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매는 이름에 매화가 들어 있지만 매화가 아닌 꽃입니다. 한겨울 섣달 무렵, 잎 한 장 없는 맨 가지에 노란 꽃이 먼저 피어납니다. 꽃잎은 밀랍처럼 반들거리고 반투명하며, 그 한가운데에 자줏빛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향기. 납매는 꽃보다 향이 먼저 닿는 나무입니다. 추운 날 정원 어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서 둘러보면 그제야 작은 노란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글에서는 쇼츠에 다 담지 못한 납매의 생김새와 기르는 법, 헷갈리는 겨울·이른 봄 꽃들, 그리고 이름에 얽힌 옛 기록을 정리합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납매는 어떤 식물인가
| 항목 | 내용 |
|---|---|
| 학명 | Chimonanthus praecox (L.) Link (납매과, 받침꽃과로도 부름) |
| 영명 | Wintersweet |
| 한자 | 蠟梅(蜡梅) — 밀랍 매화, 臘梅 — 섣달 매화 |
| 원산 | 중국 |
| 생활형 | 낙엽 떨기나무, 키 2~5m |
| 잎 | 마주나기, 달걀형~긴 타원형, 끝이 뾰족하고 표면이 거칠다 |
| 개화 | 국내 1~2월, 이른 품종은 12월부터 |
| 꽃 | 잎보다 먼저 묵은 가지에 한두 송이씩, 지름 1.5~4cm, 화피 15~21장 — 바깥은 밀랍 같은 노란색, 안쪽 짧은 화피는 자줏빛 무늬 |
| 향기 | 매우 짙다 |
| 열매 | 항아리 모양, 씨앗에 독성 알칼로이드 |
이름에 ‘매’가 들어 있지만 매화(장미과 벚나무속)와는 전혀 다른 집안입니다(중국 국가임업초원국). 꽃이 매화와 같은 때 피고 향이 비슷해서 붙은 이름일 뿐입니다.
밀랍 꽃잎과 자줏빛 속꽃잎
납매 꽃을 손끝으로 만져 보면 꽃잎이 두툼하고 매끈합니다. 햇빛에 비추면 속이 살짝 비칠 만큼 반투명해서, 누군가 노란 밀랍을 녹여 빚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옵니다. 매화 꽃잎이 얇고 부드러운 것과 대조적입니다.
꽃 한 송이는 화피(꽃잎과 꽃받침을 합쳐 부르는 말) 15~21장이 여러 겹으로 겹친 컵 모양입니다. 바깥쪽 긴 화피는 노랗고, 안쪽의 짧은 화피에는 자줏빛 붉은 무늬가 들어 있습니다. 꽃은 대개 옆이나 살짝 아래를 향해 피어서, 가지를 올려다보면 컵 안쪽의 자줏빛이 보입니다.
안쪽까지 온통 노란 것도 있는데, 이것은 소심납매(素心蠟梅, var. concolor)라 부르는 변종입니다. 정원에서 보는 납매가 자줏빛 속꽃잎을 가졌는지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향기는 정평이 나 있습니다. 영국의 수목 백과(Trees and Shrubs Online)는 온실의 납매 향기를 50야드(약 45m) 밖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는 옛 기록을 전합니다.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한겨울의 손님 — 파리·꽃등에·꿀벌
곤충이 거의 없는 한겨울에 피는 꽃은 누가 꽃가루를 옮길까요. 중국에서 납매의 방문 곤충을 조사한 연구(『생물다양성』, 2012)는 파리와 꽃등에, 양봉꿀벌이 꽃가루를 몸에 묻힌 채 꽃을 드나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날이 풀린 한낮에 잠깐 활동하는 곤충들을 짙은 향기로 불러 모으는 셈입니다.
심기 — 볕 잘 들고 찬바람이 막힌 자리
- 볕 — 양지. 해가 잘 들어야 꽃눈이 많이 생깁니다.
- 흙 — 물 빠짐이 좋은 흙. 흙이 깊고 기름지면 더 좋습니다.
- 자리 — 영국 왕립원예협회와 BBC 가드너스 월드는 찬바람을 막아 주는 따뜻한 남향 담장 곁을 권합니다. 담장이 낮의 햇볕을 머금었다가 내어 주고, 바람을 막아 꽃이 덜 상합니다. 창가나 현관 근처에 심으면 겨울 내내 향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 심는 때 — 잎이 지고 쉬는 늦가을이나 새잎이 나기 전 이른 봄이 알맞습니다.
물·거름
- 뿌리를 내린 뒤에는 비로 대부분 충분합니다. 심은 첫해 여름 가뭄에만 흠뻑 챙깁니다.
- 흙이 늘 질척하면 뿌리가 상하므로 과습을 피합니다.
- 거름은 봄에 조금이면 됩니다. 거름이 지나치면 잎과 가지만 무성하고 꽃이 줄어듭니다.
겨울나기
납매는 한겨울에 꽃 피는 나무답게 추위에 비교적 강한 편입니다. 원예 자료에는 영하 15도 안팎까지 견딘다는 설명이 있지만, 추위가 매서운 곳에서는 꽃이 얼어 갈색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리 고르기가 곧 월동 대책입니다. 바람이 드센 벌판보다 남향 담장 곁, 건물로 둘러싸인 마당이 꽃을 지켜 줍니다. 어린 묘목은 첫 겨울에 밑동을 낙엽으로 덮어 줍니다.
가지치기 — 반드시 꽃이 진 직후에
납매 가지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납매는 지난해에 자란 가지에 꽃을 피웁니다. 그러니 여름이나 가을에 가지를 자르면 다음 겨울에 필 꽃눈을 함께 잘라 내게 됩니다.
- 때 — 꽃이 다 진 직후, 새잎이 나기 전(늦겨울~이른 봄).
- 방법 — 죽은 가지, 안으로 뻗은 가지, 서로 엇갈린 가지를 솎아 냅니다. 오래된 굵은 가지를 몇 해에 걸쳐 밑동에서 하나씩 잘라 내면 새 가지가 올라와 꽃이 늘어납니다.
- 담장에 붙여 기를 때 — 뼈대가 될 가지를 부채꼴로 잡아 두고, 해마다 꽃이 진 뒤 곁가지를 눈 2~4개만 남기고 짧게 자릅니다(영국 왕립원예협회).

사진: “Χειμωνανθός (Chimonanthus praecox)” by candiru is marked with Public Domain Mark 1.0. To view the terms,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publicdomain/mark/1.0/.
위 사진은 실제 납매 꽃입니다. 잎 한 장 없는 가지에 꽃 두 송이가 붙어 있고, 반투명한 노란 화피 안쪽으로 자줏빛 붉은 무늬의 속꽃잎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안쪽까지 노란 소심납매와 가르는 곳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번식 — 휘묻이가 가장 쉽다
휘묻이 – 봄에 땅 가까이 늘어진 가지를 휘어 흙에 닿게 하고, 닿는 부분의 껍질을 살짝 긁은 뒤 돌이나 핀으로 눌러 흙을 덮습니다. 여름과 가을 동안 흙이 마르지 않게 하면 뿌리가 내리고, 이듬해 어미 나무에서 떼어 옮깁니다. 원예 자료들은 가장 쉽고 성공률이 높은 방법으로 휘묻이를 꼽습니다.
씨앗 – 여름에 익은 열매에서 씨앗을 받아 뿌리면 싹은 트지만, 꽃을 보기까지 여러 해가 걸립니다. 원예 자료에 따라 10년이 넘게 걸린다고도 합니다. 꽃을 빨리 보고 싶다면 꽃이 달린 묘목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 씨앗과 열매에는 독성 알칼로이드가 있습니다. 아이나 반려동물이 입에 넣지 않게 하고, 먹거나 약으로 쓰지 않습니다.
헷갈리는 꽃 — 매화·영춘화·풍년화·생강나무
겨울 끝자락과 이른 봄에는 노란 꽃이 여럿 피어 헷갈리기 쉽습니다.
| 구분 | 납매 | 매화 | 영춘화 | 풍년화 | 생강나무 |
|---|---|---|---|---|---|
| 집안 | 납매과 | 장미과 | 물푸레나무과 | 조록나무과 | 녹나무과 |
| 꽃 모양 | 밀랍 같은 컵, 화피 15~21장, 속은 자줏빛 | 얇고 부드러운 꽃잎 | 노란 통꽃, 꽃잎 6갈래 | 가늘고 긴 노란 꽃잎 | 작은 노란 꽃이 동글게 뭉침 |
| 향기 | 매우 짙음 | 있음 | 없음 | — | — |
| 가지·잎 | 회갈색 가지, 잎은 마주나기 | 잎은 어긋나기 | 줄기가 녹색, 능선이 있음 | 회갈색, 잎은 어긋나기 | 황록색 어린 가지, 잎은 어긋나기 |
| 피는 때 | 1~2월 | 납매보다 늦음 | 잎보다 먼저, 이른 봄 | 4월, 잎보다 먼저 | 3월 초~5월 초, 잎보다 먼저 |
(영춘화·풍년화·생강나무는 국립수목원 도감, 매화와의 비교는 중국 국가임업초원국 기준)
한눈에 가르는 방법은 꽃잎의 질감과 향입니다. 밀랍처럼 두툼하고 반들거리는 노란 꽃잎에 짙은 향이 나면 납매, 초록 줄기에 향 없는 노란 통꽃이면 영춘화, 가늘고 긴 꽃잎이면 풍년화, 작은 꽃이 공처럼 뭉치면 생강나무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 증상 | 원인 | 대처 |
|---|---|---|
| 몇 해째 꽃이 거의 없다 | 여름·가을 가지치기로 꽃눈을 잘랐음, 그늘, 어린 실생묘 | 가지치기는 꽃 진 직후에만, 양지로 옮기기 |
| 꽃이 피자마자 갈색으로 변한다 | 한파·찬바람 | 남향 담장 곁처럼 바람 막힌 자리로 |
| 잎만 무성하고 꽃이 적다 | 거름 과다 | 거름 줄이기 |
| 잎이 누렇게 처지고 뿌리가 약하다 | 과습 | 배수 개선 |
연중 관리 달력
| 시기 | 할 일 |
|---|---|
| 12~2월 | 꽃 피는 때. 향기 즐기기 |
| 2~3월 | 꽃이 진 직후 가지치기 (새잎 나기 전) |
| 3~4월 | 거름 약간, 휘묻이 시작, 묘목 심기 |
| 5~8월 | 새 가지가 자라 다음 겨울 꽃눈을 만듦 — 자르지 않기 |
| 여름 | 열매 익음 — 씨앗은 독성, 먹지 않기 |
| 10~11월 | 잎 짐, 묘목 심기, 어린 나무 밑동 덮기 |
이름의 내력 — 섣달의 매화인가, 밀랍의 매화인가
납매는 한자로 두 가지로 씁니다. 하나는 섣달 납(臘) 자를 쓴 臘梅로, 음력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입니다. 우리말 위키백과도 납매를 “섣달에 피는 매화”로 풀이합니다.
다른 하나는 밀랍 납(蠟, 蜡) 자를 쓴 蠟梅입니다. 명나라 이시진은 『본초강목』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식물은 본래 매화 종류가 아니다. 매화와 같은 때 피고 향이 비슷하며, 빛깔이 밀랍을 닮아 이 이름을 얻었다.” 중국 국가임업초원국은 식물학 문헌이 주로 이 蜡梅를 쓰고, 臘梅는 송나라 이후 한겨울 섣달에 핀다는 데서 함께 쓰이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어느 쪽이든 납매라는 이름에는 한겨울과 밀랍 같은 꽃잎, 두 가지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꽃말 — 자애
납매의 꽃말은 자애입니다. 가장 추운 때에 먼저 피어 짙은 향으로 곁을 채워 주는 모습과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마무리
납매는 한겨울 맨 가지에 밀랍 같은 꽃을 피우는, 매화가 아닌 매화입니다. 기르는 법은 세 가지로 충분합니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심고, 물 빠짐 좋은 흙에 기르고, 찬바람을 막아 주는 남향 담장 곁을 내어 줄 것. 그리고 가지치기는 꼭 꽃이 진 직후에. 그러면 해마다 가장 추운 때에 향기가 먼저 찾아옵니다.
쇼츠 「이름은 매화인데 매화가 아닌 꽃」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 중 개화 장면은 실제 사진이 아니라 식물지(Flora of China)·영국 수목 백과 등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세 번째 사진 제외). 납매는 국립수목원 도감에 실려 있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 중국 국가임업초원국 — 蜡梅是梅花吗?蜡梅还是腊梅? — 매화와의 차이, 이름 표기, 본초강목 인용
- Trees and Shrubs Online — Chimonanthus praecox — 형태, 개화, 향기
- 생물다양성(Biodiversity Science) — Who are the major pollinators of Chimonanthus praecox — 방문 곤충(2012)
- 영국 왕립원예협회 — Chimonanthus praecox — 자리·흙·담장 전정
- BBC Gardeners’ World — How to grow wintersweet — 심을 자리
- Plantura — Wintersweet — 휘묻이 번식, 가지치기 시기, 실생 개화 연수
- 위키백과 — 납매 — 국내 개화기, 이름 풀이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영춘화, 풍년화, 생강나무
- 디지틀조선일보 — 12월 30일 탄생화 납매 — 꽃말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가지치기 시기라고 봅니다. 물 주기나 거름은 웬만하면 틀리기 어려운데, 납매가 지난해 자란 가지에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모르면 여름에 멀쩡한 가지를 다듬다가 다음 겨울 꽃눈을 통째로 잘라 내고도 이유를 모르게 됩니다. 몇 해째 꽃이 없다는 하소연의 원인이 대부분 여기에 있다는 표를 보면, 이 나무는 부지런한 손보다 때를 아는 손을 원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씨앗 번식은 개화까지 10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웬만한 정성으로는 권하고 싶지 않고 휘묻이나 꽃 달린 묘목 쪽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납매 기르기는 남향 담장 곁이라는 자리 하나와 꽃 진 직후라는 시기 하나, 이 둘만 지키면 절반 이상 성공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