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나무 키우기 — 겨울에 꽃 피고 초여름에 익는 과일나무, 양지·배수 좋은 흙, 월동 온도·접붙이기·열매솎기와 다정큼나무 구별법

비파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잠드는 겨울에 꽃을 피우는 과일나무입니다.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 가지 끝에 흰 꽃이 원뿔 모양으로 모여 피고, 그 꽃이 겨울을 견뎌 이듬해 초여름에 노란 열매로 익습니다. 대부분의 과일나무가 봄에 꽃 피고 가을에 열매를 거두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꽃을 가까이 보면 또 한 번 놀랍니다. 작은 흰 꽃잎 다섯 장을 갈색 솜털이 감싸고 있고, 가까이 가면 달콤한 향이 납니다. 꽃이 귀한 철이라 동박새와 꿀벌이 이 꿀을 찾아옵니다. 이 글에서는 쇼츠에 다 담지 못한 비파나무의 생김새와 기르는 법, 헷갈리는 이웃 나무, 이름에 얽힌 옛이야기를 정리합니다.

비파나무꽃 만개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비파나무는 어떤 식물인가

항목 내용
학명 Eriobotrya japonica (Thunb.) Lindl. (장미과 비파나무속)
영명 Loquat
원산 중국과 일본 (도감)
국내 재배 제주와 남해안 지방의 정원·과수원, 대구에서도 큰 나무는 겨울을 남
생활형 상록 활엽 소교목, 키 최대 10m
잎 어긋나기, 타원형의 긴 잎 15~25cm, 표면은 윤이 나고 뒷면은 연갈색 털로 덮임, 가장자리에 톱니가 드문드문
개화 10~11월(도감), 지역에 따라 이듬해 1월까지
꽃 흰색, 지름 1cm, 꽃받침 조각과 꽃잎 각 5개, 원뿔모양꽃차례가 갈색 털로 덮임, 향기가 있음
열매 지름 3~4cm, 이듬해 6월 노랗게 익음, 씨앗 1~5개

학명 이야기를 조금 덧붙입니다. 국립수목원 도감과 중국 식물지는 이 나무를 Eriobotrya japonica로 부르지만, 세계 생물다양성 정보 기구(GBIF)는 최근의 분류를 따라 비파나무속을 다정큼나무속에 합쳐 Rhaphiolepis bibas라는 이름을 수용명으로 둡니다. 아래에서 다룰 다정큼나무와 가까운 친척이라는 뜻입니다.

겨울에 꽃 피는 과일나무

비파나무의 한 해는 거꾸로 흘러갑니다. 가을에 가지 끝에서 갈색 솜털에 싸인 꽃봉오리 뭉치가 올라오고,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 하나씩 벌어집니다. 한꺼번에 피지 않고 봉오리가 차례로 열리기 때문에 꽃을 오래 볼 수 있습니다.

이 계절에는 곤충이 드뭅니다. 그래서 비파나무는 꽃에 꿀을 넉넉히 담고 오래 피는 쪽을 택했습니다. 바람이 멎은 따뜻한 한낮에는 꿀벌과 꽃등에가 찾아오고, 동박새나 직박구리 같은 새도 꿀을 먹으며 꽃가루를 옮깁니다(일본약학회 약용식물 해설). 비파나무는 스스로의 꽃가루로도 열매를 맺지만, 다른 나무의 꽃가루를 받으면 열매가 더 많이, 더 크게 달린다고 합니다(미국 플로리다대 IFAS).

비파나무꽃 개화 3단계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화 타임랩스 프레임 (잊혀진 정원) — 3단계

심기 — 볕 잘 드는 곳, 물 빠짐 좋은 흙

  • 볕 — 양지. 꽃과 열매를 보려면 햇빛이 오래 드는 자리가 좋습니다.
  • 흙 — 물 빠짐이 좋은 기름진 흙. 비파나무는 물이 고이는 땅을 견디지 못합니다(플로리다대 IFAS). 낮은 땅이라면 흙을 돋워 심습니다.
  • 자리 — 겨울 찬바람이 비껴가는 남향의 담장이나 건물 곁이 좋습니다. 제주의 돌담 안 정원처럼 바람을 막아 주는 곳이 이상적입니다.
  • 심는 때 — 추위가 풀린 봄에 심어 여름 동안 뿌리를 충분히 내리게 합니다. 어린 나무는 심은 뒤 두세 달 동안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챙깁니다.

물·거름

  • 뿌리를 내린 뒤에는 열매가 굵어지는 봄과 오래 가물 때 흠뻑 줍니다.
  • 거름은 봄에 알맞게 줍니다. 질소 거름이 지나치면 가지만 웃자라고, 불마름병 같은 병에 약해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플로리다대 IFAS).

겨울나기 — 나무보다 꽃이 추위에 약하다

비파나무를 기를 때 꼭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나무 자체는 영하 12도 안팎까지 견디지만, 꽃과 어린 열매는 영하 3도 아래에서 얼어 버립니다(플로리다대 IFAS). 겨울에 꽃 피는 나무라서 생기는 약점입니다.

그래서 중부 지방에서도 나무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열매를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과일을 기대한다면 제주와 남해안처럼 한겨울 기온이 영하 3도 아래로 잘 내려가지 않는 곳이 알맞고, 관상용으로 기른다면 대구 이남에서도 큰 나무가 겨울을 난다는 도감 기록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추운 지역에서는 큰 화분에 심어 겨울에 얼지 않는 곳으로 들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열매솎기와 가지치기

  • 열매솎기 — 한 꽃송이에서 열매가 여러 개 달리면 모두 작아집니다. 봄에 어린 열매를 솎아 한 송이에 4~10개 정도만 남기면 열매가 눈에 띄게 굵어진다고 합니다(플로리다대 IFAS).
  • 봉지 씌우기 — 새나 벌레 피해가 잦으면 열매송이에 봉지를 씌웁니다.
  • 가지치기 — 수확이 끝난 초여름에 합니다. 꽃눈은 여름에 새로 자란 가지 끝에 생기므로, 늦여름 이후에 자르면 그해 겨울 꽃을 잃습니다. 안쪽으로 뻗은 가지, 겹친 가지를 솎아 햇빛이 들게 하고, 키가 너무 크면 손이 닿는 높이로 낮춰 둡니다.
비파나무꽃 실사 사진

사진: “Eriobotrya japonica” by liesvanrompaey is licensed under CC BY 2.0.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위 사진은 실제로 꽃이 핀 비파나무 가지입니다. 왼쪽 꽃송이는 흰 꽃이 여럿 벌어졌고, 오른쪽 꽃송이는 아직 갈색 솜털 봉오리가 빽빽합니다. 한 나무에서도 꽃송이마다 피는 때가 달라 겨우내 꽃을 오래 보여 줍니다. 잎 표면에 깊게 팬 나란한 잎맥과 드문드문한 톱니도 비파나무를 알아보는 단서입니다.

번식 — 씨앗과 접붙이기

씨앗 – 도감은 비파나무 씨앗이 휴면하지 않아 바로 뿌리면 곧 싹이 튼다고 적습니다. 열매를 먹고 남은 씨앗을 마르기 전에 심으면 됩니다. – 다만 씨앗에서 키운 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6~8년이 걸리고, 어미 나무와 열매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플로리다대 IFAS). – 씨앗에는 청산배당체 성분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씨앗은 먹지 않습니다.

접붙이기 – 도감은 좋은 형질의 나무를 얻으려고 접붙이기를 한다고 적습니다. 접붙인 묘목은 심은 뒤 1~2년이면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플로리다대 IFAS). – 과일을 목적으로 한다면 접목 묘목을 사서 심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헷갈리는 나무 — 다정큼나무와 구별하기

비파나무와 가장 헷갈리는 나무는 남해안에 자생하는 다정큼나무입니다. 둘 다 상록이고, 가지 끝에 흰 꽃이 원뿔 모양으로 모여 피며, 꽃차례에 갈색 털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최신 분류에서는 한 속으로 묶일 만큼 가까운 사이입니다.

구분 비파나무 다정큼나무
학명 Eriobotrya japonica Rhaphiolepis indica var. umbellata
생활형 상록 소교목, 최대 10m 상록 관목, 2~4m
잎 15~25cm로 길쭉, 뒷면 연갈색 털, 잎맥이 깊게 팸 3~10cm로 둥글고 짧음, 뒷면은 흰빛 도는 연녹색
꽃 피는 때 10~11월 (겨울) 5~6월 (봄)
열매 지름 3~4cm, 노란 과일 작고 검은 열매

(국립수목원 도감 기준)

가장 쉬운 구별은 꽃 피는 계절입니다. 겨울에 피면 비파나무, 봄에 피면 다정큼나무입니다. 잎이 손바닥보다 길고 뒷면이 갈색 털로 보송하면 비파나무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증상 원인 대처
꽃은 피는데 열매가 안 달린다 한겨울 추위에 꽃·어린 열매가 얼었음 따뜻한 남향 자리, 추운 지역은 관상용으로
열매가 너무 작다 한 송이에 열매가 너무 많음 봄에 4~10개만 남기고 솎기
꽃이 거의 안 핀다 늦여름 이후 가지치기로 꽃눈을 잘랐음, 그늘 가지치기는 수확 직후 초여름에, 양지로
잎과 새순 끝이 검게 마른다 불마름병 같은 세균병 가능성 병든 가지를 잘라 없애고 질소 거름 줄이기
뿌리가 썩고 잎이 누렇다 물이 고이는 땅 흙 돋우기, 배수 개선

연중 관리 달력

시기 할 일
3~4월 묘목 심기, 거름, 어린 열매 솎기·봉지 씌우기
5~6월 열매 익음, 수확
6~7월 수확 직후 가지치기
8~9월 새 가지 끝에 꽃봉오리 형성 — 이 무렵부터는 자르지 않기
10~1월 꽃 피는 때. 동박새·꿀벌이 찾아옴
12~2월 한파 때 어린 나무 밑동 덮기, 화분은 얼지 않는 곳으로

이름의 내력 — 악기 비파를 닮은 잎

비파나무의 이름은 옛 현악기 비파(琵琶)에서 왔다고 전합니다.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은 송나라 『본초연의』를 인용해 “그 잎 모양이 비파를 닮아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적었습니다. 길쭉한 타원형 잎을 뒤집어 놓으면 둥근 몸통과 좁은 목을 가진 비파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반론도 있습니다. 과일 이름 枇杷가 악기 이름 琵琶보다 먼저 기록에 나온다는 연구(중국 『과수학보』, 2019)가 있어, 악기에서 나무 이름이 왔다기보다 두 이름이 같은 뿌리에서 갈라졌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중국에서는 비파를 두고 “가을에 꽃눈을 맺고, 겨울에 꽃 피고, 봄에 열매 맺고, 여름에 익는다(秋萌冬花春實夏熟)”며 사계절의 기운을 모두 갖춘 과일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겨울에 꽃 피는 이 나무의 한 해를 가장 잘 요약한 말입니다.

꽃말 — 온화

비파나무의 꽃말은 온화입니다. 모두가 움츠러드는 계절에 조용히 꽃을 열고, 찾아온 새와 벌에게 꿀을 내어 주는 모습과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마무리

비파나무는 겨울에 꽃 피고 초여름에 익는, 계절을 거꾸로 사는 과일나무입니다. 기르는 법은 세 가지로 충분합니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심고, 물 빠짐 좋은 기름진 흙에 기르고, 한겨울 추위가 덜한 남부 지방에서 바깥에 심을 것. 그러면 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흰 꽃과 달콤한 향을, 이듬해 초여름에는 노란 열매를 내어 줍니다.

쇼츠 「모두 잠드는 겨울에 꽃 피우는 과일나무」 바로 보기 이 글의 이미지 중 개화 장면은 실제 사진이 아니라 국립수목원 도감의 형태 기술을 바탕으로 생성한 것입니다(세 번째 사진 제외).

참고 자료

제 생각은요

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겨울나기 부분이라고 봅니다. 나무는 영하 12도까지 버티는데 꽃과 어린 열매는 영하 3도에서 얼어 버린다는 사실을 모르면, 중부 지방에서 나무가 멀쩡히 자라는 걸 보고 열매까지 기대했다가 몇 해를 허탕 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란 열매가 목적이라면 제주나 남해안이 아닌 이상 처음부터 큰 화분 재배를 권하고, 꽃과 향기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분에게는 오히려 겨울 정원의 귀한 볼거리로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씨앗을 심으면 6~8년, 접목 묘목은 1~2년이면 열매를 본다는 차이도 생각보다 큰데, 먹고 남은 씨앗을 심는 낭만은 좋지만 과일이 목적이라면 접목 묘목 쪽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움츠러드는 계절에 꽃을 열고 동박새에게 꿀을 내어 주는 나무라니, 온화라는 꽃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나무도 드물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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