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하게 파인 톱니가 있습니다. 개체에 따라 잎이 깊게 갈라지기도 하는데, 이명 ‘가새수리취’가 그런 모양을 가리킵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심기 — 볕이든 그늘이든
수리취는 기르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도감은 수리취가 양지는 물론 그늘에서도 왕성하게 자라고, 토양도 특별히 가리지 않으며, 성질이 강건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다고 적습니다.
- 볕 — 양지부터 나무 그늘 아래까지 됩니다. 꽃을 풍성하게 보고 싶다면 하루 몇 시간이라도 볕이 드는 숲 가장자리 같은 자리가 좋습니다.
- 흙 — 가리지 않지만, 산지의 낙엽 섞인 부드러운 흙을 떠올리면 무난합니다.
- 자리 — 키가 1m 가까이 자라고 잎이 크게 퍼지므로 화단 뒷줄이나 나무 밑, 산야초 정원에 한두 포기 자리를 넉넉히 잡습니다. 고개 숙여 피는 꽃은 눈높이보다 약간 높은 비탈에 심으면 꽃술이 잘 보입니다.
물·거름
- 화단 — 뿌리를 내린 뒤에는 비만으로 충분합니다. 한여름 오래 가물 때만 흠뻑 줍니다.
- 화분 — 잎이 커서 물이 빨리 마릅니다. 겉흙이 마르면 흠뻑 주되, 물받침에 물이 고이지 않게 합니다.
- 거름 —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봄에 완효성 비료를 조금 주는 정도면 됩니다.
번식 — 씨앗이 아주 잘 튼다
도감이 적은 수리취의 번식법은 실생(씨앗)이고, 발아율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일정은 이렇습니다.
- 10월경 익은 씨앗을 받습니다. 갈색 갓털이 달린 수과입니다.
- 받은 즉시 뿌리거나, 알맞은 조건에서 보관했다가 이듬해 4월경 뿌립니다.
- 싹이 튼 어린 모종은 9월경 옮겨 심습니다.
- 옮겨 심은 모종은 이듬해 가을에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씨앗에서 꽃까지 두 해쯤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꽃대를 몇 개 남겨 두면 가을에 씨앗을 넉넉히 얻을 수 있습니다.
꽃 진 뒤 정리
- 씨를 받을 꽃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꽃이 진 뒤 잘라 둡니다.
- 늦가을 지상부가 마르면 밑동에서 잘라 정리합니다. 뿌리는 땅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잎을 냅니다.

사진: “Synurus deltoides” by Repina Tatyana is licensed under CC BY 4.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위 사진은 러시아 연해주 숲속에서 찍힌 수리취입니다. 자작나무 사이로 뻗은 긴 줄기 끝에 가시 공 같은 꽃송이가 고개를 숙이고, 그 아래쪽 면으로 짙은 자주색 꽃술이 드러나 있습니다. 꽃이 하늘이 아니라 땅을 향한다는 점이 수리취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단서입니다.
헷갈리는 종 — 엉겅퀴·우엉과 구별하기
자주색 꽃에 가시 돋친 총포라서 엉겅퀴와 자주 헷갈립니다.
| 구분 | 수리취 | 엉겅퀴 |
|---|---|---|
| 학명 | Synurus deltoides | Cirsium japonicum var. maackii |
| 개화 | 9~10월 | 6~8월 |
| 꽃 방향 | 땅을 향해 숙임 | 위를 향함 |
| 꽃 크기 | 지름 약 5cm, 총포 지름 4.5~5.5cm | 지름 3~5cm, 총포 지름 2.5~3.5cm |
| 꽃색 | 자주색, 짙은 갈자색 총포 | 자주색 또는 적색 |
| 잎 | 달걀 모양, 결각상 톱니, 뒷면 흰 솜털, 잎자루 김 | 깃꼴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가시, 줄기잎은 원줄기를 감쌈 |
(국립수목원 도감 수리취 26980·엉겅퀴 36151 기준)
한눈에 가르는 방법은 꽃의 방향과 잎입니다. 꽃이 땅을 보고 있고 잎 뒤가 하얗게 솜털로 덮여 있으면 수리취, 꽃이 하늘을 보고 잎이 깃꼴로 갈라져 가시가 돋았으면 엉겅퀴입니다. 피는 때도 달라서, 엉겅퀴는 여름꽃이고 수리취는 가을꽃입니다.
넓적한 잎만 보면 우엉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우엉의 꽃송이는 총포 끝이 갈고리처럼 굽어 옷에 달라붙습니다. 수리취의 포편은 곧고 날카롭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 증상 | 원인 | 대처 |
|---|---|---|
| 줄기가 쓰러진다 | 키가 크고 꽃이 무거움, 거름 과다 | 거름 줄이기, 바람 덜 타는 자리, 지주 |
| 꽃이 적다 | 너무 짙은 그늘 | 볕이 몇 시간이라도 드는 곳으로 |
| 씨앗 모종이 첫해 꽃을 안 피운다 | 아직 어림 | 옮겨 심은 이듬해 가을을 기다린다 |
| 밑동이 무른다 | 물 고임 | 배수 개선, 물 간격 늘리기 |
연중 관리 달력
| 시기 | 할 일 |
|---|---|
| 4월 | 보관한 씨앗 뿌리기, 완효성 비료 약간 |
| 5~6월 | 잎이 크게 자라는 때 |
| 7~8월 | 꽃대가 오르는 때. 가뭄에만 물 |
| 9월 | 어린 모종 옮겨심기. 꽃 피기 시작 |
| 9~10월 | 한창 피는 때 |
| 10월 | 씨앗 받기 — 바로 뿌리거나 보관 |
| 11~2월 | 지상부를 밑동에서 잘라 두고 겨울나기 |
옛 쓰임 — 수리취떡과 부싯깃
수리취떡은 멥쌀가루에 수리취나 쑥을 섞어 반죽한 뒤,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찍어 낸 절편입니다. 그래서 차륜병(車輪餠)이라고도 부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단옷날을 수릿날이라 하고, ‘수리’가 우리말의 수레를 뜻한다는 풀이를 소개합니다. 수릿날의 어원에는 이 밖에도 여러 설이 있어 하나로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궁중에서도 단옷날 이 떡을 올렸다고 전합니다.
수리취가 쓰인 곳은 떡만이 아닙니다. 다 자란 잎은 말려서 부싯깃으로 썼습니다. 부싯깃은 부시를 칠 때 튀는 불똥이 박혀 불이 붙도록 부싯돌에 대는 물건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에도 부싯깃을 수리취나 쑥 잎 따위를 볶아 곱게 비벼서 만든다고 적혀 있습니다. 잎 뒷면의 흰 솜털이 작은 불씨를 받아 품는 불쏘시개가 되었던 셈입니다.
봄에는 떡으로, 가을에는 불씨로. 수리취는 한 해 내내 사람 곁에서 쓰이던 풀이었습니다.
꽃말 — 장승
수리취의 꽃말은 장승으로 소개됩니다. 키가 훌쩍 크고 가시 공 같은 꽃을 단 채 산길 가에 우뚝 선 모습에서 나온 말로 보입니다. 다만 꽃말의 출처는 기사와 블로그 수준이라 자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마무리
수리취는 볕이든 그늘이든, 흙이 어떻든 강건하게 자라는 산의 큰 풀입니다. 기르는 법은 세 가지로 충분합니다. 볕과 그늘을 가리지 않는 넉넉한 자리에 심고, 흙은 까다롭게 고르지 않고, 가을에 받은 씨앗으로 늘릴 것. 그러면 가을마다 거꾸로 매달린 자줏빛 가시 공이 숲 가장자리를 지킵니다.
쇼츠 「단오 떡에 넣던 풀, 수리취」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 중 개화 장면은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세 번째 사진 제외).
참고 자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식물도감 수리취(도감번호 26980), 엉겅퀴(36151)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수리취 — 떡·부싯깃 쓰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수리취떡 — 재료, 차륜병, 수릿날 풀이
- 우리역사넷 — 쑥향 그윽한 수리취떡 — 수릿날 어원의 여러 설
- 데이터뉴스 — 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수리취 — 꽃말
- iNaturalist — 수리취 관찰 58494983 — 세 번째 사진, © Repina Tatyana (CC BY)
제 생각은요
저는 이 풀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대목이 부싯깃 쓰임이라고 봅니다. 단오 떡에 넣던 향긋한 잎이라는 이야기는 그래도 알려진 편인데, 잎 뒷면의 흰 솜털이 불씨를 받아 품는 불쏘시개였다는 사실은 수리취라는 풀의 쓸모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해 줍니다. 봄에는 먹을거리로, 가을에는 불씨로 쓰였다면 옛사람들에게는 관상용이 아니라 생활 도구에 가까운 풀이었던 셈입니다. 기르는 입장에서는 그늘과 흙을 가리지 않고 씨앗 발아율까지 높다니, 손이 많이 가는 화초에 지친 분들에게 권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꽃이 땅을 향해 피는 성질을 모르고 평지에 심으면 가시 공 뒤통수만 보게 되니, 눈높이보다 높은 비탈에 심으라는 대목만큼은 꼭 기억해 둘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