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볏을 꼭 닮은 진홍색 꽃이 있습니다. 맨드라미입니다.
그런데 이 토종스러운 이름과 달리, 맨드라미의 고향은 사실 열대 아시아라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사진: “Strange red flowers (Celosia cristata)” by wallygrom is licensed under CC BY-SA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열대에서 온 토종 꽃
맨드라미는 인도를 비롯한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의 마당과 장독대 곁에서 재배되어 온 친숙한 여름꽃입니다. 닭의 볏(벼슬)을 닮은 진홍색 주름진 꽃차례 때문에 한자로는 계관화(鷄冠花)라 부릅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닭과 맨드라미를 함께 그린 그림으로 ‘관 위에 관(冠上加冠)’, 곧 벼슬 위에 벼슬이 더해지길 바라는 승진의 염원을 담기도 했습니다.
파종 — 시기와 방법
맨드라미는 씨앗으로 시작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서리 걱정이 없는 5월에 씨를 뿌리면 7~10월에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발아에는 20도 이상의 따뜻한 지온이 필요하므로 너무 이르게 심으면 싹이 잘 안 틉니다.
본잎이 나오면 포기 사이를 20~25cm로 솎아 주고, 어릴 때 순지르기를 하면 곁가지가 늘어 여러 개의 벼슬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Celosia cristata” by Dinesh Valke is licensed under CC BY-SA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가장 흔한 문제 — 진딧물과 뿌리썩음
맨드라미를 키우다 자주 겪는 문제 둘이 있습니다.
첫째, 진딧물입니다. 새순과 꽃봉오리 부근에 잘 모이는데, 발견 즉시 물로 씻어내거나 친환경 살충비누를 뿌려 초기에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물을 너무 자주 줘서 생기는 뿌리썩음입니다. 맨드라미는 열대 원산답게 습한 것보다 약간 건조한 편을 좋아합니다. 겉흙이 마른 뒤에 물을 주는 원칙만 지켜도 대부분 예방됩니다.
볏 모양(crested)과 촛불 모양(plume) 구분
맨드라미 품종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넓은 볏이 파도치듯 펼쳐지는 볏형(crested)과, 깃털처럼 곧게 솟는 촛불형(plume)입니다. 전통적으로 ‘맨드라미’라 하면 볏형을 가리키며, 씨앗을 살 때 품종명을 확인하면 원하는 모양을 고를 수 있습니다.
번식 — 씨앗 받기
꽃이 완전히 마르면 그 속에 작고 까만 씨앗이 맺힙니다. 마른 꽃차례를 통째로 잘라 그늘에서 말린 뒤 씨앗을 털어 종이봉투에 보관하면 이듬해 다시 심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잎에 진딧물이 붙었습니다 — 초기에 물로 씻어내거나 살충비누로 방제하세요.
볏이 작고 초라합니다 — 거름이나 볕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양지바른 곳에 심고 개화기 전 웃거름을 줘 보세요.
줄기 아래쪽이 물러집니다 — 과습으로 인한 뿌리썩음입니다. 물주기 간격을 늘려 보세요.
마무리
맨드라미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여름꽃이지만, 닭의 볏을 닮은 그 생김새 안에는 승진을 기원하던 조선 선비들의 마음과, 주인을 지키다 떠난 수탉의 전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쇼츠 「수탉의 볏을 닮았지만, 사실은 열대가 고향인 꽃」 바로 보기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물주기라고 봅니다. 여름꽃이라 하면 으레 물을 자주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맨드라미는 열대 원산답게 겉흙이 마른 뒤에 주는 쪽이 오히려 안전하고, 줄기 아래가 물러지는 뿌리썩음은 대부분 부지런함이 부른 결과라는 점이 역설적입니다. 반대로 진딧물은 걱정만큼 무서운 문제는 아니어서, 새순에 모이기 시작할 때 물로 씻어내는 정도로도 초기에 충분히 잡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들여다보며 손대고 싶어하는 분보다는, 5월에 씨 뿌리고 어릴 때 순지르기 한 번 해 준 뒤 반쯤 잊고 지낼 수 있는 분에게 이 꽃을 권하고 싶습니다. 닭 볏 닮은 꽃에 승진의 염원을 얹어 그림까지 그렸던 조선 선비들의 마음은, 어쩌면 이렇게 손이 덜 가는 꽃이라 더 오래 곁에 둘 수 있었기에 생긴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