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망한다면, 내 카카오톡과 블로그는 어떻게 될까요?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고 유언장에도 기록이 없다면, 수년간 쌓아온 데이터는 플랫폼 서버에 그대로 묶입니다. 2025년 1월 제주항공 참사 이후 유족들이 고인의 카카오톡 접근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게 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후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지 개념부터 법적 효력,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비책까지 정리합니다.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가: 정확한 정의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 이란 사망자가 생전에 생성하거나 저장한 온라인 계정, 사진·글·영상 콘텐츠, 가상자산(암호화폐), 유료 구독권, 게임 아이템, 도메인 등 디지털 형태의 모든 자산과 데이터를 통칭합니다.
물리적 유산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두 가지입니다.
- 복제 가능성·비경합성: 디지털 파일은 복사해도 원본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 플랫폼 약관 종속: 내 자산이지만 플랫폼이 “개인 이용 계약”이라고 규정하면, 가족이 접근할 법적 근거가 없어집니다.
이 두 번째 특성 때문에 사후 디지털 유산은 물려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명확하게 나뉩니다.
자산 유형별 상속 가능 여부
| 유형 | 예시 | 상속 가능 여부 |
|---|---|---|
| 가상자산 | 비트코인, 이더리움 | ✅ 재산권으로 인정 |
| 저작물 | 블로그 글, 사진, 영상 | ✅ 저작재산권 사후 70년 |
| SNS 계정 | 카카오, 인스타그램, 네이버 | ❌ 이용약관상 일신전속 |
| 유료 콘텐츠 이용권 | 전자책, 음원 라이선스 | ❌ 계약 종료로 소멸 |
이 내용은 2026년 7월 기준입니다. 법령과 플랫폼 정책은 변경될 수 있으니, 신청·활용 전 공식 출처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길 권장합니다.
한국 법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나

현행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단,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합니다.
문제는 디지털 자산이 ‘재산권’인지 ‘일신전속권’인지 판단할 기준이 법에 없다는 점입니다. 판례조차 아직 없어, 결국 법원 해석에 달려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공백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 있는 개인”의 정보만 보호 대상으로 명시(2020년 개정)합니다. 즉 사망자 데이터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플랫폼이 고인의 데이터를 마케팅이나 AI 학습에 활용해도 현행법으로는 막을 수단이 없습니다.
입법 움직임은 있지만 계류 중
2025년 1월 제주항공 참사가 계기가 됐습니다. 유족들이 고인의 카카오톡 계정 접근을 요청했으나, 카카오·네이버 모두 “관련 법·제도 미비”를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22대 국회에서 정준호·신영대·유동수 의원이 각각 디지털 유산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2025년 8월 과방위 소위원회 회부 이후 현재까지 계류 중입니다.
해외 플랫폼과 국내 플랫폼의 격차

글로벌 플랫폼은 이미 사전 설정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 페이스북(Meta): 생전에 ‘추모 계정 관리자(Legacy Contact)’를 지정할 수 있고, 사망 후 ‘기념 계정’으로 자동 전환됩니다.
- 애플: 2021년부터 ‘Digital Legacy’ 기능을 제공해, 지정된 가족이 사망자의 Apple ID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 설정으로 18개월 미접속 시 지정인에게 데이터를 이관합니다.
반면 카카오·네이버는 이런 사전 설정 기능 자체가 없습니다. 유족이 접근을 요청해도 플랫폼이 거부하면 현재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사안이 있습니다. Meta는 2025년, 사용자 사망 후 AI가 해당 사용자를 모사해 SNS를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사망자 동의 없이 ‘디지털 인격’이 지속되는 셈이라, 인격권·초상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비 체크리스트
법이 완비되기 전까지,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방법입니다.
해외 플랫폼 (지금 바로 설정 가능) – ☐ 애플 계정 → ‘디지털 유산 연락처(Digital Legacy)’ 지정 – ☐ 구글 계정 → ‘비활성 계정 관리자’ 지정 – ☐ 페이스북 → ‘추모 계정 관리자(Legacy Contact)’ 지정
법적 문서 준비 – ☐ 공증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 목록(아이디, 비밀번호, 가상자산 지갑 주소) 기재 – ☐ 가상자산은 거래소 계정과 개인 지갑을 구분해 별도 기록
국내 플랫폼 (현재 공식 절차 없음) – ☐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이메일 등으로 접근 수단을 별도 보관
현재로선 공증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법적 효력이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카카오톡 계정에 접근할 수 있나요?
현재 카카오는 사망자 계정 접근 요청을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절차가 없습니다. 사망진단서 등 서류를 제출해도 “약관상 불가”로 거부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법적 분쟁을 원한다면 변호사 자문을 통해 가처분 신청을 검토할 수 있지만, 관련 판례가 없어 결과 예측이 어렵습니다.
Q.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은 상속이 되나요?
네, 가상자산은 재산권으로 인정되어 상속 가능합니다. 다만 개인 지갑의 프라이빗 키나 거래소 계정 정보를 유족이 알고 있어야 실질적인 상속이 가능합니다. 지갑 정보를 분실하면 법적 상속권이 있어도 실제 자산에 접근할 방법이 없습니다.
Q. 내 블로그 글의 저작권은 사후에도 유지되나요?
저작재산권은 사후 70년간 상속됩니다. 다만 가족이 해당 계정을 직접 운영하거나 수익화하려면 플랫폼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현재 네이버·카카오는 이를 위한 공식 절차가 없습니다.
사후 디지털 유산이란 단순히 온라인 흔적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상속되는 자산도 있고, 플랫폼 약관에 막혀 가족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지금 어떤 디지털 자산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정리해둘지 한 번쯤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국내에서 디지털 유산을 실제로 준비하는 방법, 플랫폼별 설정 절차를 단계별로 다뤄볼 예정입니다.
이 내용은 2026년 7월 기준이며, 법령 및 플랫폼 정책 변경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사항은 전문가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