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기사의 하루 — 새벽 상차부터 세차 마감까지 현직 기사가 씁니다

“레미콘 기사는 하루 종일 뭐 해요? 그냥 운전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이 일을 한다고 하면 꼭 듣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운전은 이 일의 절반쯤입니다. 저는 매일 믹서트럭 운전대를 잡는 현직 레미콘 기사입니다. 오늘은 레미콘 기사의 하루가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새벽 출근부터 세차 마감까지 시간대별로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항상 새벽 출근길은 너무 힘이 드네요. 처음에 이 일을 시작했을때 다들 이렇게 말합니다. 운전하는게 뭐가 힘들어? 이렇게요. 대형트럭의 특성상 사각지대도 많고 운전하면서 신경 쓸일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 일 시작하고 몇달간은 집에 가서 밥먹음 저녁 8시에도 그냥 곯아떨어졌죠.. ㅎㅎ

새벽: 하루는 배차 확인과 차량 점검으로 시작한다

레미콘 기사의 하루는 해 뜨기 전에 시작됩니다. 공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두 가지입니다.

  • 배차 확인 — 오늘 어느 현장에 몇 바리 나가는지, 첫 타설 시간이 몇 시인지 확인합니다. 이게 그날 하루의 밑그림입니다.
  • 차량 점검 — 타이어, 드럼 회전, 유압, 물탱크 수량까지 한 바퀴 돌면서 확인합니다. 레미콘은 실은 순간부터 시간과의 싸움이라, 도로 위에서 차가 서는 순간 콘크리트째로 문제가 됩니다.

어제까지는 멀쩡했던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밤새 바람이 빠진적도 한두번이 아니네요. 항상 점검해야해요

오전: 상차, 그리고 90분의 카운트다운

점검이 끝나면 배처플랜트 아래로 차를 댑니다. 드럼에 콘크리트가 쏟아져 들어오는 상차는 몇 분이면 끝나지만, 이 순간부터 시계가 돌아갑니다. 콘크리트는 KS 규격 기준으로 공장 출발 후 90분 안에 타설을 마쳐야 하는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미콘 기사의 운전은 일반 화물 운전과 결이 다릅니다. 빨리 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안전하게, 그리고 콘크리트 품질이 살아 있는 상태로 현장에 도착하는 게 목적입니다. 드럼은 이동 중에도 계속 천천히 돌아갑니다. 재료가 굳거나 분리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6루베 가득 실으면 차량 중량이 25톤 정도 나갑니다. 빨리도 못가요. 보통 50km-60km 속도로 움직입니다. 대형트럭이 60km로 운행하면 엄청 빠르게 느껴져요;;; 앞차가 갑자기 브레이크 잡으면 대형트럭은 빨리 못서요~!!!

현장 도착: 타설, 그리고 기다림

현장에 도착하면 신호수 유도에 따라 펌프카 뒤에 차를 대고, 슈트를 연결해 콘크리트를 내립니다. 타설 자체는 물 흐르듯 진행되면 한 차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문제는 대기입니다.

앞 차가 아직 타설 중이면 현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형틀 작업이 늦어지거나 펌프카가 말썽이면 그 대기가 한없이 길어집니다. 실은 콘크리트는 시간이 갈수록 굳어가는데, 기사가 할 수 있는 건 드럼을 돌리며 무전을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레미콘 기사의 하루에서 가장 속이 타는 시간이 바로 이 대기 시간입니다.

-몰리라는 펌프카에서 타설중입니다. 파이프라인을 따라 아파트 10층이상을 올라갑니다.

대기가 길어져 콘크리트 상태가 안좋아지면 회차 하기도 합니다.

하루의 회전: 공장과 현장을 몇 번이나 오갈까

타설이 끝나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상차하고, 또 현장으로 갑니다. 이 왕복 한 번이 1바리이고, 이 회전을 하루 종일 반복하는 게 레미콘 기사의 하루입니다. 하루 바리 수를 좌우하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변수바리 수에 미치는 영향
공장~현장 거리가까우면 회전이 빨라 바리 수 증가, 멀면 하루 종일 뛰어도 몇 바리 못 함
현장 대기 시간대기가 길어질수록 회전이 끊겨 바리 수 감소
날씨·계절비 오면 타설 취소가 잦고, 동절기에는 물량 자체가 감소

바리 수가 곧 수입과 직결되다 보니, 기사들은 하루가 끝나면 그날 몇 바리 뛰었는지부터 기록합니다. ‘바리’라는 단위가 정확히 뭔지 궁금하시다면 제가 따로 정리한 [레미콘 바리 뜻 — 현직 기사가 말하는 하루 몇 바리의 세계] 글을 참고하세요.

마감: 세차 없이는 퇴근도 없다

마지막 바리를 내리고 공장에 복귀하면 하루가 끝… 나는 게 아닙니다. 레미콘 기사의 하루는 세차로 끝납니다. 드럼 안팎에 남은 콘크리트를 그날 씻어내지 않으면 그대로 굳어버립니다. 굳은 콘크리트는 망치와 정으로 깨야 하는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에, 아무리 늦게 끝난 날도 세차만큼은 거르지 않습니다.

세차를 마치고 운행일지에 그날의 바리 수와 현장을 적으면, 그제야 진짜 퇴근입니다.

세차는 너무 힘들어용~ 하지만 드럼안도 깨끗히 , 그리고 슈트와 수거통도 깨끗히~

자주 묻는 질문

레미콘 기사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나요?

새벽 출근에 세차 마감까지 더하면 구속 시간은 깁니다. 하루8시간 기준입니다. 다만 그중 순수 운전 시간보다 상차·대기·타설·세차에 쓰는 시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량이 많은 성수기와 동절기 비수기의 차이도 큽니다.

비 오는 날은 쉬나요?

비 양에 따라 다르지만, 타설이 취소되면 운행도 없습니다. 비오는날 타설한다고 tv에서도 많이 나오고 했던건 옛말이랍니다. 문제는 바리당 정산 구조라면 쉬는 날이 곧 수입 공백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기사들은 일기예보를 누구보다 열심히 봅니다.

레미콘 운전이 일반 화물 운전보다 어려운 점은 뭔가요?

싣고 있는 화물이 ‘굳어가는 재료’라는 점입니다. 시간 제한이 있고, 드럼이 돌면서 무게중심이 계속 변하며, 현장 진입로는 좁고 경사진 곳이 많습니다. 속도보다 판단이 중요한 운전입니다.

새벽 배차 확인부터 세차 마감까지, 레미콘 기사의 하루를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다음에 도로에서 드럼이 천천히 돌아가는 믹서트럭을 보시면, 저 차는 지금 90분짜리 카운트다운 속에서 달리고 있구나 하고 봐주시면 반갑겠습니다. 현장에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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