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 가장자리에서 흰 솜뭉치 같은 꽃송이가 평평하게 모여 핀 풀을 보면, 그 위에 커다란 나비가 앉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반투명한 연푸른 날개에 검은 맥, 뒷날개는 밤색인 왕나비입니다. 그 나비가 일부러 찾아오는 꽃이 등골나물입니다.
등골나물은 사람 키만큼 곧게 자라는 들풀입니다. 꽃 하나하나는 작지만, 꽃마다 실처럼 가느다란 암술대가 길게 뻗어 나와 꽃송이 전체가 보송보송해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쇼츠에 다 담지 못한 등골나물의 생김새와 왕나비 이야기, 기르는 법, 그리고 꼭 알아 둬야 할 헷갈리는 이웃 식물을 정리합니다.
먼저 알아 둘 것 — 등골나물은 먹지 않습니다. 이름에 ‘나물’이 붙어 있지만, 등골나물속 식물에는 간에 해로운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은 관상과 생태 이야기만 다룹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등골나물은 어떤 식물인가
| 항목 | 내용 |
|---|---|
| 학명 | 도감 Eupatorium makinoi var. oppositifolium (Koidz.) Kawah. & Yahara — 국제 목록(GBIF)은 Eupatorium chinense L.로 묶음 (국화과 등골나물속) |
| 영명 | Opposite-leaf eupatorium |
| 이명 | 갈래등골나물, 민등골나물, 새등골나물 등 (도감의 비추천명) |
| 분포 | 전국 |
| 자라는 곳 | 반그늘에서도 자라나 양지의 풀숲, 부식질 많고 습기 있는 흙 |
| 생활형 | 숙근성 여러해살이풀,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음 |
| 키 | 2m에 달함, 원줄기에 자줏빛 점, 가지를 치지 않음 |
| 잎 | 중앙부 잎이 크고 마주나기, 달걀꼴 긴 타원형, 길이 10~18cm, 끝이 뾰족하고 규칙적인 뾰족한 톱니, 뒷면에 선점 |
| 개화 | 7~10월 |
| 꽃 | 원줄기 끝의 편평꽃차례, 원통형 총포(5~6mm) 하나에 낱꽃 5개, 흰색 또는 연붉은 자색 |
| 열매 | 길이 3mm 원통형 수과, 흰 갓털 |
학명은 조금 복잡합니다. 국립수목원 도감은 일본 학자들이 정리한 이름(E. makinoi var. oppositifolium)을 쓰지만, 국제 식물 목록은 이것을 넓은 뜻의 E. chinense에 포함합니다. 예전 국내 문헌에서 쓰던 E. japonicum은 지금 도감에서 벌등골나물의 학명이니 헷갈리지 않도록 합니다.
왕나비가 이 꽃을 찾는 까닭
가을이면 등골나물 꽃밭에 왕나비(Parantica sita)가 모여듭니다. 날개를 편 길이가 10cm에 이르는 큰 나비로, 계절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주와 남부에 주로 살고, 중부에서 보이는 개체는 이동해 온 것들이라고 합니다.
왕나비가 이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일본의 자료들은 등골나물속 꽃(일본의 히요도리바나·후지바카마 등)에 든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를 왕나비 수컷이 먹어 두었다가, 암컷을 부르는 성페로몬의 원료로 쓴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에게는 해로운 성분이 나비에게는 짝을 찾는 향의 재료가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왕나비를 부르려고 일부러 이 무리의 꽃을 심는 곳도 있습니다.
나비 정원을 꾸민다면 등골나물은 좋은 선택입니다. 여름이 끝나 꿀 식물이 줄어드는 8~10월에 꽃이 한창이라 나비와 벌에게 늦은 식당이 되어 줍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심기 — 볕과 습기
도감은 등골나물이 반그늘에서도 자라나 양지의 풀숲에서 자라고, 습기가 있는 토양이면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적습니다. 재배특성으로는 노지에서 겨울을 나고, 물을 충분히 주어 관리한다고 합니다.
- 볕 — 양지~반그늘. 숲 가장자리처럼 하루 몇 시간 해가 드는 곳이면 충분합니다.
- 흙 — 부식질이 많고 촉촉한 흙. 낙엽이 쌓인 숲 가장자리 흙이 이상적입니다. 마사토처럼 빨리 마르는 흙이라면 부엽토를 넉넉히 섞습니다.
- 자리 — 키가 사람 키만큼 자라므로 화단 뒷줄, 울타리 곁, 연못가가 어울립니다. 습한 땅을 좋아하니 빗물이 모이는 낮은 자리도 괜찮습니다.
물·거름
- 물 — 다른 들꽃과 달리 마르지 않게 관리합니다. 한여름 가뭄에는 흠뻑 주고, 포기 둘레를 낙엽이나 짚으로 덮어 두면 흙이 덜 마릅니다.
- 거름 —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부엽토를 섞어 두었다면 따로 줄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늘리기와 키 조절
- 포기나누기 — 도감이 적은 대로 등골나물은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 해마다 포기가 늘어납니다. 봄에 새싹이 올라올 무렵 포기를 캐서 땅속줄기째 나누어 심으면 됩니다.
- 씨앗 — 가을에 흰 갓털이 달린 씨앗이 바람에 날립니다. 받아서 가을이나 봄에 뿌립니다.
- 키 조절 — 원예 자료에서는 키가 너무 크게 자라는 것을 막으려고 초여름(6월 무렵) 줄기 끝을 잘라 주면 키가 낮아지고 꽃송이가 늘어난다고 소개합니다. 좁은 화단이라면 시도해 볼 만합니다.

사진: “Eupatorium chinense tozanense” by Jacy Chen is licensed under CC BY 4.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위 사진은 대만 고산에서 자라는 등골나물의 한 변종(var. tozanense)입니다. 우리 산의 등골나물보다 봉오리 색이 짙은 분홍이고 잎이 좁지만, 원통형 봉오리가 열리면서 실처럼 가느다란 흰 암술대가 두 갈래로 길게 뻗어 나오는 모습은 같습니다. 꽃송이가 보송보송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암술대입니다.
헷갈리는 이웃 — 벌등골나물, 골등골나물, 서양등골나물
등골나물 무리는 서로 닮아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도감의 기술로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구분 | 등골나물 | 벌등골나물 | 골등골나물 | 서양등골나물 |
|---|---|---|---|---|
| 잎 모양 | 달걀꼴 긴 타원형, 갈라지지 않음 | 대부분 3갈래로 깊게 갈라짐 | 좁은 피침형, 3행맥, 밑부분이 3갈래로 갈라져 돌려난 듯 보임 | 달걀꼴, 잎자루가 2~6cm로 길다 |
| 키 | 2m까지 | 1~1.5m | 70cm 안팎 | 30~130cm |
| 꽃 | 흰색~연붉은 자색, 두화당 낱꽃 5개 | 연한 홍자색 | 흰색 또는 홍자색 | 순백색, 두화당 낱꽃 15~25개 |
| 꽃 피는 때 | 7~10월 | 8~9월 | 7~10월 | 8~10월 |
| 자라는 곳 | 전국 산과 들 | 중부 이남 냇가 제방 | 전국 산과 들 | 서울·중부 숲속 그늘에 번짐 |
이 가운데 서양등골나물은 특히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외래식물로, 숲 그늘에서도 잘 자라 토종 식물의 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환경부가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이 풀을 먹은 소의 우유를 마신 사람이 앓는 ‘우유병(milk sickness)’의 원인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정원에 심거나 옮기지 말아야 할 풀입니다.
구별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잎자루가 길고 꽃이 새하얗게 소복하면 서양등골나물, 잎자루가 짧고 꽃송이 하나에 낱꽃이 5개뿐이라 가늘어 보이면 등골나물입니다.
이름의 내력 — 풀이가 여럿인 이름
등골나물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풀이가 전합니다. 잎 가운데 맥이 등골(척추)처럼 깊게 파여 있다는 풀이, 말리면 향이 난다는 풀이, 뼈와 관련된 약초로 여겼다는 풀이 등입니다. 어느 것도 문헌으로 확인된 정설은 아니어서, 이 글에서는 전해지는 이야기로만 소개합니다.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이름에 ‘나물’이 붙었어도 먹는 풀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꽃말 — 망설임
등골나물의 꽃말은 망설임(주저)으로 소개됩니다. 그런데 이 꽃을 찾는 왕나비는 전혀 망설이지 않습니다. 가을이면 먼 길을 날아와 곧장 이 꽃에 내려앉습니다.
화분에서 기를 때
마당이 없다면 크고 깊은 화분에서도 기를 수 있습니다. 땅속줄기로 퍼지는 풀이라 좁은 화분에서는 금세 뿌리가 꽉 찹니다.
- 흙은 상토에 부엽토를 넉넉히 섞어 촉촉함을 유지합니다.
- 반나절 해가 드는 곳이면 충분합니다. 한여름 오후 직사광선이 강한 베란다라면 살짝 가려 줍니다.
- 화분은 땅보다 빨리 마르므로 여름에는 거의 매일 흙을 확인합니다.
- 2~3년에 한 번 봄에 포기를 나누어 새 흙에 옮겨 심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 증상 | 원인 | 대처 |
|---|---|---|
| 잎 가장자리가 마른다 | 건조, 한여름 직사광선 | 흠뻑 물주기, 포기 둘레 덮기, 반그늘로 |
| 키가 너무 커서 쓰러진다 | 비옥한 흙, 그늘 | 6월 무렵 줄기 끝 자르기, 지지대 |
| 꽃이 적다 | 너무 깊은 그늘 | 하루 몇 시간 해가 드는 곳으로 |
| 비슷한 풀이 숲에 마구 번진다 | 서양등골나물일 가능성 | 잎자루 길이·꽃 확인 후 제거 |
연중 관리 달력
| 시기 | 할 일 |
|---|---|
| 3~4월 | 새싹 돋음, 포기나누기, 부엽토 보충 |
| 5~6월 | 줄기 자람, 6월 무렵 순지르기(선택), 가뭄 때 물주기 |
| 7~10월 | 꽃 피는 때, 왕나비·벌 관찰 |
| 10~11월 | 씨앗 날림, 지상부 정리 |
| 12~2월 | 노지 월동 |
마무리
등골나물은 숲 가장자리의 촉촉한 흙과 가을 나비를 좋아하는 들풀입니다. 기르는 법은 세 가지면 됩니다. 볕이 들거나 반그늘진 곳에, 습기 있는 흙에 심고, 땅속줄기로 늘어난 포기를 봄에 나눌 것. 그리고 한 가지를 기억해 두세요. 이름과 달리 먹는 나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숲에 번지는 서양등골나물과는 다른 풀이라는 것입니다.
쇼츠 「왕나비가 망설임 없이 찾아오는 꽃」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 중 개화 장면은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세 번째 사진 제외).
참고 자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식물도감 등골나물(도감번호 27293), 벌등골나물(28633), 골등골나물(28631), 서양등골나물(27297)
- GBIF — Eupatorium chinense — 수용명과 이명 관계
- 레퍼런스 협동 데이터베이스(일본 국립국회도서관) — 왕나비가 후지바카마를 좋아하는 이유 —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와 성페로몬
- 국립생물자원관 — 왕나비 — 분포·이동
- 위키백과 — 서양등골나물 — 원산지,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
- Wikipedia — Ageratina altissima — 우유병(milk sickness)
- Wikipedia — Pyrrolizidine alkaloid — 간독성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가장 오래 기억해 둘 대목이 왕나비 이야기라고 봅니다. 사람 간에는 독이 되는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를 수컷 나비가 일부러 먹어 두었다가 암컷을 부르는 향의 원료로 쓴다는 건, 같은 물질도 어느 생물에게 가느냐에 따라 독과 약이 갈린다는 걸 이만큼 또렷하게 보여 주는 예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가장 쉽게 흘려 넘길 부분은 서양등골나물 구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숲에서 하얗게 소복한 꽃을 보고 예쁘다고 캐다 심는 순간 생태계교란 생물을 정원에 들이는 셈이 되니, 잎자루가 2~6cm로 길고 꽃송이 하나에 낱꽃이 15개가 넘게 붙어 있으면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두 가지만큼은 꽃 이름보다 먼저 외워 둘 가치가 있습니다. 이름에 ‘나물’이 붙었다고 먹을 수 있는 풀이 아니라는 점까지 포함하면, 이 풀은 아는 만큼만 가까이해야 하는 들꽃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