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유 키우기 — 한쪽으로만 피는 보랏빛 꽃, 씨 받는 때와 뿌리는 때, 향유·배초향 구별법

꽃향유는 가을이 거의 끝나 갈 무렵에야 제철을 맞는 들꽃입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한창일 때 산길 가장자리 메마른 자갈밭에서 보랏빛 솔 같은 꽃이삭을 줄줄이 세웁니다.

이 꽃을 처음 보면 누구나 한 가지를 알아챕니다. 꽃이 줄기를 빙 둘러 피지 않고 한쪽 면에만 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칫솔이나 병솔을 세워 둔 것 같습니다. 아래에서 그 생김새부터 키우는 법, 헷갈리는 이웃 식물까지 차례로 풀겠습니다.

꽃향유 만개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꽃향유는 어떤 식물인가

항목 내용
학명 Elsholtzia splendens Nakai ex F.Maek. (꿀풀과 향유속)
분포 한국·만주. 국내는 제주와 남부·중부 산야
자라는 곳 약간 메마르고 건조한 자갈밭 등지
개화 9~10월
키 60cm까지
줄기 사각형, 굽은 털이 줄지어 돋음
잎 마주나기, 달걀 모양, 길이 1~7cm, 가장자리에 톱니, 뒷면에 선점
꽃 분홍빛 자주색, 꽃부리 길이 약 6mm. 이삭 한쪽으로 치우쳐 빽빽이 달림
꽃차례 길이 2~5cm,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달리고 바로 밑에 잎이 있음
생활사 도감은 한해살이(1년생 초본), 자료에 따라 여러해살이로도 적음

생활사는 자료마다 표기가 갈립니다. 국립수목원 도감은 한해살이로, 위키백과는 여러해살이로 적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이 글에서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기르는 입장에서는 가을에 씨를 받아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 이 부분은 아래 번식 항목에서 다시 다룹니다.

한쪽으로만 피는 꽃 — 생김새 뜯어보기

꽃향유의 가장 큰 특징은 꽃차례의 모양입니다. 도감의 기술을 그대로 옮기면 “많은 꽃이 빽빽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이삭꽃차례를 이룬다”입니다.

왜 한쪽으로 치우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럴듯한 설명을 붙이기보다 생김새만 정확히 살펴보겠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은 부품이 제법 정교합니다.

  • 이삭(꽃차례) — 길이 2~5cm. 줄기 끝과 가지 끝마다 하나씩 서므로 포기 전체에 보랏빛 솔이 여러 개 섭니다.
  • 포(꽃을 받치는 작은 잎) — 콩팥 모양이고 끝이 갑자기 바늘처럼 뾰족해집니다. 자줏빛이 돌고 가장자리에 긴 털이 있습니다. 꽃이삭이 비늘을 겹겹이 두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이 포 때문입니다.
  • 꽃받침 — 통 모양, 길이 1.5mm 정도로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털이 있습니다.
  • 꽃부리 — 길이 6mm 정도의 입술 모양입니다. 윗입술은 끝이 오목하고 아랫입술은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 수술 — 네 개 가운데 두 개가 긴 2강수술이며, 길이 1cm 정도로 꽃 밖으로 길게 뻗어 나옵니다. 솔처럼 보이는 인상에 이 수술들이 한몫합니다.

잎과 줄기도 꿀풀과답게 생겼습니다. 줄기는 네모지고 잎은 마주납니다. 잎 뒷면에는 선점(기름샘 같은 작은 점)이 있습니다.

늦가을 벌들의 꿀 창고

꽃향유가 피는 9~10월은 들판의 꽃이 하나둘 줄어드는 때입니다. 이 무렵 꽃향유 군락에 가 보면 벌이 유난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꽃에 꿀이 많아 벌이 많이 찾는 밀원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이 꽃이 양봉의 달력에도 올라 있습니다. 제주도민일보의 제주 밀원 자원 기사는 계절별 꿀의 원천을 짚으면서 9~11월의 밀원으로 향유·꽃향유(노리자리꿀)와 송악을 꼽았습니다. 봄 유채에서 시작한 꿀의 계절이 향유 무리에 이르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셈입니다.

정원에 꽃향유를 들이면 볼거리가 하나 더 생깁니다. 서리가 오기 전 마지막으로 벌과 나비가 모이는 자리가 됩니다.

심기 — 볕 드는 자리, 물 빠지는 모래흙

꽃향유는 도감 재배특성에 “특별한 관리는 필요하지 않다”고 적혀 있을 만큼 수월한 풀입니다. 대신 자리만은 제대로 골라야 합니다. 자생지가 메마른 자갈밭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답이 나옵니다.

  • 볕 — 양지성 식물입니다. 볕이 잘 드는 곳이 기본이고, 반그늘에서도 기를 수 있습니다.
  • 흙 — 물 빠짐이 좋은 모래흙(사질토양)이 좋습니다. 진흙이 많아 물이 고이는 자리는 피합니다. 화단 흙이 무겁다면 굵은 모래나 마사토를 섞어 배수를 틔웁니다.
  • 자리 — 돌 틈, 화단 가장자리, 경사진 곳처럼 비가 와도 물이 금방 빠지는 곳이 자생지와 가깝습니다.
  • 여름 — 도감은 여름철에는 가능한 한 시원한 장소에서 기르는 것이 좋다고 적습니다. 화분이라면 한여름 뙤약볕이 가장 뜨거운 자리는 잠시 피해 줍니다.
  • 화분 — 바닥 구멍이 넉넉한 화분에 배수가 잘되는 흙을 씁니다. 받침에 물이 고여 있지 않게 합니다.

물·거름 — 적게, 드물게

물 — 메마른 땅에서 자라는 풀이니 늘 촉촉하게 둘 필요가 없습니다. 노지에 자리 잡은 뒤에는 비에 맡겨도 되고, 오래 가물어 잎이 처질 때 흠뻑 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화분은 겉흙이 마른 것을 확인하고 줍니다. 물을 자주 주는 것보다 물이 고이는 것이 더 해롭습니다.

거름 —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자갈밭에서 자라는 풀에게 기름진 흙은 오히려 낯선 환경입니다. 척박한 화단이라 걱정된다면 심을 때 퇴비를 조금 섞는 정도로 그칩니다.

꽃향유 개화 3단계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관리 — 손이 거의 가지 않는 풀

꽃향유 관리는 덜 하는 쪽이 낫습니다.

  • 순 정리 — 가지 끝마다 꽃이삭이 서므로, 가지가 많을수록 꽃도 많습니다. 다만 꽃향유의 순지르기 시기와 효과를 따로 확인한 자료는 찾지 못했으니, 처음 기르는 해에는 자연스러운 모양을 그대로 보는 편을 권합니다.
  • 쓰러짐 — 흙이 너무 기름지거나 그늘이 짙으면 줄기가 웃자라 기울 수 있습니다. 볕과 배수를 먼저 점검합니다.
  • 진 꽃 — 씨를 받을 생각이라면 꽃이삭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꽃이 진 이삭에서 씨가 여뭅니다.
  • 보호 — 도감은 꽃향유가 번식이 잘되어 특별한 보호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적습니다. 그만큼 강건한 풀입니다.
꽃향유 실사 사진

사진: Kim, Hyun-tae / CC BY (iNaturalist 관찰 2308562)

번식 — 11월에 씨를 받습니다

꽃향유 번식은 씨앗이 기본입니다. 도감의 번식법은 두 갈래입니다.

  1. 받자마자 뿌리기 — 11월경 채취한 종자를 곧바로 파종하면 이듬해 봄에 발아합니다. 겨울 추위를 땅속에서 자연스럽게 겪게 하는 방식입니다.
  2. 말려 두었다가 봄에 뿌리기 — 종자를 잘 건조시켜 이듬해 봄에 파종해도 발아가 잘 됩니다.

씨 받는 요령

  • 꽃이 지고 이삭이 갈색으로 마르면 이삭째 잘라 종이봉투에 담습니다.
  • 봉투째 그늘에서 말린 뒤 흔들거나 비비면 작은 씨(소견과)가 떨어집니다.
  • 봄에 뿌릴 씨는 잘 말려서 종이봉투에 넣어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둡니다. 비닐에 넣으면 눅눅해질 수 있습니다.

뿌리는 요령

  • 씨가 작으니 흙을 두껍게 덮지 않습니다. 흙 위에 흩뿌리고 살짝 눌러 주는 정도로 합니다.
  • 싹이 난 뒤 촘촘한 곳은 솎아 포기 사이를 띄웁니다.
  • 봄에 뿌린 씨가 그해 가을에 꽃을 피웁니다.

생활사 표기가 갈리는 식물이니, 해마다 가을에 씨를 조금씩 받아 두면 어느 경우든 이듬해 꽃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헷갈리는 종 — 향유, 배초향(방아)

꽃향유와 가장 자주 헷갈리는 식물은 이름이 비슷한 향유, 그리고 꽃과 향이 닮은 배초향(방아)입니다. 셋 다 꿀풀과로 줄기가 네모지고 잎이 마주나며, 보랏빛 꽃이삭을 세웁니다. 아래 표의 수치는 모두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입니다.

구분 꽃향유 향유 배초향(방아)
학명 Elsholtzia splendens Elsholtzia ciliata Agastache rugosa
꽃 배열 한쪽으로 치우쳐 빽빽이 한쪽으로 치우쳐 빽빽이 줄기를 빙 둘러 돌려 달림(윤산꽃차례)
꽃차례 길이 2~5cm 5~10cm 5~15cm, 너비 2cm
꽃 크기 꽃부리 약 6mm 꽃부리 약 5mm 꽃잎 8~10mm
포 콩팥 모양, 끝이 바늘처럼 뾰족 둥근 부채 모양 —
잎 달걀 모양, 길이 1~7cm 긴 달걀 모양, 길이 3~10cm 달걀 모양 심장형, 길이 5~10cm
개화 9~10월 8~9월 7~9월
생활사(도감) 1년생 초본 1년생 초본 여러해살이풀

구별 요령 정리

  • 배초향과 구별 — 가장 쉽습니다. 꽃이삭을 돌려 보면 됩니다. 꽃이 한쪽 면에만 있으면 향유 무리, 사방으로 빙 둘러 있으면 배초향입니다. 잎도 배초향 쪽이 더 크고 밑이 심장 모양에 가깝습니다.
  • 향유와 구별 — 둘 다 한쪽으로 치우쳐 피므로 더 자세히 봐야 합니다. 꽃향유는 꽃이삭이 짧고(2~5cm) 꽃이 조금 크며, 포가 콩팥 모양에 끝이 바늘처럼 뾰족합니다. 향유는 이삭이 더 길고(5~10cm) 포가 둥근 부채 모양입니다. 개화도 향유가 조금 이릅니다.

약재 이름과 헷갈리지 마세요. 한약재에도 향유(香薷)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식물 이름과 약재 이름이 겹치다 보니 들에서 본 풀을 곧바로 약재와 같은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이 글은 정원 식물로서의 꽃향유만 다룹니다. 약으로 쓰는 일은 반드시 규격 한약재와 전문가 상담을 거쳐야 합니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위키백과). 다만 이 글에서 조리법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들에서 채취할 때는 이름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해야 합니다.

이럴 땐 이렇게

싹이 잘 나지 않습니다 — 씨를 너무 깊이 묻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작은 씨는 흙 위에 뿌리고 살짝만 눌러 줍니다. 봄 파종용 씨가 저장 중 눅눅해졌을 수도 있으니 잘 말려 보관합니다.

줄기가 가늘게 웃자라고 쓰러집니다 — 볕이 부족하거나 흙이 너무 기름진 경우입니다. 반그늘에서도 자라지만, 꽃을 많이 보려면 볕이 잘 드는 자리가 낫습니다.

아랫잎이 누렇게 변하고 포기가 시들시들합니다 — 물이 고이는 흙인지 확인합니다. 모래를 섞어 배수를 틔우거나 더 높은 자리로 옮깁니다.

여름에 화분 포기가 지칩니다 — 도감도 여름에는 시원한 곳을 권합니다. 한낮 직사광선이 가장 뜨거운 자리를 잠시 피해 줍니다.

이듬해에 포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 생활사 표기가 갈리는 식물입니다. 가을에 받아 둔 씨를 봄에 다시 뿌립니다. 씨가 떨어진 자리 주변에서 새싹이 올라오는지도 살펴봅니다.

연중 관리 달력

시기 할 일
3~4월 말려 둔 씨 봄 파종, 흙은 얇게 덮기
5~6월 싹 솎기, 배수 점검
7~8월 여름 더위 피하기(화분은 시원한 자리로), 물은 가물 때만
9~10월 개화, 벌·나비 관찰. 씨 받을 이삭은 자르지 않기
11월 채종 → 곧바로 뿌리거나 말려서 보관
12~2월 씨 보관(건조·서늘하게)

이름의 내력

꽃향유라는 이름에는 향유속 식물 향유의 이름이 들어 있습니다. 향유는 옛 문헌과 의서에서 노야기라고도 불렸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전합니다. 두 식물 모두 꿀풀과 특유의 향이 있습니다.

꽃향유는 도감에 이명으로 분홍꽃향유, 붉은향유, 흰꽃향유가 함께 올라 있습니다. 도감은 이 이름들을 쓰지 않는 이름(비추천명)으로 분류하고 꽃향유로 통일해 부르도록 정리해 두었습니다. 제주에서는 이 꽃에서 얻은 꿀을 노리자리꿀이라 부른다고 전해집니다. 식물 도감의 이름보다 꿀벌과 사람이 함께 만든 이름이 더 정겹게 들립니다.

꽃말

꽃향유의 꽃말은 가을향기라고 전해집니다. 꽃말의 유래를 밝힌 문헌은 찾지 못했지만, 가을 끝자락에 향이 있는 보랏빛 꽃을 피우는 풀이니 그 인상과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마무리

꽃향유는 한쪽 면에만 꽃을 모아 피우는 풀입니다. 가을이 저물어 갈 때 비로소 피어나, 겨울을 앞둔 벌들에게 마지막 꿀을 내줍니다.

기르는 법은 간단합니다. 볕을 주고, 물 빠지는 흙에 심고, 11월에 씨를 받을 것. 손을 많이 대지 않을수록 제 모습대로 자라는 풀입니다. 올가을 들길에서 한쪽으로만 핀 보랏빛 솔을 만나면, 그 위에 벌이 몇 마리 앉아 있는지 한번 세어 보세요.

쇼츠 「한쪽으로만 피는 보랏빛 꽃」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가장 값진 대목이 화려한 보랏빛 꽃이 아니라 “특별한 관리는 필요하지 않다”는 한 줄이라고 봅니다. 정원 일의 실패는 대개 게으름보다 부지런함에서 오는데, 물을 자주 주는 것보다 물이 고이는 쪽이 더 해롭다는 꽃향유야말로 그 부지런함을 내려놓는 연습을 시켜 주는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감과 위키백과가 한해살이인지 여러해살이인지조차 서로 다르게 적는 마당에, 그 논쟁을 붙들기보다 11월에 씨 한 봉투 받아 두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는 태도가 훨씬 실속 있어 보입니다. 다만 매일 들여다보고 손보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분에게는, 기름진 흙에서 오히려 웃자라 쓰러지는 이 풀이 심심하고 서운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그런 분께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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